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비디오 게임
- 스팀
- 건설
- 자전거여행
- 게임
- 블루_만추 #보이드_바스터즈 #시스템쇼크 #서바이벌_호러 #로그라이트 #한글화
- 등대지기
- 식민주의
- 로빈슨 크루소
- 장르_코드_전력_계절
- 재기드 얼라이언스 3
- 테라 닐
- 위버틴
- 장르_코드_전력
- 생태계
- 베데스다
- 전략
- 게임 디자인
- 칼럼
- 디볼버 디지털
- 노인
- 짧은리뷰
- 매드맥스
- 스타필드
- Today
- Total
네크의 무개념 분지
그러니까, 이건 농땡이 피우는 게 아니다. 애초에 사람 한명 오지 않는 외딴 도로변의 편의점이고 말이지. 상가(라고 할 것도 별로없는)의 다른 건물들은 다들 휴업을 했을 정도인데, 평범한 일상과 다름없이 영업을 하는 내가 농땡이를 피우고 있다는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숨이 턱턱 차오르는 집에서 도망쳐 값싼 산업용 전기로 에어컨을 돌리는 편의점의 카운터 뒤에 앉아있는건, 하나도 농땡이를 피우는게 아니라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게다가,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1주일째 발령중인 폭염경보를 뚫고 이 도로변을 찾아올 사람이 누가 있겠어. 마을사람도 해가 중천을 지나고 나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걸. 나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흥얼거리며, 카운터에 다리를 올리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그 전까지 위버틴 대륙이던 쥰-미르스 대륙이던 그 누구도 겪어본 적 없었던 거대한 규모로 치뤄진 2차 대전쟁이 끝난 뒤, 사람들을 많은 것을 잃었다. 명예, 신뢰, 믿음같은 추상적이지만 삶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에서부터, 팔, 다리, 눈과 같은, 명명백백한 신체의 일부분까지.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람들이 얻은 것 또한 분명히 존재했다. 평화와, 그 평화에 잠시나마 속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희망 따위의 것들 말이다. 전후 '피에 물든 십자'라는 이명으로 더 유명해진, 마족 출신의 클라우스 허트먼도 그런 희망의 한 종류였다. 전쟁이 끝나고 흘러나온 여러 루머들에 의해 이미지가 나빠진 마족의 프로퍼간다로써 대신 그가 부각된 것이라는 행간의 음모론이 존재함에도, 클라우스 허트먼이 전쟁 최전선에서 많은 이들의 목숨..
최초엔 뜨거운 용암만이 한가득이었다. 붉게 타오르는 용암이 뒤덮인 대지는 자연스래 땅과 하늘을 나누어 놓았는데, 지금의 대지마냥 산과 협곡이 어우러지기는 커녕 용암의 바다가 땅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용암의 열기는 식을 일이 없었고 그 위에 물을 부을 자도 하나 없었건만, 그 열기로 끓어오른 용암은 스스로 끓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커다란 용암방울을 만들어냈다. 터지지도 않고 부풀기만하던 용암방울은 커지고 또 커다래져만 가다, 이내 용암으로부터 스스로 멀어져 식어 굳어 최초의 산인 야르타가 되어버렸다. 식어버린 용암 뚜껑 위에 용암은 서서히 차오르다, 그 안을 모두 매우기 시작했고, 이내 열기가 가득 찬 야르타 산은 그 더위에 참지못하고 스스로 부들거리다 폭발하고 말았다. 아무것도 없던 공허한 어둠을 붉..
세상은 거짓말로 가득 차있다. 뭐가 선택된 용사라는거냐. 위기의 때에 나타나는 구원의 전사라는거냐. 내가 나고 자라온, 내 유일한 세상이 이렇게 불타오르고 있는데, 도대체 그 용사라는 놈은 어디있는거냐. 지금 불타고 있는 고향의 사람들은 그 전설만을 믿고 살았다. 수십년, 수백년, 수천년동안. [마왕이 태어날때, 여신의 선택을 받은 용사가 나타나리라.] 하지만 용사는 없었다. 마왕이나 여신과 마찬가지로. 실존하는건, 도적에게 돈을 받아먹는 썩어빠진 영주와 몰려오는 마물 무리에게서 창칼을 버리고 도망간 경비대 뿐. 그게 세상의 맨얼굴이었다. 이러한 비극을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위한, 지독한 거짓말로 가득 찬 세상의 맨 얼굴이었다. 그리고 모든게 늦어버린 그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
소년은 소녀를 보고 첫 눈에 반했다.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그렇기에 유효한 표현이었다. 처음 본 바로 그 순간, 소년은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가 그런 소녀를 발견하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의 산물이었다. 평소라면 소년은 절대 소녀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리라. 소년이 평소의 일과를 부수고 무너진 빌딩에 발을 디딘 것은 무언가를 찾아 나서기 위해서도 아니요 무언가를 발견하리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서도 아니었다. 단순히 자신이 한번도 그리해보지 않았다는 호기심이 소년을 자극했고, 사춘기 특유의 넘쳐흐르는 호르몬이 그의 뇌로 하여금 한때의 일탈에 눈감도록 만들었다. 소년의 개는 이를 매우 싫어했다. 개는 매우 단순했다. 개에게 있어서 호기심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이미 가까이 다가온 죽음을 자기 자신이 자초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