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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소설 (93)
네크의 무개념 분지
줄을 꼰다. 손에 든 재료는 이렁주 동아였다. 일반 동아와는 판이하게 다르게 생긴 이렁주 동아는 개인이 꼴 수 있을 정도로 가늘고 가벼웠지만, 그 강도는 동아 못지 않아 생긴 것이 다름에도 동아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식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밧줄로 꼬지 않으면 툭 끊어지고 만다. 그리고 밧줄을 꼬는 과정은 반복과 반복의 연속이다. 길고 긴 동아 줄기를 서로의 위와 아래에 교차시키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만 이렁주 동아가 동아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평생을 해온 일이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눈을 감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길고 긴 줄을 끊임없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머리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 머리는 자유로웠다. 언제나 생각을 한다. ..
“빌어먹을, 결국엔 저지르고 말았구만. 이 친구야, 내가 누누히 말했지? 이 행성에선 마운틴 크립 갱에게 까불면 안된다고." 웃음기섞인 목소리로 비아냥거리며 손에 들린 유리잔을 쉴새없이 닦는 바텐더의 맞은편의 스툴에 걸쳐앉은 와일리는, 그 말을 듣고서 쉴새없이 허공에 손을 내저었다. 그 단순한 제스쳐에는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데킬라나 한잔 더 따라봐라’라는 의미가 섞여 있었다. 벌써 3년, 이 술집을 자기 집처럼 들락날락한 와일리의 제스쳐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는 바텐드는 특유의 보조개를 띄우며 그의 빈 잔에 데킬라를 부었다. “그래서, 언제라고?" “정오. 내일 정오. 웃긴건 뭔 줄 알아? 지들 시간으로 정오라는거야. 이 행성계에서 통용되는 표준 시간대가 아니..
[시간을 훔쳐드립니다] 그 수상쩍은 건물의 간판엔 그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왜 그 간판에 눈길이 간건지는 잘 모르겠다. 친구와의 약속이 파토나버려, 어이없을정도로 너무 많이 남아버린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도시의 골목을 방황하다 마주친건 알겠는데. 아, 조금 주위를 둘러보자, 시간을 훔쳐준다는 가게와 그 간판이 그 골목에 있는 다른 건물과는 무언가 다른, 묘한 위화감을 풍기고 있기 떄문이라고, 어렴풋이 깨달았다. 이름이 특이한 것도 있지만, 다른 건물과 비교했을때 아주 미묘하게 젊어보여서 그런건가. 그렇다고 하기엔, 그 가게만 따로 떼고 봤을때 새로 지은 건물이라는 느낌조차도 들지 않긴 했지만.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액정화면을 켜보았다. 아직 오후 7시. 비실비실한 겨울해는 이미 땅 밑으로 꺼진지 ..
"이 곳이 바로 그 유명한…""그렇게까지 유명한 곳은 아니에요. 그래서도 안되는 곳이고 말이죠."안내역이 길고 매끄러운 장발을 귀 뒤로 넘기며 수줍게 말했다. "내 말이 뭔지 알고 있잖나. 이쪽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곳은 전설이나 다름없는 곳이라고. 도시전설이라 치부하는 이도 있지만 이 세상과 수많은 악 사이에 있는 유일한 장벽이자 파수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믿어의심치 않았네. 그리고 살다보니 그곳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될 줄은 몰랐지.""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부디 밖에서는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아주세요. 이 전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비밀이니까요.""물론이지. 나또한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네."안내역은 그 말을 듣고 방긋 웃은뒤, 문을 열었다...
그렇게, 반쯤 세워진 엉성한 계획은 완벽하게 작동했다. 나와 폴리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설에 들어가는건 초대받은 집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쉬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누구도 멜의 계획이 성공하리라 믿지않았다. 아니, 정문으로 쳐들어가 노크를 하자고? 조잡하게 해킹된 인사기록부를 믿고서? 자살행위잖아!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말했잖아. Easy-Peasy-" 하지만 그 계획은 성공했고, 보다시피, 멜은 의기양양해져 있었다. "-Lemon-Squeezy, 그래, 잘났다 멜. 그래도 긴장을 풀지 말라고. 여긴 적지라고." "폴리, 그렇게 긴장을 할수록 오히려 의심하게 된다니까. 날 잘봐. 홀라! 친구, 잘 지냈어?" 아니, 그래도 그렇지,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