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게임 디자인
- 비디오 게임
- 테라 닐
- 칼럼
- 자전거여행
- 재기드 얼라이언스 3
- 매드맥스
- 식민주의
- 노인
- 스팀
- 스타필드
- 로빈슨 크루소
- 등대지기
- 장르_코드_전력_계절
- 게임
- 베데스다
- 위버틴
- 건설
- 장르_코드_전력
- 디볼버 디지털
- 짧은리뷰
- 블루_만추 #보이드_바스터즈 #시스템쇼크 #서바이벌_호러 #로그라이트 #한글화
- 생태계
- 전략
- Today
- Total
목록소설 (93)
네크의 무개념 분지
별빛조차 숨을 죽이고 미동하지 않는 고요한 숲 속을, 별안간 화살이 가르었다. 올빼미의 깃을 단 화살은, 원 주인이 그리했던 것처럼 주위의 정적을 깨트리지 않고 조용히 목표를 향해 전진해간다. 찰나의 시간 동안, 화살촉은 전나무의 가지에 쌓인 눈꽃을 떨어트리려는 양 스쳐 지나가다, 별안간 멈추었다. 사냥꾼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화살을 쫓았다. 해가 사라진지 몇시간이 지나 코가 시린 차가운 공기가 나무 사이를 맴돌았지만, 자신이 쏘아낸 화살을 쫓는일은 사냥꾼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소복히 쌓인 눈밭 위에 눈부신 만월의 빛이 쏟아져 그의 길을 비추었기 때문이다. 거뭇거뭇한 혈흔을 뒤따라 어지러운 숲 속을 십분여 걸었을까, 사냥꾼은 눈 위에 누워 힘들게 숨을 내쉬는 사슴의 검은 눈동자를 마주했다..
"맞다. 그 이야기 해드린적 있습니까?" "무슨 이야기." "악몽에 대해서 말입니다." 나는 웃었다. 그런 시덥잖은 이야기를 한 기억은 없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진 않습니다. 시덥잖은 이야기라 대놓고 떠든 적도 없던것 같네요. 제리라면 알고 있을것 같습니다만." "제리? 그 쥐새끼?" "예. 한동안 제 룸메이트였습니다." "그랬었나?" 이거 미안해지는군. "맨 처음 이 일에 꼬드긴게 저였으니 다 제 탓이죠. 생각해보면 악몽이 시작된 것도 제리와 함께 살던 시절부터였을 겁니다. 네. 그즈음이 맞는것 같네요." 캐네디언이 담배를 빨아들였다. 끝이 뒤에 재를 남기며 새빨갛게 달아오르듯 타올랐다. 매케한 화약연덕에, 그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말입니다, 고향에 있는겁니다. 바닷 비린내가 ..
그러니까, 이건 농땡이 피우는 게 아니다. 애초에 사람 한명 오지 않는 외딴 도로변의 편의점이고 말이지. 상가(라고 할 것도 별로없는)의 다른 건물들은 다들 휴업을 했을 정도인데, 평범한 일상과 다름없이 영업을 하는 내가 농땡이를 피우고 있다는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숨이 턱턱 차오르는 집에서 도망쳐 값싼 산업용 전기로 에어컨을 돌리는 편의점의 카운터 뒤에 앉아있는건, 하나도 농땡이를 피우는게 아니라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게다가,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1주일째 발령중인 폭염경보를 뚫고 이 도로변을 찾아올 사람이 누가 있겠어. 마을사람도 해가 중천을 지나고 나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걸. 나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흥얼거리며, 카운터에 다리를 올리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그 전까지 위버틴 대륙이던 쥰-미르스 대륙이던 그 누구도 겪어본 적 없었던 거대한 규모로 치뤄진 2차 대전쟁이 끝난 뒤, 사람들을 많은 것을 잃었다. 명예, 신뢰, 믿음같은 추상적이지만 삶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에서부터, 팔, 다리, 눈과 같은, 명명백백한 신체의 일부분까지.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람들이 얻은 것 또한 분명히 존재했다. 평화와, 그 평화에 잠시나마 속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희망 따위의 것들 말이다. 전후 '피에 물든 십자'라는 이명으로 더 유명해진, 마족 출신의 클라우스 허트먼도 그런 희망의 한 종류였다. 전쟁이 끝나고 흘러나온 여러 루머들에 의해 이미지가 나빠진 마족의 프로퍼간다로써 대신 그가 부각된 것이라는 행간의 음모론이 존재함에도, 클라우스 허트먼이 전쟁 최전선에서 많은 이들의 목숨..
최초엔 뜨거운 용암만이 한가득이었다. 붉게 타오르는 용암이 뒤덮인 대지는 자연스래 땅과 하늘을 나누어 놓았는데, 지금의 대지마냥 산과 협곡이 어우러지기는 커녕 용암의 바다가 땅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용암의 열기는 식을 일이 없었고 그 위에 물을 부을 자도 하나 없었건만, 그 열기로 끓어오른 용암은 스스로 끓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커다란 용암방울을 만들어냈다. 터지지도 않고 부풀기만하던 용암방울은 커지고 또 커다래져만 가다, 이내 용암으로부터 스스로 멀어져 식어 굳어 최초의 산인 야르타가 되어버렸다. 식어버린 용암 뚜껑 위에 용암은 서서히 차오르다, 그 안을 모두 매우기 시작했고, 이내 열기가 가득 찬 야르타 산은 그 더위에 참지못하고 스스로 부들거리다 폭발하고 말았다. 아무것도 없던 공허한 어둠을 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