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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의 무개념 분지
"피고인, 최후 변론 시작하세요."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난 내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고!" "정숙! 정숙하세요. 피고인. 피고인은 아직도 지금까지의 재판을 수긍하지 못하는 겁니까? 당신이 가져온 무분별한 권능 남용으로 인간 사회에 얼마나 많은 혼란과 혼돈을 초래했는지 아직도 깨닫지 못한거냐구요. 원고측에서 제시한 수많은 증거는 이미 증빙이 끝난 상태이며 거기에 대한 사실관계를 피고인측도 긍정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건, 후…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하지만 제가 모든 사실관계를 인정했음에도, 전 무죄입니다. 전 모든 신으로써 한번쯤 받게 되는 권리를 행사했을 뿐입니다. 인간을 향한 시련 말이죠. 저는 - 이미 수없이 언급했듯 - 인간이 흔히들 가지고 있는 성별에 대한 무의미한 편견이 인간 사회를..
눈이 내려요. 춤을 추는 것 같은 함박눈이 내리네요.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더없이 어울리고 적확한 표현이기도 해요. 나름의 리듬을 가지고 흩날리는 눈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설레오네요. 정말 감성적이라구요? 후후후. 그렇진 않답니다. 전 정말 이해타산적인 소녀라구요. 아름다운 눈에 감격해 즐거워지는 소녀는 아니에요. 물론 제가 보고있는 밤하늘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도 아니지만요. 차 한대 다니지 않는 고요한 거리, 소복히 쌓인 눈을 비추는 주황색 가로등이 공중에 부유하는 함박눈과 저어 멀리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의 배를 비추우고 있지만, 그 장관과 제 기대는 전혀 다른 문제랍니다. 제가 눈을 좋아하는건 눈 그 자체보다 눈의 상징 때문이에요. 그게 무어냐구요? 당연한거 아닌가요? 눈송이가 뜻하는 것은 바로 추운..
"트라우마는 잘못 쓰이고 있는 말이야." 사냥꾼이 말했다. 가뜩이나 더럽게 추운 숲 속에서 왜 갑자기 그런 말을 꺼냈는지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숨을 낭비했다간 금새 내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그냥 그가 하는 말을 잠자코 듣기만 했다. "정확한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알고있나?" 묻지마. 젠장. 다행히도 침묵은 그에게 긍정의 의미로 통하는 단어였나보다. 그는 말을 이었다. "트라우마란 육체적인 부상을 이야기하는 단어였어.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내, 외상을 통칭하는 단어였지. 요즘에 쓰이는 용법과도 같이, 과거에 있었던 심리적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트리거 따위를 의미하는 모호한 단어가 아니었단 말이지. 물론, 원래 그랬다는거지, 지금의 트라우마에 그런 정신적 요인이 부재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말야." 잘나..
바람이 불었다. 세는게 불가능한 포탄에 벌거숭이가 되어버린 산등성이에서 그 바람은 지독한 먼지바람이 되어 참호 안의 병사의 눈을 찔러왔다. 능선 밑의 적들을 지켜보는게 그들의 임무였음에도, 병사들은 참호 아래 몸을 숨겨 그 바람이 지나가길 빌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전쟁에 몸을 담근 베테랑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모래바람이 멎을리 없다는걸. 전쟁이 그리하듯. 아직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지는 않은 건너편 산을 바라보며,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담배 가진거 있냐?" 두시간만의 말소리에, 두려움에 덜덜 떨고있던 신병은 얼빠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말을 더듬으며 답했다. "아, 없, 없습니다." "없어? 보급은 어쩌고." "저, 그- 제가 비흡연자라서…" "헹, 재미없구만." 가슴팍의 주..
"딩동! 딩동!" "갑니다, 가요." "딩동! 딩동!" "...그냥 벨을 눌러." "딩동! 디잉도옹!" "입으로 말하지 말고. 으휴." (기계식 자물쇠가 말끔하게 움직여 찰칵하고 열리는 소리. 잘 기름칠된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 끼익, 하고 천천히 열리는 소리.) "또 뭘 하-" "짜잔~!" "...뭐야." "헤엥, 반응이 왜그래?" "어..." "...너무하네, 이래도 반응안하는거야?" "뭐, 너라면 별로 이상하진 않다고 생각해서." "'너라면'이라니, 정말 너무하네!" "여장을 해도 별로 이상하진 않다 생각해서." "후후, 이쁘지? 안그래?" "어..." "어...? 어, 하고 뭔데?" "그냥 그러네." "아 진짜!" "빨랑 들어오기나 해. 물 마실거야?" "주스 있지?" "없어. 있어도 안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