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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 보더랜드 2 (Borderlands 2, 2012)

Nake 2012. 10. 3. 08:50



제작사: Gearbox Software

배급사: 2K Games
발매일: 2012년 9월 18일 (북미) 20일 (한국) 가격: 59.99$ (스팀) 55000\ (한국)  
등급: 19세 이용가 - 폭력

가벼운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요즘 게임 회사들은 신규 IP(지적 재산권)로 제작된 게임을 출시하길 꺼려합니다. 대다수의 제작사가 규모가 무척 커져버린 탓에, 모험을 하기 힘들어진게 그 이유죠. 회사의 사활을 걸고 도박을 하기 좋아할리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잃을게 별로 없는 제작사에겐 모험이란 하지 않으면 안되는 길이기도 합니다. 외주 제작을 주로 맡고있던 기어박스 소프트웨어(Gearbox Software)에게도 모험은 당연한 길이었죠. 기어박스는 이미 밸브(Valve)의 명작, 하프라이프(Half-life)의 외전인 하프라이프 : 어포징 포스(Half-life : Opposing Force)와 하프라이프 : 블루 쉬프트(Half-life : Blue Shift)와, 하프라이프의 PS2 버젼 컨버팅, 그리고 카운터 스트라이크 : 컨디션 제로(Counter Strike : Condition Zero)에 참여하며 그 실력을 여실히 보여주었기에, 그들의 모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를 가져다 주었죠.

그리고 2005년, 기어박스는 브라더즈 인 암즈 : 로드 투 힐 30(Brothers in Arms : Road to Hill 30)를 발표하며 공전의 히트를 칩니다. 사실 발매 직전에는 당시 유행이었던 세계 제2차 대전 풍의 FPS라고 다들 생각했지만, 박진감 넘치는 연출을 통해 플레이어를 전투 속으로 집어넣는듯한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나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을 취함으로써 꽤나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브라더즈 인 암즈 : 로드 투 힐 30에선 캐릭터들에게 개성을 부여하고 전장이라는 혼란속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마치 드라마처럼 풀어나갔죠. 또한, 분대에게 명령을 지시하는 등의 전략적인 요소 또한 도입해, 특유의 재미 또한 잡는데 성공해 수많은 판매고를 올려냈습니다. 이런 성공에 속편이 따르지 않는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정도기에, 2편, 언드 인 블러드(Earned in Blood)와 3편 헬즈 하이웨이(Hell's Highway)를 잇따라 발매했습니다. 



<보더랜드는 그 어느 게임과 다른 특유의 감성을 지닌 게임입니다>

이 시점에서, 기어박스는 다른 회사처럼 지속적으로 브라더 인 암즈 프렌차이즈를 계속하며 수익을 계속 이어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대신 기어박스는, 다시한번 모험을 합니다. 그 전의 기어박스, 브라더즈 인 암즈에서 생각하기 힘들었던 분위기의 작품으로 말이죠. 바로, 보더랜드(Borderlands)입니다. 

보더랜드는, FPS치고는 매우 독특한 게임입니다. 다른 게임에서는 게임 외적 요소로 RPG, 정확하게는 블리자드(Blizzard)의 디아블로(Diablo) 시리즈와 같은 파밍(아이템 획득을 위해 몬스터 사냥을 반복하는 행위) RPG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통해 확고한 개성을 다잡으면서 큰 인상을 남겼죠. 거의 백만개에 이르는 수많은 총기들과 장비들, 그리고 개성있는 4명의 캐릭터들과 4인 코옵, 레벨링 요소, 그리고 수많은 몬스터들을 통해 방대한 세계를 구축했고, 이를 독특한 그래픽 디자인과 포스트-아포칼립틱하면서도 코믹한 분위기로 풀어내면서 많은 플레이어들을 보더랜드 속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발매 직후 보더랜드는 2백만장, 곧이어 3백만장이라는 브라더즈 인 암즈 이상의 판매고를 뽑아 올리며 엄청난 성공을 이뤄냅니다. 배급사 2K 게임즈(2K Games)에서는 바이오쇼크(Bioshock)에 필적할만한 수익을 냈다고 이야기 했죠. 이후 지속적으로 발매한 4개의 DLC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뽑아낸건 더 말할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내부엔 항상 장점만 있는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더랜드가 대중에게서 긍정적인 평가만을 이끌어 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FPS에 RPG를 결합시켰다는 요소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파밍형 RPG의, 몹 사냥 -> 좋은 장비 -> 더 강한 몹 사냥 -> 더 좋은 장비 -> .... 로 대표되는 순환 구조에 질린 사람도 있었죠. 또, 여러가지 사소한 문제, 예를 들자면 미니맵이 없다는 것과 개성이 부족한 장비 같은 문제 때문에 불편함을 토로한 유저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보더랜드에서 가장 크게 결여된 부분은 바로 '스토리'라는 점이었습니다.

보더랜드의 배경인 판도라라는 세계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요소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치 미국 서부의 골드러시를 떠올리게 만드는 채굴 열풍이 지나간 외계 행성 판도라는 각종 회사가 판치는 포스트-아포칼립틱 세계죠. 거주민의 절반이 미쳐있고, 나머지 절반은 회사에 고용된 용병이거나 혓된 꿈을 안고 판도라에 왔다 실패한 광부들입니다. 물론, 모든 거주민들은 총을 들고 있죠. 이런 코믹한 세계에서, 기어박스는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이에 플레이어를 몰입시키는데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판도라에 도착한 플레이어는 CL4P-TP라는 로봇을 만나 ECHO 장치를 받고, 이를 통해 신비로운 여성, 가디언 엔젤이라는 인물에게서 권유를 받아 볼트를 찾아 나섭니다.

200년에 한번 열린다는 볼트를 열기 위해 볼트키를 찾아나서도록 플레이어를 종용하는 일련의 과정은, 솔직히 말해 전혀 몰입이 되지 않습니다. 왜 가야되는지, 왜 가고있는지 정확하게 알수가 없어요. A에서 B로 가기 위해 아이템 C를 획득해 D에 꽃아넣고 B에서도 반복되는 지루한 동선의 반복이기 떄문에 스토리에 몰입할만한 틈을 주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이해시켜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NPC들은 개성이 넘치지만, 상호작용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구요. 물론, 파밍류의 RPG에선 스토리가 중심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더랜드의 경우엔 정도가 심했고, 거기에 볼트를 열었더니 약속된 수많은 보화는 온데간데 없고 괴물이 튀어나와 그것을 죽였더니 게임이 끝난다는 허무한 엔딩은 전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DLC는 황당한 설정을 부여하며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주었고, 엔딩 후의 이야기도 이해할수 있게 만들어 주었지만, 정작 메인 스토리였던 볼트나 가디언 엔젤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더랜드는 실망을 안기고 끝나는가 했죠. 하지만 놀랍게도, 기어박스는 2편을 들고왔습니다. 새롭게, 독특하게, 보더랜드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발전시킨 모습을 가지고 와서 말이죠.


<새롭게, 하지만 다르지 않게>

좋게 말하던 나쁘게 말하던, 보더랜드2는 보더랜드 1편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임입니다. 보더랜드의 기본적인 틀은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몬스터를 죽이고 거기서 더 좋은 장비를 얻고, 더 좋은 장비로 더 강한 화력을 뿜어 더 강한 적을 죽이고, 더 강한 적을 죽여 더 좋은 장비를 얻는 파밍의 순환 구조에 변한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2편에서는 새롭고 더 다채로운 패턴을 보여주는 수많은 적들이 추가되었고, 무기와 각종 장비는 그저 부품만 다른 것이 아닌 한눈에 어떤 회사에서 만들었는지 알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개성을 나타냅니다. 유니크 장비도 더더욱 늘어났고 이에 따라 개성넘치는 속성들도 늘어났습니다. 총알이 달지 않는 권총에서 부터, 맞으면 그 부분에서 튀어올라 2초뒤 터지는 총알도 있고, 아예 총을 쏠때마다 사이코가 비명을 지르는 총도 있습니다. 

난이도는 무턱대고 돌격해도 적을 거진 쓸수 있었던 전작에 비하면 확실히 난이도가 높아졌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적이 똑똑해졌어요. 전작의 밴딧을 대체하는 머라우더는 기본적으로 은-엄폐를 적극적 하는 덕에 죽이기가 쉽지가 않아요. 죽기 직전의 상황인 세컨드 윈드에서 적을 죽여야만 하는 보더랜드의 특성상, 은엄폐를 잘해서 죽이기 힘든 적은 곧 힘든 부활로 연결됩니다. 물론, 적의 공격력이 전작에 비해 더욱 더 아파졌다는건 더 말할것도 없구요. AI도 발전해서 뺑 돌아 계단으로 언덕을 올라가서 적을 도발하면 점프에서 올라올수 있는 적들은 굳이 돌아오지 않고 점프해 플레이어를 공격합니다.

하지만 이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파밍형 RPG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아이템이지만, 그 이전에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욕구는 바로 적을 사냥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를 더 실감나게 느낄수 있는 FPS라는 방법으로 표현한 보더랜드에서 다양하고 똑똑한 움직임을 한 적을 사냥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즐겁습니다. 물론 죽기야 하겠죠. 하지만 바로 그런 죽음에 굴하지 않고 적을 물리쳐 나가는 도전의식이야 말로 게임을 더욱 더 재밌게 만드는 것일 겁니다. 이런점에 있어서 1편에는 볼수없는 다양한 패턴의 적을 상대하는 보더2는 확실히 재미있습니다.

전체적인 밸런스 또한 기어박스는 손을 봤습니다. 전작에선 동급의 다른 종류 무기에 비해 별 쓸모가 없어서 버려졌던 로켓류가, 본작에선 막대한 데미지를 자랑하는 최종병기로써 등장하면서 로켓다운 로켓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대신 탄의 드랍율을 크게 낮추며 필요한 상황에만 쓰도록 제한을 걸었습니다. 속성 배율이 잘 붙지 않던 어썰트 라이플과 샷건류에도 전채적인 밸런스 조절이 이뤄져 균형잡힌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고, 차만 타면 모든 적을 쓸어버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던 로드킬이 삭제되어 차가 마냥 사기급 교통수단이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차량에 부딫이면 큰 넉백을 받고 오랬동안 누워있게 되지만, 전만큼 사기라고 하기엔 절대 무리죠. 


<부족했던 부분은 완벽하게 채워낸다>

하지만 위의 모든 것들은 전작에서 이뤄졌던 것들을 손보는 보수 차원에서 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아졌지만, 새루워진건 아니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1편과 달라진게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더랜드2는 1편과는 다른 게임이고, 더 나은 게임입니다. 기어박스는 2편을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쏟았고, 그 결실이 절실하게 보이는 부분은, 바로 전작에서 크게 비판받았던 스토리 부분에서 빛을 발합니다.

2편은 전작으로부터 5년뒤의 판도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작의 3번째 DLC에서 판도라를 주름잡던 기업, 아틀라스(Atlas)는 제너럴 녹스가 사망함으로써 판도라에서의 모든 사업을 포기하고 철수했으며, 4번째 DLC에서 자신들을 핍박하던 인간들에 반하여 봉기한 클랩트랩들을 제압하기 위해 판도라의 주권을 잡은 하이페리온(Hyperion)이 판도라를 이어 받습니다. 컨데, 전작의 주인공, 볼트 헌터들이 이루어낸 모든 업적 - 볼트를 열고 디스트로이어를 패퇴시키고는, 제너럴 녹스를 죽이고 클랩 트랩을 제압한 - 들을 하이페리온의 새로운 얼굴 핸섬 잭이라는 인물이 교묘한 언론 플레이와 정보 조작을 통해서 자신의 업적으로 빼돌린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판도라 곳곳에 있는 마을들을 파괴하고 거주민을 모두 야만인으로 취급, 학살하고, 이를 구하려는 모든 자들을 조롱합니다.

볼트가 열린뒤로 쏟아져 나오는 광물, 이리듐을 채취하기 위해 그는 판도라 구석구석을 파괴하고, 이로인해 난장판이 된 판도라에, 2편의 새로운 4명의 볼트헌터는 잭을 죽이려다 실패하고 그 와중에 전작에서 가장 첫번쨰로 만났던, 폭동을 선동했던, 그리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클랩트랩과 조우하게 됩니다. 마치 전편과도 같이, 클랩트랩은 ECHO 장치를 볼트헌터에게 건네주고 이를 통해 들려오는 엔젤의 목소리를 따라 이번에는 핸섬 잭을 막기위해 길을 떠납니다. 여기까지만 봐서는, 사실 전작과 스토리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측할 것 입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되어가며 그 예측은 점점 빗나가기 시작합니다.


<전작의 요소를 속편에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보더랜드2는 색다르고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제공한다>

플레이어는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며 전작의 인물들을 다시한번 만납니다. 닥터 제드, 마르커스, 목시, 테이스. 이번에 새로 등장한 앨리나 타이니 티나도 개성이 넘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입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얘들이 아니에요. 2편을 이끌어나가는 주요 인물들은 바로, 1편의 주인공들입니다. 

기어박스는, 전작에선 별로 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음성이죠. 전작의 게임플레이 내내 들었던 것은 황량한 BGM과 총소리 뿐이었다면, 본작에서는 끊임없이 수많은 NPC들이 플레이어를 향해 말을 걸어옵니다. 게임의 극초반부에서부터, 최종보스인 핸섬 잭은 플레이어에게 메세지를 보내며 끊임없이 조롱하고, 퀘스트를 주고 받는 모든 행동에 대해서 NPC는 관련된 이야기들을 꺼냅니다. 보더랜드 특유의 위트와 섞여, 이 대화들은 NPC들에게 전에 없던 개성을 부여하고, 동시에 플레이어가 실제로 대화를 하는 듯한 몰입감이 들게 만들죠. 전작에서는 NPC란 그저 다르게 생긴 퀘스트 게시판이었다는 점과 비교하자면 천지차이입니다. 

그리고 이런 개성이 1편의 주인공에게 부여되었을때의 느낌은, 정말 즐거운 경험입니다. 1편의 주인공들 - 롤랜드, 릴리스, 모데카이와 브릭은 말없이 플레이어의 손에서 조종되던 꼭두각시에서 피와 살을 가진 한명의 캐릭터로 독립되어 등장합니다. 롤랜드는 판도라의 유일한 마을을 지키는 용병단을 조직했으며, 릴리스는 이를 위협하는 밴딧들을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입니다. 모데카이는 그의 애완동물 블러드 윙과 함께 스나이퍼이자 정보원으로써 활동하고 있고, 브릭은 주먹과 근육으로 대화하는 슬랩이라는 밴딧 그룹의 제왕이 되어있습니다. 

만약 여기서 끝난다면, 이 모든건 그저 바이오웨어(Bioware)의 드래곤 에이지(Dragon's age)의 1~2편간의 시덥잖은 세이브 데이터 연동같은 것과 크게 다를바 없을 것입니다. 술집의 대사가 조금씩 바뀌는 정도 말이죠. 하지만 기어박스는 천재적이에요. 기어박스는 단순히 캐릭터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그들의 입으로 1편의 이야기를 하도록 만듭니다. 다시말해, 타자의 입에서 자신이 했던 일들을 듣게 되는겁니다. 아니, 이건 정말 놀라워요. 분명히, 보더랜드2의 롤랜드는 1편의 롤랜드와 다른 인물입니다. 1편의 롤랜드는, '롤랜드'라는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 자신이에요. 하지만 2편의 롤랜드는, '롤랜드'라는 독립적인 케릭터입니다. 하지만 '롤랜드'의 입으로 '플레이어'의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롤랜드'라는 캐릭터의 이야기가 남일이 아닌 자신의 일처럼 공감하도록 만들게 하고, 그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마치 자신의 일인양 받아들이도록 만듭니다. 


<장점은, 동시에 단점이 된다.>

거기서 기어박스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들은 1편의 주인공들을 단순히 얼굴마담과 추억의 상징으로 사용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굴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주저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보더랜드2의 별 특출날 것 없는 스토리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요소입니다. 진부하고 예측가능하지만, 어쩔수 없이 빨려드는 스토리만큼 좋은 스토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나'이면서도 '나'가 아닌 캐릭터들과 함께 싸우는 느낌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큰 문제점이 있긴 합니다. 이는 바로 '2편의 스토리에 몰입하기 위해선, 1편에 몰입했어야 한다' 라는 점이죠. 위에서 이야기한 2편의 모든 요소들은 거의 다 1편을 해봐야만 특별하고 독특한 메리트로 작용합니다. 그렇지 않은, 1편을 즐기지 않았거나 별로 몰입해 즐기지 않았던 플레이어에게는, 저런 요소 대다수가 어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죠. 물론 이 자체가 단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독특한 서사가 빠져버린 진부한 스토리는, 진부한 스토리 그 이상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이런 의미에서, 위에서 말햇듯 보더랜드2는 1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게임이고, 그 1편에 묶여있는 게임입니다.


<타이니 티나 기여어!>

하지만, 보더랜드2의 매력은 스토리가 다는 아닙니다. 방금 언급했었던 음성의 적극적인 도입은 다른 NPC들에게도 엄청난 개성을 가져다 줍니다. 그리고 이건 기본적으로 성우들의 신들린 연기에 의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외계 행성임에도 불구하고 레드넥 억양을 사용하는 더스트(Dust) 지역의 밴딧들과, 외계 행성임에도 불구하고 스코티쉬 억양을 사용하는 하이랜더(Highlander)의 밴딧들의 대화는 뛰어난 묘사력 덕분에 보더랜드 특유의 아이러니한 위트와 함께 자신들의 개성을 여지없이 보여줍니다. 타이니 티나 성우의 신들린 대사 속도는 일반인이라면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이고, 이를 통해 티나라는 소녀가 얼마나 활동적인지를 알려주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연기를 꼽아보자면 바로 사이코의 목소리. 이들의 대사 하나 하나는 그들이 미쳤다는걸 잊지 않게 만들어주며 계속 듣다보면 자신이 미쳐가는 것만 같아집니다.

그래픽의 경우엔 더욱더 발전했습니다. 텍스쳐의 질은 3년이 지난것 답게 매우 깔끔하고 자세해졌고, 황량한 사막 투성이던 전작과 다르게 설원에서 화산까지 다채로운 장소들을 자랑하며, 캐릭터들은 카툰 스타일의 과장된 표현과 디자인으로 개성 넘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보더랜드 특유의 외곽선 처리는 사진 한장만 보아도 다른 게임과 구분할수 있도록 만들죠. 그리고 게임 내내 보게 될 총기 디자인은 비로소 내가 미래의 외계 개척지에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SF틱한 무기에서부터 지금 써도 구식이라고 취급받을 만한 디자인까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에 있어서, 이토록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만들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더랜드 특유의 유머는 절정에 달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요소요소에 각종 게임과 밈에 대한 오마쥬와 페러디, 인용이 가득하고, 이를 찾고 배를 잡고 웃는 것 만으로도 많은 시간이 지납니다. 단순히 가져오는 것 뿐만아니라, 보더랜드 특유의 요소로 녹여 소화하는 점 또한 매우 인상적이죠. 제가 발견한 것만 해도 배트맨, 닌자 거북이, 다크소울, 백설공주, U MAD?에 포니, 왕좌의 게임, 황야의 무법자, 하쿠나 마타타, 스카이림에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던 화제의 동영상, 더블 레인보우까지. 아니, 진짜로 더블 레인보우는, 이건 진짜 봐야되요. 환상적인 연기에 배를 잡고 깔깔거리느라 죽는줄 알았습니다.


<Kill mob Kill mob Kill more mob>

보더랜드 2는, 위와같이 수많은 독특한 경험으로 가득찬 매우 즐거운 게임입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이 게임은 무척 잘 만들어져 있고, 1편을 즐긴 사람이라면 단순한 FPS 이상의 경험을 얻을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잘 맞을 게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게임은, 1편의 틀 - FPS + 파밍 RPG라는 큰 틀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시말해, 1편을 해보고 지루함만을 느낀 분이시라면, 2편의 호평만 듣고서 다시한번 손대는 건 전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리고 당신 친구가 그런 것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장담합니다. 당장 밖에 나가 보더랜드2를 구매해서 같이 게임을 시작하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겁니다.




정가
 - 55000\

한줄평
 재미있고 잘 만든, 1편의 팬이라면 재밌게 즐길만한 파밍형 FPSRPG. 하지만 파밍의 연쇄에 지루함만 느낀다면 추천X

평가
 - 60000\

호불호 요소
 - 1편을 재밌게 즐겼다면... +20000\
 - 디아블로나 토치라이트를 재밌게 즐겼다면... +10000\
 - 각종 밈(Meme)이 판치는 유머로 웃어재끼고 싶다면... +10000\
 - 언제나 같이 즐길 친구가 있다면... +10000\

 - 파밍하는 것에 재미를 못느낀다면... -20000\
 - PvP를 열망한다면... -10000\
 - 1회차만 달리는 런앤건 FPS를 원한다면... -15000\
 - 길찾는걸 싫어하거나 잼병이라면... -10000\
 - 친구가 없으면... -5000\

P.S
보더랜드2는 전작과 똑같이 4개의 DLC가 예정되어 있고, 이와는 별도로 한개의 새로운 클래스 DLC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예약 구매자라면 별도의 구매없이 다른 플레이어보다 먼저 신규 클래스를 즐길 수가 있죠.

P.S 2
이전에 리뷰했던 맥스페인3의 한글패치가 PC한정으로 오늘 공개되었습니다.
간단한 인증절차만 걸리면 양질의 패치를 받을수 있어서 정말 좋네요.

Reviewed by 네크
자료출처 : 위키피디아(발매 정보 및 관련 사료) 보더랜드 2 공식 HP 및 직접 찍은 스크린샷(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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