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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소설 (93)
네크의 무개념 분지
“이걸로 저도 명실상부한 생명공학의 권위자로군요?” “그렇지. 축하하네.” 박사 학위장을 받으며 제리가 던진 가벼운 농담에, 투슈 교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편애하는거냐고? 그럴수밖에 없었다. 근 5년간, 자신의 강의를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것처럼 경청하는 제리를 아끼지 않을 수는 없을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건 투슈만이 아니었다. 제리가 수강한 다른 과목의 교수들이나 같은 연구실에서 연구를 진행한 다른 대학원생들도 제리에게서 힘을 얻고는 했다. 외모 때문이다고 우슷개소리로 떠들고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뜨거운 제리의 지적 학구열이야말로 다른 이들에게까지 전해지는 활력의 원인임을 투슈는 짐작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투슈 교수는 제리에게 아쉬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정말로, 진행할..
빛이라곤 하나도 없는, 차갑고 검은 물이 얕게 깔린 바닥과 별 하나 빛나지 않는 하늘을 나누어 볼 수 없는 평야에 아이가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봐요. 아이가 왜 여기 있는지,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 곳은 정류장일 뿐이니까요. 아이는 성장하며 수많은 길을 걸어가게 될 것이고, 지금 당장 이 순간에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는, 마침내 아이가 어디에 다다르게 될지와는 큰 상관이 없기 때문이죠. 아이는 생각합니다. 너무 어두워. 아주 잠깐이지만, 바로 그 순간 빛이 지나갑니다. 빛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기도 전에 사라지는 빛 말이죠. 주위를 둘러보기엔 부족해요. 하지만, 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이 천둥소리가 지나가고도 시야에 남아있는 것처럼, 순간 눈에 아로새겨진 모습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리..
"아이야, 무엇을 그리 두려워하느냐? 너는 내가 가지지 못한 유일한 것인 젊음을 가졌을진데, 어찌하여 그리 두려워 떨고 있느냐?" 익숙한 목소리가 을씨년한 옛 수퍼마켓을 울렸다. 자주 돌아다니던 곳이라고, 이미 안전을 확보했었다 믿고서, 지나치게 안이한 판단으로 무기를 놓고 온 내 잘못이 가장 크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발, 신이시여. 나는 숨죽여 흐느끼며 빌었다. 어째서 왜 아버지이십니까. "그만하고 나오거라. 출구는 한 곳이고, 그 곳은 내가 잡았을 터, 네가 나올 구멍은 틈새조차 없단다." 저 온화하고 지혜로운 말투는 잊을 수 없는, 아버지의 말씨였다. 그랬기에 공포는 더해졌다. 살갗이 콘크리트를 붙잡는 소리가 메아리칠만큼 연속해서 들려오는 와중에, 그 목소리가 섞여들려오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
패달을 멈추지 마세요! 하나 둘 하나 둘! 정말 좋아요! 하나 둘 하나 둘! 241번! 페이스가 평소보다 안 좋군요? 의무실에 연락할까요? 괜찮다구요? 스스로의 페이스는 스스로밖에 알지 못한답니다! 문제가 더 지속된다면 언제든 연락하도록 하세요! 좋아요! 하나 둘 하나 둘! 지방이 타오르는 느낌, 느껴 지시나요? 하나 둘 하나 둘! 덕분에 여러분의 미래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군살도 없는 세상! 하나 둘 하나 둘! 여러분의 자식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하나 둘 하나 둘! 좋습니다, 마지막 스퍼트! 하나 둘 하나 둘! 오늘 분량 달성까지, 하나 둘! 하나 둘! 좋아요! 멋져요! 축하드립니다! 오늘도 멋지게 분량을 달성하셨습니다! 마무리 스트레치 운동 시작하도록 하죠! 하나, 둘, 들이쉬고, 하나,..
철제 계단을 타박타박 올라오는 발소리에 곁잠이 깨였다. 졸린 눈으로 바라본 얼어붙은 차창 밖의 하늘은 아름다운 은하수가 변함없이 반짝이고만 있었다. "야식 가지고 왔어!" "고마워, 언니." 대답에 이를 보이며 환하게 보이는 언니는, 행동거지로만 미루어 보면 동생이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 야식이라고 가지고 온 따뜻한 스프가 찬합 곁에 이리저리 튄 흔적을 보더라도 말이지. "네가 좋아하는 버섯 스프와 으껜 감자 가지고 왔어!" "맛있겠다." 나는 빈 책상 위에 언니가 가져온 쟁반을 올려두고 감자가 담긴 그릇에 옮겨 담기 시작했다. 고소한 스프 냄새가 좁은 방을 가득 채웠다. 바로 몇분 전까지 펄펄 끓었을 스프는 차가운 층칸 사이에서도 푸근한 온기를 잃지 않아, 차갑게 식어있던 으껜 감자도 스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