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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소설 (93)
네크의 무개념 분지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리처드가 붉은 현자에게 물어왔다. 붉은 현자으로서는 처음으로 듣는 질문이었다. 아니, 비슷한 질문은 여러번 들어왔지만 질문의 본질은 그 질문들과는 달랐기에, 리처드의 질문은 현자에게 있어서 생소한 질문이었다. 붉은 현자는 비슷한 뉘앙스의 다른 수많은 질문들을 떠올렸다. 예를 들자면, '인간은 왜 사는가'나 '인간이 운명을 좇는 이유'같은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질문들이었다. 현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붉은 현자는 그런 질문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의 별명을 착각하고 던진 질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현자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연유를 생각하면 당연했다. 붉은 현자에서의 현자란, 철학자로써의 현자가 아니라 수많은 경험과 인간이 저지른 시행..
척박한 땅에 발을 딛는다. 이전엔 아스팔트였을, 거대한 강철의 말이 힘차게 달렸을 그 옛 가도에 묵직한 부츠가 착지하자 켜켜히 쌓인 먼지와 삭아버린 아스팔트가 산산히 부서져 인상깊은 자국을 그 자리에 남겼다. 한걸음 한걸음 쉬지 않고 걸어왔기에 방랑자의 뒤에는 방랑자의 발자국만이 한없이 늘어져 있었다. 비라도 한차례 시원하게 내려줬다면 좋겠지만 하늘을 지독히도 뒤덮은 구름은 인상을 한없이 찌뿌리기만 할뿐 별써 몇달째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고 있지 않았다. 방랑자는 그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무심코 하고 있었는데, 비가 오지 않는한, 누군가 이 땅을 디디고 섰다면 그 흔적이 분몀 남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막연한 희망이라는건 알고 있었다. 이 땅에 다다른 이후로 그런 흔적일랑 본적 없었다는 경험이 그걸..
오늘 하루도 따분하기 짝이 없는 일을 시작한다. 산더미같이 쌓인 서류를 들춰보고, 분류하고, 평가하고, 결제하고. 들춰보고, 분류하고, 평가하고, 결제하고. 인공지능에게 맡겨도 충분히 될 일임에도 이렇게 사무실에 앉아 아침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점심 시간을 제외하면 꼬박 9시간을 이 지루한 일에 투자해야 한다. 이런 일을 하려고 27년을 꼬박 공부한게 아니라고. 이런 일을 하려고 지구 제일의 대학에 들어가기위해 목숨을-말 그대로!-걸었던게 아니라고. 맨 처음 이 회사에 들어와 이 보직을 받았을땐, 더 나은 자리를 위한 임시직이라 생각했건만, 들춰보고, 분류하고, 평가하고, 결제하길 벌써 4년째. 아무리 범지구적으로 잘나는 회사라지만 이쯤되면 일에 대한 회의가 느껴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회사에 ..
멸망이 그 징조를 드러냈을때, 오타쿠들은 그들 특유의 연락망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이로인해 멸망의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모두 인식하고는 재빨리 대처하기 시작했다.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에 대피소를 만드는데 있어서 금전적, 기술적인 어려움은 아무것도 없었다. 서로의 취향은 건들지 않는다는 대전제 아래 수많은 오타쿠들이 대피소 아래 집결했고, 멸망이 다가왔을때, 그들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들은 한가지 문제를 간과하고 있었다. 극단적인 성적 불균형. 남자 오타쿠들의 연락망과 여자 오타쿠의 연락망은 근본적으로 분리되어 있었다는 점이 이 치명적인 실수의 원인이었다. 몇 없는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차별적인 시선과 구세주로써의 비정상적인 선망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다른 이들의 접근을 ..
한 밤 중, 인기척을 느꼈다. 취기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을 한 덕분인지, 가벼운 편두통이 머리 끝에 남아 신경을 간질이고 있었다. 새끼 하피는 언제나처럼 끼잉거리며 자리에 웅크린체 앉아있었다. 이녀석의 기척이었을 것이라 생각하고는 혀를 차며 다시 자리에 누으려는 순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확하고, 생생하게."샅샅히 뒤져봐."덜그럭 덜그럭. 누군가 내 집을 뒤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이 비루한 집구석을 뒤지는 멍청이가 이 도시에 실제로 있다고? 방 구석에 놔뒹굴던 나무몽둥이를 들고, 발소리를 죽인체 방을 나서 시끄럽게 내 집을 뒤지는 녀석의 뒤통수로 천천히 다가갔다.이 거지같은 집에서 먼지를 훔쳐가게 될 미련한 멍청이는 무려 두명이나 되었다. 두건을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