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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의 무개념 분지
별의 바다와 열두 이름들 이야기 본문
이 땅에 사람이 딛기 전, 수많은 배가 하늘을 항해했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 중 한 배에는 왕과 왕을 돕는 열두 이름들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몇번의 세대를 거쳐 하늘 위에서 살아갔기에, 그들은 그들의 시작을 잊어버렸고, 다른 배들도 잊어버렸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 그들의 배는 혼자가 되었다. 왕은 혼자가 아니었고, 현명했기 때문에 다른 열두 이름들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귀기울여 들여 갖은 폭풍과 고난에 굴하지 않고 계속 배를 몰았다. 하지만 왕은 고심했다. 자신이 늙어감을 시간이 지날수록 느꼈기 때문이다. 왕의 생명은 스스로의 손에서 흘러내려 스려져갔고, 숨을 내쉬고 들이쉼에 닳아만 갔다.
결국 왕은 말했다.
"내 죽음이 멀지 않았다. 배를 대고 장례를 치를 때가 되었다."
열두 이름들을 가진 사람들은 슬퍼했지만, 그들 자신도 이 결과가 다가오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혼란에 빠지지는 않았다. 처음에 그들은 시작의 땅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너무나 오래되었고 그곳을 기억하는 이들이 없었기에 아무도 돌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또한 그 항해 도중 왕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내 그들은 배를 댈만한 땅을 발견했다. 거대한 배는 하늘에서 내려왔고, 그 과정에서 배는 망가지고 말았지만, 왕과 열두 이름들을 가진 사람들은 살아남았다.
그들이 선 대지는 검은 흙과 푸른 나무와 청명한 바다가 가득찬 곳이었다. 공기는 맑았고 바람은 거칠었다. 왕과 열두 이름들을 가진 사람들은 결코 보지 못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들이 결코 상상하지 못한 곳이었다. 왕은 그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고, 곧 슬픔에 빠졌다. 이 땅 위에 살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았음에 통곡했다.
그래서 왕은, 배의 심장을 뽑아내 집어 삼켰다.
그 순간, 왕은 열두 이름을 가진 사람들과 예전의 그 자신과는 다른 무언가가 되었다. 그는 땅 속에서 용암을 끌어냈고 하늘 높은 곳에서 서리를 불어냈다. 해가 뜨고 질때 낱알이 거목이 되고 다시 거목이 낱알이 되는 신기도 펼쳤다. 항해 이전과 이후 그 어떤 이도 하지 못했었던 일이었다. 열두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왕을 경배했고, 그의 이름을 높이 외쳤다.
하지만 그가, 왕이 다시 열두 이름들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듣는 일은 없었다.
"나와 다른 너희들은 그저 내 배풂에 감사하며 살아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것이 나의 뜻이다."
왕은 말했다.
열두 이름들을 가진 사람들은 왕을 놔둔채,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왕은 애초에 열두 이름을 가진 자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기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열두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반목했다. 각자의 이름에 따라, 각자의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첫째 이름을 가진 자가 말했다.
"첫째 이름을 선원들로부터 물려받은 자로써, 지금의 왕의 행위는 불경하다고 생각하오. 배는 언제나 열두 이름들을 가진 사람들의 신중한 논의아래 왕의 중재로 항해해왔는데, 배가 정박했다고 해서, 배의 심장을 집어삼켰다고 해서 그 전통이 무의미해진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오."
둘째 이름을 가진 자가 반박했다.
"배는 정박한게 아니잖소? 배는 부서졌소. 그것도 처참히. 두번째 이름을 가진 선원의 자식으로써 장담할수 있소. 설사 왕이 삼킨 심장을 꺼내 다시 박는다 할지라도 지금 우리의 능력으로는 배를 띄울수도, 하늘을 항해할수도 없소. 때문에 전통은 더 이상 존재한다고 할 수 없소. 이는, 다시말해 지금 왕의 행위가 전통에 부합한다고 할 수 조차 없다는 이야기오."
셋째 이름을 가진 자가 물었다.
"그렇다면, 계속 왕이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게 놔두어야한다는 이야기오? 지금 그는 전능하지만, 동시에 늙었소. 우리를 위한 것이라고 그는 이야기하지만, 금새 우리에게 칼날을 겨눌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되오. 셋째 이름을 가졌던 자들에게 내려져 오는 말이 있소. 잘 벼려진 칼일수록, 고기를 자르기에 유용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자르기에도 유용한 법이오."
넷째 이름을 가진 자가 설득했다.
"하지만 우리의 존재를 계속 알려주는 한, 그는 열두 이름을 가진 자들을 잊지 않을 것이오. 그가 우리를 잊지 않는 한, 그는 언제나 그의 전지 전능한 능력으로 우리를 보살필 것이오. 그가 죽는다 하더라도, 그의 보은을 다른 열두 이름을 가진 자들에게 나누어주지 않으리란 법도 없지 않소? 난 왕을 알고 있소. 왕의 고귀함을, 그 현명함을, 넷째 이름을 가진 자와 또 그 넷째 이름을 걸고 맹세할수 있소. 그가 우리에게 했던 일들은 언제나 모두를 위한 일이었소. 하늘에 있을때나, 땅에 내려왔을때나."
다섯째 이름을 가진 자가 비웃었다.
"헛소리. 그는 우리를 보고있지 않소. 우리라는 종의 보존만 안위하고 있지.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가 신경쓰는 것 같소? 그는 열두 이름이 잊혀져도 아무런 상관조차 하지않을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소. 다섯째 이름을 가진 자들이라면 다 알테지. 기억나시오? 창공을 누비던 시절, 우리말고도 수많은 동포가, 수많은 이름이, 수많은 땅을 향해 나아가던 때를? 하지만 결국 남은 배는 없고, 남은 이름은 열둘이고, 남은 땅은 하나요. 우리마저 잊혀지지 마라는 증거가 어디있소?"
여섯째 이름을 가진 자가 동조했다.
"맞소. 왕은 더 이상 우리의 이야기를 듣지 않소. 우리를 위한다고 이야기하고, 우리에게 배푼다고 이야기하지만, 만약 그가 심장을 삼키지 않았다면 그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오? 왕은 결코 여섯째 이름을 지녔던 선조들의 말들을 무시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오. 한명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자는 모든 목소리를 듣지 않게 되는 법이지. 결국에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한채 그 자신을 파멸시킬 것이오. 그만한 힘을 가진 사내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면, 그와 함께 얼마나 많은 것이 파멸될지 상상도 하기 싫소."
뜨거워진 분위기를 식히려, 일곱째 이름을 가진 자가 말했다.
"자, 자, 진정들 하고. 결국 넷째 이름을 가진 분 말고는 전부 왕의 행동이 잘못됬다고 생각하는거지 않소? 그럼 일곱째 이름을 가진 사람들 또한 왕의 행동에 반대하오. 많은 이들의 반대를 무릅쓴 자의 결말은 결코 올바르게 끝나지 않을테니."
여덟째 이름을 가진 자는 그 말을 듣고 폭소했다.
"그걸 지금 의견이라고 내놓는거요? 하하! 역시 일곱째 이름을 가졌던 선원의 아들들답소. 비열한 기회주의자들 같으니라고! 많은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야할 일이 이 세상에는 있는 법이고, 그 일로 인해 세상은 변화한다오! 그것을 세간에선, 결단이라고 부르지! 지금 여러분은 단지 왕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왕을 반대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오! 생각해보시오. 왕은, 심장을 먹은 그 순간부터 왕이 아니게 되었소! 그가 어떤 일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오! 어떤 번영을 가져올지, 혼란을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오!"
아홉째 이름을 가진 자는 잠자코 듣더니 이야기했다.
"그럼, 여덟째 이름을 가진 자들은 왕에게 찬동하는 것이오? 단지 일곱째 이름을 가진 자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덟째 이름을 가진 자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물론 아니지.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소."
아홉째 이름을 가진 자는 분노를 머금은채 소리질렀다.
"그렇다면 닥치시오. 우리는 우리 모두의 운명을 논하고 있소. 만약 이 자리가 우리 아홉째 이름을 가진 자들의 운명만을 논했다면 이렇게 분노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잖소? 분명, 나는 여덟째 이름을 가진 자가 한 말이 맞다고 생각하오. 왕은 심장을 집어삼킨 그 순간부터 왕 그 자신과도 다른 무언가가 되었소. 셋째 이름을 가진 자가 방금 말했지, 잘 벼려진 칼일수록 사람을 자르기에 유용하다고. 그렇다면 아홉째 이름을 가진 자로써 나는 왕에게 반기를 들지 않겠소. 그는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오. 하지만 그는 우리를 너무나 가벼이 상대할수 있지.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말이오. 승기도 없는 싸움에 목숨을 거는 멍청한 짓 따위에 아홉번째 이름을 가진 자들을 모두 허비할수는 없소. 마지막 한개의 이름만 남는다면, 그것은 우리가 될 것이오."
열째 이름을 가진 자가 이윽고 말했다.
"아홉째 이름을 가진 자가 거칠게 말하긴 했지만, 열째 이름을 대대로 물려받은 이로써 지금 우리가 그 어느때보다 신중해야한다는 사실에 동의하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자를 마주하고 있다오. '자'라고 표현할 수 있을 존재조차 의심이 가는 상황이지. 때문에, 난 지금 당장 대처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 심장을 삼킨건 왕이지 우리가 아니오. 그가 독을 삼켰는지 약을 삼켰는지는, 시간이 증명할 것이고, 그 시간동안 우리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것이오."
그리고 모든 시선이 열한째 이름을 가진 자에게 쏠렸다. 그는 말했다.
"우리는 침묵할 것이오. 열한째 이름을 가진 나와 다른 모든 이들이 그러한 것 처럼. 우리는 침묵할 것이오."
그 순간, 열둘째 이름을 가진 자가 회장을 박차고 나왔다. 그는 속에 단검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는 왕으로 찾아갔다. 왕이 미처 그를 바라보기 전에, 열둘째 이름을 가진 자는 왕을 찔렀다. 그리고 왕의 목을 잘라내 땅 위에 던졌다. 뒤늦게 들어온 다른 자들은 경악했다. 열둘째 이름을 가진 자가 단상 위로 올라가 말했다.
"결국 그조차 사람이었소."
그리고 열둘째 이름을 가진 자는 단상에서 내려와 말했다.
"자, 우리는 이제 다 같은 땅에 서있소. 더 이상 하늘을 항해하는 것은 불가능하오. 우리 위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이름뿐이오. 누군가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은 그만 할 때요. 이제는 스스로 행동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요. 그렇기 위해서는, 더이상 우리의 이름 말고는 다른 그 누구도 우리 위에 군림해서는 아니되오. 때문에 이 자의 피를 마시고 서로에게 맹세합시다. 이 땅을 사랑했지만 그럼으로 인해 이 땅에 위협이 될 뻔 했었던자를 위해. 우리 자신의 이름이 이 땅 위에서 스러지고 잊혀지지 않은채 굳건히 살아가가기 위해. 그리고 그 것을 뼛속 깊숙히 새겨 결의했고 이를 이루었다는 것을을 우리 스스로가 증명해내는 그 날까지, 열두 이름은 이 땅위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열둘째 이름을 가진 자는 잔을 꺼내어 피를 그 잔에 담았다.
"왕이 사랑했던 이 땅을 위해."
다른 열한개의 이름을 지닌 자들도, 그 잔을 손에 쥐고 잔을 들었다.
""왕이 사랑했던 이 땅을 위해.""
열두 이름을 지닌 자들이 그 피를 마시자, 그들 머리 위에 검은 뿔이 솟아 올랐다. 그리고 왕이 잠시나마 누렸던 전능한 권능의 티끌이나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열두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아들들과 딸들이 대륙 위에 번성하기 전, 열두 이름을 가진 자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자기 자신들을 하늘에 심는 것이었다.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자들을 인도하기 위하여, 초대 가주가 되었다. 그들은 하늘 높은 곳에서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도왔고, 그것에 만족했다. 그들의 인도로 인해 그들의 자식들은 왕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자손들은 그 권능을 마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은 열두 이름들의 자식들은 각각 열두개의 도시를 세웠고 열두개의 지방을 통치했으며 곧 열두개의 가문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시작의 열두 가문이 되었다. 또한 이렇게, 마족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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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왕을 사랑했고, 왕이 사랑했던 이 땅을 사랑했지. 하지만 그 땅위에서 살아가기 위해 왕은 너무 위험한 무언가로 변했고, 때문에 너무나 사랑했던 왕을 죽이고, 왕이 했어야 하는 일을 했지. 왕과 스스로를 희생해서말야."
난희는 말했다. 패트리샤는 물었다.
"하지만, 열둘째 사람이 너무 성급했었던거 아닐까? 결국 열두 이름들을 가진 사람들의 회의는 아무런 결과도 낳지 못한거잖아. 의사결정이고 뭐고 아무것도 아니게 된거야. 그냥 난상록이 된 것 뿐이지."
"맞는 말이야. 근데 나는 이렇게 생각해. 열둘째 이름을 가진 사람은 그 회의로 아무 결과도 도출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던게 아닐까? 실제로 이건, 구전되는 이야기일 뿐이야. 실제로 회의는 엄청나게 오래 지속됬었을 수도 있고, 서로 난장판이 됬었을수도 있었겠지. 거기에 진저리가 난 열둘째 이름을 가진 자가 행동을 취했을 수도 있고."
패트리샤는 턱을 괴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피오나가 끼어들었다.
"하지만 결국 왕은 열두 이름을 가진 자들을 사랑했던게 아닐까?"
난희는 새로운 의견에 놀란듯, 눈을 크게 뜨고 피오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전지전능했다면, 왕은 열둘째 사람을 바라보지 않고도 충분히 막을수 있었을거야. 아니, 회장에 가지 않더라도 열두 이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겠지. 하지만 왕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어떤 짓이든 할 수 있었을텐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거야. 왕은 땅을 사랑하는 것 만큼이나 열두 이름들을 사랑하고 있었겠지. 결국 왕의 죽음은 왕의 선택이었던거야.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이 아니게 되지 않도록, 열두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올바르게 살아갈수 있도록."
그리고 잠시 숨을 돌린뒤, 말을 마쳤다.
"게다가 그 스스로 이미 알고있었잖아. 스스로의 장례를 치뤄야할 때가 다가왔다고. 모든 사람은 죽기 마련이고, 왕은 자기 자신의 죽음을 잠자코 맞이한것 뿐이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