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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소설 (93)
네크의 무개념 분지
그리고 그렇게 한달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간다는 말은 이런 시간을 두고 한 말이겠지. 당연하지만 그동안 나는 내 반신과도 같은 활을 잡을 기회 따위 주어지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숨죽여야 했을 그 한달동안 나는 미첼라의 손에 이끌려 생전 처음 보는 화려한 파티에 참여하는 것 만으로도 지쳐왔기 때문이다. "정신 차려." 그렇다. 지금 옆구리를 팔꿈치로 찌르며 나에게 핀잔을 주고있는 작은 여성이 이 모든 피로의 원인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싫은 표정을 보일수는 없었다. 감정을 드러냈다간, 문자 그대로 죽을 수도 있었다. "여기 온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들인줄은 알기나 해? 말 그대로 네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정재계의 거물들이라고!" 그래도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건 ..
사제가 들어왔다. 붉었지만, 화려하고 눈에 띄는 붉음이 아닌 장미보다 더 어둡고 음침한, 그렇기 때문에 예의바른 붉음을 띈 사제의 넘치는 옷자락은 그의 발뒷꿈치로부터 1m 쯤 길게 늘어뜨려져 바닥을 물결치며 쓸어갔다. 그가 깊게 눌러쓴 크디 큰 후드는 사제의 얼굴을 거의 전부 덮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사제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때문에 사제가 수많은 인파 사이를 헤치고 나아가는 모습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인파는 모두 고인(故人)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고인은 이 작은 도시에서 작은 잡화점을 하고 있을 따름이었던, 죽기엔 아직 이른 젊은 청년이었기에 이 숫자의 사람이 모인 것은 그의 나이 또래의 장례식으로써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돕는 작은 도시 공동체의 특성과..
칼을 뽑았다. 처음에는, 마치 세상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순간 세계가 멀어졌다. 세계가 아니라 나 자신이 세계로부터 멀어진다는 사실임을 알아차리는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내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나는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가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숙명, 책임, 미래, 중력, 그것 말고도 떠올리기 싫은 모든 것. 바로 그 순간 나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래서일까, 3초쯤 되려나,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음에도 정말 오래도록 그 순간을 즐겼다. 내 뇌가 그렇게 받아들였다. 마치 그 3초가 1분, 10분, 1시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미 내 검은 솟구치는 피때문에 저 멀리 허공으로 날아올라 사라졌다. 신경쓰지 않았다. 몇년동안 나와 함께 싸움을 함께 해온 검이었지만,..
철문이 열린다. 차가운 밤공기 속으로 집 안에 갇혀있던 퀘퀘한 냄새가 빠져나온다. 고약한 냄새였지만 그 집의 주인인 남성은 별로 개의치 않아했다. 후각이란 본디 가장 민감하면서도 가장 타협적인 기관인 것이다. 조금만 기분나쁘면 불평하면서도 이내 참아버리고 만다. 남자는 그런 후각이 인간을 비로소 인간으로 만들어준다고 믿었다. 그 생각과도 같이, 남자는 더러워진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환기시키려는 생각은 않고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았다. 바깥 바람은 너무 차가우니까. 해가 뜨면 환기하자. 남자는 그렇게 변명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타협을 통해 우야무야 넘어가는, 말 그대로 인간. 그런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컴퓨터에 전원을 넣었다. 냉각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날카롭게 방 안을 울렸다. 하지만 이내 ..
열두번째 가문의 장자의 테오발도 헤더필덴이 해를 집어삼킨 갈색곰을 사냥하고 태양을 되찾은 이야기는 모두 잘 알고 있을거야. 되찾은 해를 품고서 떠난 오랜 여정 끝에, 테오발도의 노력으로 찬란한 태양은 하늘에 다시금 떠올라 어둠이 집어삼키고 있었던 도시들을 다시 비추었지. 사람들은 이를 깨닫고는 즐거히 노래 불렀어. “위대한 테오발도! 위대한 열두번째 가문, 헤더필덴의 테오발도!" 진이 모두 빠진 테오발도는 자신을 칭송하는 사람들 사이로 걸어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고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어. 그리고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어. 사람들은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모든게 다 괜찮아진줄로만 알았어.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새로이 찾아온단다. 언제나. 너무 오랬만에 떠오른 태양이기에,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는데에는 많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