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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 더 울프 어몽 어스(The Wolf Among Us, 2013)

Nake 2014. 8. 8. 20:27




제작사 : Telltale Games
배급사 : Telltale Games
가격 : 24.99$
출시기종 : PC, Mac, XBOX 360, PS3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유명사인 Fables와 Fable Town은 한국 코믹스 번역명인 동화인과 동화망명시로 지칭했습니다.




<세상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사에 영향을 미치는 선택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을겁니다. 단 한번의 선택으로 위기의 빠진 세계를 구하거나, 모든걸 파괴하고 새로 시작할 초석을 마련할수도 있죠. 이런 행위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그 세상에서 결코 빠질수 없는 중요한 한 부분, 즉 주인공이라는 것을 자각 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RPG, 롤 플레잉, 다시말해 역할을 부여받아 플레이하는 장르인 RPG에서는 이 요소가 정말 중요하게 다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게서 부여받은 중요한 운명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었으니까요. 플레이어 자신의 중요함을 단순히 게임플레이에서만 느끼는 것 이 아니라, 더 나아가 게임 전체의 서사에서 중요하게 작용해 역사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느낌을 제공하니 말이죠. 때문에 이런 선택의 요소를 담고있던 RPG 게임들은 많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었고, 그중에서도 '폴아웃(Fallout)'이나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Planescape: Torment)'와 같은 게임은 '선택'의 요소가 게임의 중심을 차지하는 게임들은 각종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날히 게임이 발전하고 거대해져만 가는 요즈음, 이런 RPG적 선택의 요소은 장르간의 구별이 희미해져가며 다른 장르의 거대한 게임들에 필수 요소처럼 도입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며 선택하는 것은 이런 'RPG적 선택'과 비교하면 약간, 아니, 아무 많이 다릅니다.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만큼 거대한 파문을 남기는 큰 선택의 기회는 살면서 몇번 올까 말까 하는데, 이것보다 우리가 많이 하는 선택은 아침에 시리얼을 먹을까? 계란후라이를 할까? 아니면 굶을까? 같은, 시덥잖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면서도, 우리가 눈 여겨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이런 시덥잖은 선택을 하면서도 우리는 고민하고 갈등하며, 결국 어떤 한가지를 선택했을때 다른 한가지를 포기하게 되고, 작게는 그 순간만 영향을 미치고는 하지만, 그게 모이고 모여 더 크고 거대하게 쌓여 내 자신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내 주위의 사람들, 그리고 날 둘러쌓고있는 세상을 변화시키게 만듭니다. 이런 시덥잖은 선택의 매력이 바로 '워킹데드(Walking Dead)'에서부터 시작된 '텔테일 게임즈'의 매력이자, '더 울프 어몽 어스'의 주요한 재미이자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Badly ever after.>

'더 울프 어몽 어스'는 '페이블즈(Fables)'라는 이름의 그래픽노블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5권까지 출간되었는데, 훌륭한 원작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워킹데드'에서 스핀오프로 게임을 만들었듯 '텔테일 게임즈'는 '더 울프 어몽 어스'에서는 프리퀄이라는 방법을 이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나갑니다. 이런 '페이블즈'의 세계관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동화의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그 동화 말이죠. 현대의 뉴욕에 일반인들의 눈을 피해 숨어들어와 모여사는 '동화인들(Fables)'는 결코 이 곳에 놀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원래 살던, 우리가 아는 동화의 세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왕과 그의 군세에 멸망하고 쓰러져 버렸기에, 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피신하고 망명해 온 것이죠. 많은 이들이 죽었고, 살아남은 자조차 잃어버린 세계에 더 많은 상처를 남겨 놓고 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살펴볼 문제는 이것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적어도 이 게임에서는 말이죠.

뉴욕의 '동화망명시(Fable town)'에 망명해온 동화인들은 크게 세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이 속했던 동화가 유명했는가? 동화세계에서 망명했을때 온전히 들고 온 것이 있는가? 그리고, 인간인가? 

동화가 유명하명 유명할 수록, 그 동화의 동화인은 쉽게 죽지 않습니다. 애초에, 동화인은 거의 불사신에 가깝지만,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면 동화의 인기가 생사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유명한 동화의 주인공은 머리가 부서져버리고 총을 맞아도 살아남지만, 잊혀지고 잘 알려지지 않은 전승의 주인공들은 순식간에 죽어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고는 합니다. 또한 망명한 후의 재산도 중요합니다. 많은 동화의 주인공들이 그들 자신의 세계에선 왕이고 또 공주였지만, 목숨만을 겨우 건진 수많은 동화인들은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정도로 빈곤하게 살아가고 있고, 몇 안되는 푼돈벌이로 겨우 먹고사는 것이 실정입니다.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챙기는데 성공한 '푸른 수염(Blue Beard)'나, 강력한 마법적 능력을 지녔던 수많은 마법사들과 마녀들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그 동화인이 인간인가 아닌가 입니다. 동화망명시는 원칙적으로 거주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지만, 동화인의 존재를 일반인으로부터 감추기 위해 인간형이 아닐경우 교외에 마련된 농장에 살도록 요구되어집니다. 문제는 이런 인간형이 아닌 동화인들 또한 이성과 감정을 가진, 다른 동화인과 다를바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런 이들이 동화망명시로 오기 위해서는 막대한 댓가를 치르고 마법사나 마녀에게서 변이마법을 사야만 하는데, 이는 대다수 동화인들의 빈곤한 주머니 사정을 고려했을때 막무가내나 다름 없는 요구죠. 동화망명시를 강제로 떠나거나, 막대한 빚을 지거나, 양자택일의 상황에 겪은 동물형 동화인들은 이런 정책을 펼치는 인간형 동화인들과 깊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갈등 - 우리의 주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

이런 차이가 불러온 동화인들 간의 갈등을 조율하고 동화인이 저지른 부당한 범죄행위등의 치안 유지를 맡고 있는 것은 바로 주인공, 보안관 '빅비(Bigby the Wolf)입니다. 하루 종일 싸구려 담배를 입에 물고 다니는 '빅비'의 정체는 수많은 동화에서 등장하는 '크고 나쁜 늑대(Big Bad Wolf)'죠. 수많은 동화인을 먹어치우고 공포에 빠지게 만들었던 그는 동화망명시가 만들어질때 같이 세워진 조약에 의해 과거의 죄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가 남겼던 공포와 악행은 사라지지 않았고, 다른 수많은 동화인에게서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잡게 되고 큰 갈등의 골을 깊게 파놓았죠. 이는, '빅비'를 다른 동화인들 사이에 큰 거리감을 주게 만들고, 어느정도 그를 소외되도록 만듭니다. 문제는, '빅비'가 동화인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조율해야하는 보안관이라는 입장이라는거죠. 동화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아야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동화인들과의 거리감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닙니다. 어느날 벌어진, 한 -잘 알려지지 않은 동화의 - 동화인의 잔인한 살인사건과 그 밑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를 파해치기 위해선, 더욱 더 나쁜 요소입니다. '빅비'가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이 거리감을 메워야하고, 이를 무엇으로 메울것인지 선택해 나가는 것이 이 게임의 본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사람과 사람의 거리감은 이미 '워킹데드'에서도 어느정도 다루던 부분이고, '텔테일 게임즈'가 자주 사용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나'는 '네'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나의 어떤 말이 상대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모르고 아무 의미 없는 대사가 큰 복선으로 작용할지 모릅니다. '울프 어몽 어스'는 '워킹데드'처럼 생사가 극적으로 갈리고 상황이 급박하게 갈등으로 치닿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워킹데드'를 즐긴 팬은 '울프 어몽 어스'에서 조금 더 여유롭게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좀비 사태 이후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단순하게 초기화되어 상당히 단순해졌던 '워킹데드'와 달리, '울프 어몽 어스'에서 빅비는 다른 동화인들이 동화망명시로 망명해온 이후에 무슨 일을 겪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인간관계의 실타래를 풀어가며 '빅비'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갈등과 그 갈등 속에 숨겨진 음모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울프 어몽 어스'가 서스펜스 스릴러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아주 효과적인 장치로써 기능합니다. 누가 범인인지, 원인은 무엇인지, 이런 모든 사실이, 진짜로 모든 일이 밝혀지고 드러나기 직전까지 결코 알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거대한 스릴러속에서 플레이어는 여러가지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선택들은 'RPG적 선택'들과는 거리가 상당히 있습니다. 시덥잖은, 적어도 '빅비'에게는 시덥잖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사건의 베일을 걷기 위해, 그리고 '빅비'와 다른 동화인 사이의 거리를 다가가기 위해서 '빅비' 자신이 옛부터 가지고 있던 본능과 폭력으로 공포를 심어줄지, 아니면 신뢰받는 보안관으로써 이성적인 대화와 태도로써 다가갈 것인지 플레이어는 선택해야합니다. 결과론적인 측면, 다시말해 엔딩의 시점에서 보았을때, 이런 선택들은 엔딩이 단 하나라는 점에서 별 의미가 없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RPG적 선택'에 익숙한 플레이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과정, '빅비' 자신과 그가 사는 동화망명시의 주민과 동화망명시 그 자체에게 있어서는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빅비의 태도에 따라 다른 주변인물들의 태도와 입장은 바뀌고, 이는 '워킹데드'에서 그랬듯 '울프 어몽 어스'의 세계를 살아 숨쉬게 만듭니다. 플레이어가 이전에 한 사소한 말이나 행동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한상 같은 반응만을 내보이는 RPG의 NPC들과는 다르게 말입니다.





<코믹스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울프 어몽 어스는 담고있다>


이 살아 숨쉬는 세계를 한층 더 아름답고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울프 어몽 어스' 특유의 디자인에 있습니다. 카툰렌더링에서 한층 더 나아가 독특한 명암 대비 등의 시각적 요소는 많은 사람을 '울프 어몽 어스' 특유의 마력에 빠지게 만들고는 하죠. 세밀하고 아름다운 원작, '페이블'과 비교해도 결코 꿀리지 않을 이 특별한 세계는 몽환적인 사운드트랙과 조합되어 최고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발전해 나갑니다. 아니, 더 이야기 할 필요도 없이, '텔테일 게임즈'가 그들의 초기작인 '샘 & 맥스'에서부터 환상적으로 만들었던 인트로 시퀀스를 통해, '울프 어몽 어스'의 아름다움을 대변할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물론, 10여시간의 플레이타임동안 실망스러운 점이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살인 사건이 거대한 음모로 발전해 나가는 부분에서 게임은 어느정도 루즈해지는데, 특히 에피소드 2와 3이 그 루즈함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원작을 이미 읽은 게이머에게 많은 인물들과 이야기의 결말을 예측 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풀리기도 하죠. 하지만 이 부분을 게임의 오리지널 캐릭터로 상당부분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원작에 등장하지 않은 이 캐릭터들은 '텔테일 게임즈'에게 있어서 마음껏 가지고 놀다가 휙 던져버릴 수 있는 부담없는 장남감으로써 주어졌고,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원작을 읽은 팬이라 할지라도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풀려나갈지 알 수 없게 만듭니다.  유명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미국의 각종 괴담과 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 오리지널 특유의 매력을 주어준 것 또한 좋았구요. 이런 수많은 이야기들과 동화의 배경에 대해 잘 모르는 게이머들을 위해서, '텔테일 게임즈'는 언제든지 메인 매뉴를 열고 지금까지 만난 동화와 동화인들의 뒷 이야기들의 해설을 따로 마련해 둔 점은 '울프 어몽 어스'는 물론 원작이 가지고 있던 단점까지 배려하는 훌륭한 부분입니다. 이를 통해 익숙하지 않은 설화의 동화인들이라 할 지라도,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느정도 유추하게 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거대한 서사가 아님에도 게임은 충분히 재밌고 훌륭할 수 있다>

이 게임은 분명 수많은 멀티엔딩을 지닌 그런 RPG 게임이 아닙니다. 하지만 '워킹데드'가 그랬듯 이 게임은 당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게임이죠. 화려하고 웅장한 스페이스 오페라나 근엄하고 운명적인 중세 판타지와는 분명 다르고, 그것의 재미도 주지 못하지만, 그럴 필요 또한 없지 않나요? '텔테일 게임즈'는 대화속에서 스릴과 긴장감을 제공하고 있고,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살아있는 세계와 이야기, 그들, 즉 우리 자신만의 설화(Fable)을 만들어 나갑니다. 전  굳이 여기서 RPG적인 요소를 찾고싶지는 않습니다. RPG에서 조차, '울프 어몽 어스'가 주는 재미는 찾기 힘드니까요. 그래서일겁니다. 제가 '울프 어몽 어스'의 다음 시즌과, '텔테일 게임즈'의 다음 게임을 기다리는 이유는 말이죠.



가격 - 24.99$

한줄평 - 결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결말을 맞지 못한 동화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훌륭한 서스펜스 스릴러

평가 - 50000원

호불호요소

TV  수사극의 팬이라면... +2000\
아트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면.. +4000\
원작 '페이블'의 팬이라면.. +6000\
게임 '워킹데드'를 재밌게 했었다면.. +5000\

멀티엔딩과 극적인 선택을 원한다면.. -5000\
게임 '워킹데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5000\
저는 영어를 모테요 (특히 리스닝!) -5000\


 
Review by 네크 
스크린샷 출처 - 구글 검색


p.s 군대에선 사진 업로드가 안되서 급하게 img src로 때워 넣었습니다.
휴가나 외박 나가게 되면 제가 찍은 사진으로 수정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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