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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의 무개념 분지
[시간을 훔쳐드립니다] 그 수상쩍은 건물의 간판엔 그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왜 그 간판에 눈길이 간건지는 잘 모르겠다. 친구와의 약속이 파토나버려, 어이없을정도로 너무 많이 남아버린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도시의 골목을 방황하다 마주친건 알겠는데. 아, 조금 주위를 둘러보자, 시간을 훔쳐준다는 가게와 그 간판이 그 골목에 있는 다른 건물과는 무언가 다른, 묘한 위화감을 풍기고 있기 떄문이라고, 어렴풋이 깨달았다. 이름이 특이한 것도 있지만, 다른 건물과 비교했을때 아주 미묘하게 젊어보여서 그런건가. 그렇다고 하기엔, 그 가게만 따로 떼고 봤을때 새로 지은 건물이라는 느낌조차도 들지 않긴 했지만.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액정화면을 켜보았다. 아직 오후 7시. 비실비실한 겨울해는 이미 땅 밑으로 꺼진지 ..
"이 곳이 바로 그 유명한…""그렇게까지 유명한 곳은 아니에요. 그래서도 안되는 곳이고 말이죠."안내역이 길고 매끄러운 장발을 귀 뒤로 넘기며 수줍게 말했다. "내 말이 뭔지 알고 있잖나. 이쪽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곳은 전설이나 다름없는 곳이라고. 도시전설이라 치부하는 이도 있지만 이 세상과 수많은 악 사이에 있는 유일한 장벽이자 파수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믿어의심치 않았네. 그리고 살다보니 그곳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될 줄은 몰랐지.""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부디 밖에서는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아주세요. 이 전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비밀이니까요.""물론이지. 나또한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네."안내역은 그 말을 듣고 방긋 웃은뒤, 문을 열었다...
그렇게, 반쯤 세워진 엉성한 계획은 완벽하게 작동했다. 나와 폴리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설에 들어가는건 초대받은 집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쉬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누구도 멜의 계획이 성공하리라 믿지않았다. 아니, 정문으로 쳐들어가 노크를 하자고? 조잡하게 해킹된 인사기록부를 믿고서? 자살행위잖아!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말했잖아. Easy-Peasy-" 하지만 그 계획은 성공했고, 보다시피, 멜은 의기양양해져 있었다. "-Lemon-Squeezy, 그래, 잘났다 멜. 그래도 긴장을 풀지 말라고. 여긴 적지라고." "폴리, 그렇게 긴장을 할수록 오히려 의심하게 된다니까. 날 잘봐. 홀라! 친구, 잘 지냈어?" 아니, 그래도 그렇지,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리처드가 붉은 현자에게 물어왔다. 붉은 현자으로서는 처음으로 듣는 질문이었다. 아니, 비슷한 질문은 여러번 들어왔지만 질문의 본질은 그 질문들과는 달랐기에, 리처드의 질문은 현자에게 있어서 생소한 질문이었다. 붉은 현자는 비슷한 뉘앙스의 다른 수많은 질문들을 떠올렸다. 예를 들자면, '인간은 왜 사는가'나 '인간이 운명을 좇는 이유'같은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질문들이었다. 현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붉은 현자는 그런 질문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의 별명을 착각하고 던진 질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현자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연유를 생각하면 당연했다. 붉은 현자에서의 현자란, 철학자로써의 현자가 아니라 수많은 경험과 인간이 저지른 시행..
척박한 땅에 발을 딛는다. 이전엔 아스팔트였을, 거대한 강철의 말이 힘차게 달렸을 그 옛 가도에 묵직한 부츠가 착지하자 켜켜히 쌓인 먼지와 삭아버린 아스팔트가 산산히 부서져 인상깊은 자국을 그 자리에 남겼다. 한걸음 한걸음 쉬지 않고 걸어왔기에 방랑자의 뒤에는 방랑자의 발자국만이 한없이 늘어져 있었다. 비라도 한차례 시원하게 내려줬다면 좋겠지만 하늘을 지독히도 뒤덮은 구름은 인상을 한없이 찌뿌리기만 할뿐 별써 몇달째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고 있지 않았다. 방랑자는 그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무심코 하고 있었는데, 비가 오지 않는한, 누군가 이 땅을 디디고 섰다면 그 흔적이 분몀 남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막연한 희망이라는건 알고 있었다. 이 땅에 다다른 이후로 그런 흔적일랑 본적 없었다는 경험이 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