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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의 무개념 분지
열두번째 가문의 장자의 테오발도 헤더필덴이 해를 집어삼킨 갈색곰을 사냥하고 태양을 되찾은 이야기는 모두 잘 알고 있을거야. 되찾은 해를 품고서 떠난 오랜 여정 끝에, 테오발도의 노력으로 찬란한 태양은 하늘에 다시금 떠올라 어둠이 집어삼키고 있었던 도시들을 다시 비추었지. 사람들은 이를 깨닫고는 즐거히 노래 불렀어. “위대한 테오발도! 위대한 열두번째 가문, 헤더필덴의 테오발도!" 진이 모두 빠진 테오발도는 자신을 칭송하는 사람들 사이로 걸어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고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어. 그리고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어. 사람들은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모든게 다 괜찮아진줄로만 알았어.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새로이 찾아온단다. 언제나. 너무 오랬만에 떠오른 태양이기에,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는데에는 많은 ..
테이블 옆에서, 이성인(異星人)은 칼을 갈았다. 청록색을 띈 매끈한 피부와 약간 길게 찢어진 눈매를 제외하고는 인간과 크게 달리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테이블 위에 묶인 인간에게도 명확히 그 의사를 전달했다. 치잉. 치잉. 칼날이 내는 날카로운 비명조차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자, 이제 네 재갈을 풀어줄거야. 하지만 네가 비명을 지르지 않겠다고, 발버둥 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에만 풀어줄거야. 그렇게 해줄 수 있어? 나하고 약속할 수 있어?" 자장가를 들려주는 부모처럼 자근대는 목소리로 테이블 위의 여성에게 속삭였다. 여성은 미세하게 떨면서도, 자신의 얼굴 바로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일수 조차 없었다. 이마마저 꽁꽁 묶여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인은 그 끈을 ..
가로등 아래 하루살이가 허공을 휘저었다. 수천마리는 되봄직했다. 이 골목에 하나 있는 가로등이니 당연한걸까. 분명 이 하루살이들은 짝짓기를 위해 불빛을 향해 모여든다고 했었나. 그런 걸로 따지면 여기는 이 근방 하루살이에게 있어선 만남의 광장인 모양이었다. 오래된 생각이다. 내가 그 가로등 아래에서 하루살이를 바라보며 뭘 하냐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었다. 후끈한 열대야를 피해서라고 이야기 해도 될까. 집에는 멀쩡한 에어컨과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되도 않는 변명이지만. 게다가 밖이라고 해서 시원한 것도 아니었다. 태양만 없었을 뿐, 따뜻하게 덥혀진 끈적한 공기는 낮이고 밤이고 똑같이 기분나빴다. 격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니었건만 티셔츠가 촉촉히 젖어 몸을 감싸안으니 그 불쾌함은 배가 되..
시야의 끝에서 해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다. 한시간 전의 하늘과는 매우 대비되는, 강렬한 붉은색의 노을이 붉은 사막을 뜨겁게 불태우는 것만 같았다. 피투성이가 된 남자는 절벽 끝에 걸터앉은 체 그 석양을 말없이 지켜본다. 그렇게 1분 정도 거칠게 숨을쉬다 그제서야 깨달았다는 듯 가슴팍에서 궐련을 꺼내 입에 물고 성냥을 꺼냈다. 칙- 하는 특유의 마찰음과 함께 불타오는 성냥개비의 불꽃을 궐련의 끝에 대고 숨을 빨아들이자 노을 못지않은 붉은 색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특유의 독하지만 그럼에 매력적인 향의 연기가 대기를 향해 흩어졌다.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에는 여성이 누워있다. 다른 인종, 아마 다른 문화와 다른 사회에서 왔으리라 생각되는 여성이었다. 외견으로는 소녀가 적확할지도 모르는 외견이었지만 그녀는 ..
가난은 단순히 재물이 부재함을 이르는 단어가 아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것조차 가지지 못함을 이르는 단어다. 숨쉬는 것 조차, 가난을 안은 자들에게는 사치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가난했다. 이 어두운 던전 속에서. 우리가 가진 것이라곤 몸뚱아리 위에 걸친 무구와 지금 당장 꺼져도 이상하지 않을 화톳불의 흔적 뿐이었기에. 그렇다. 우리에겐 희망조차 없었다. 죽어가는 나병 환자조차 잃지 않는 그 희망을 우리는 이 던전 깊숙한 곳 어딘가에 놔두고 말았다. 방황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습게도, 우리는 목표를 향해 똑바로 전진하고 있었다. 실패일랑 하지 않고 똑바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나? 제프리가 멍한 눈으로 화톳불을 쑤셔댔다. 꺼져가는 불씨가 겨우 숨이 틔였다는듯 화악하고 밝게 빛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