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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처음에 하늘과 땅이 창조되었다

Nake 2017. 6. 12. 00:27



땅은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신의 영이 그 위를 맴돌고 있었다.


창조주가 말하기를 "빛이 생겨라.", 그러자 빛이 생겼다.


신이 보기에 그 빛은 좋아보였다. 때문에 빛과 어둠을 가르고는, 빛을 낮이라, 어둠을 밤이라 불렀다.


그렇게 첫날과 밤이 지나고 첫날이 지났다.


신은 그렇게 물과 뭍을 가르고, 식물과 동물을 만들고는, 새와 물고기를 만들었다.


그렇게 짐승과 풀, 나무를 제 종류대로 나누고 제 종류대로 나누니 신이 보기에 좋았다.


엿새가 되어, 신은 제 모습을 따 사람을 만들고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잡짐승과 온갖 들짐승과 땅을 기어다니는 온갖 것을 다스리도록 하자, 라고 생각하였다.







그 어떤 인간도 감내하지 못할 시간이 흐르고, 이른바 온갖 뭍위의 지배자인 인간들이 마음것 원하는대로 취하고 부수고 만들어내고 있을 때였다.


세상을 만들었던 신은 자신이 빚은 인간의 행동을 너무나 오래도록 보아왔건만, 도대체 왜 이런 세상으로 변해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그는 직접 도시로 내려와 말했다.


"나는 신이자, 이 세계의 창조주다."


"그럼 난 폰 하이만이겠군. 미친놈이 왜이렇게 많아?"


정장을 입은 인간은 신을 곁눈질로 흘겨보고는, 다시 제 갈길을 갔다.


"이봐! 난 신이란 말이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주위를 지나갔지만, 아무도 신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렇게, 밤이 찾아왔다.


빛이없는 세상은 쌀쌀했다. 신은 추위에 몸서리치다 가까운 집을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문은 굳게 잠겨 열리지 않았다. 수많은 문이 그랬고, 빛이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집마저 그리했다.


몇시간을 걸었을까, 신은 마침내 자신을 따스히 맞이하는 집을 발견해 몸을 녹였다.


"어디서 왔소?"


길거리에서 봤던 수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꽤죄죄한 몰골을 하고 있던 남자가 신에게 말을 걸었다.


그가 직접 다스리라고 말했던 짐승과 별로 달라뵈지 않는 그 모습에, 신은 잠시 탄식을 내뱉고는 자신을 소개했다.


"그렇다는군."


남자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듣기 힘든 웃음이, 방 안에 가득 찼다. 잠시 뿐이었지만.


"진짜란 말이다!"


"믿지 않는게 아니요. 다만 자신이 신이라고 하는 사람이 한둘이어야지."


신은 앓는 소리를 내었다. 신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 금방이고 진실을 밝힐 수 있엇지만, 어째서인지, 그럴 마음은 들지 않았다.


오기라고 해도 좋을 감각일 것이다. 자신을 두려워 하는 사람이 진실을 말할지, 신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신 양반. 보기에 우리같이 노숙자는 아닌 모양인데,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소?"


남자가 물었다.


"궁금한게 있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도 대답을 해주지 않더군. 밤이 찾아와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져서, 날 받아줄 곳을 찾아 다니다 여기까지 온거라네."


신이 말했다.


"무엇이 궁금하기에?"


남자는 웃으며 물었다.


"나는 이 세상을 인간에게 맡겼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맡은 세상을 파괴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는데에만 사용하더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겠어서 직접 물어보러 여기로 온 것이다."


"세상이 왜 이따위로 되었나 궁금하단 말이오?"


남자는 다시, 크게 웃었다.


"잘 왔소! 이 곳은 세상의 밑바닥이지. 당신의 질문에 대답해줄 사람이 넘쳐난다오!"


그리고, 사람들의 쉼없는 대답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인간 때문이지. 안그래?"


"그렇지. 인간이 문제야."


"자기가 원하는걸 요구하고, 그게 관철되지 않으면 화를 내지."


"그 과정에서 파괴를 하는것도 개의치 않아하고."


"하지만 인간은 창조를 하지 않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단 말이야!"


신이 물었다.


"하기야, 그렇긴 한데, 그걸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사람들은 생각이나 할까?"


"내 손가락을 봐. 그놈의 혁신을 위해 내 손가락이 날아갔지. 하지만 윗 나부랭이들은 날 모른체하고 잊어버렸다네."


"땅을 헤집고! 나무를 태우고! 내 집도 놈들이 가져갔어! 다른 인간들이!"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애는 왜 또 그리 많이 낳는지. 제대로 교육조차 받지 않고 방약무인하게 살아가다 또 죽어버리고."


"차라리 그런 꼬맹이들이 우리보다 나아. 우린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으니."


"불가피한 희생 아닌가! 세상은 원래 그렇게 돌아간다!"


신이 변명했다.


"말은 언제나 그렇게 하지. 하지만 그 실제를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이상 그 실제는 가상일 뿐이야."


"헛똑똑이 양반 납셨군. 그래도 저 말이 맞다고 보네."


"세상이 나아진다 말할수록, 이 보호소를 찾아오는 사람은 늘어만 가더군."


"하지만 양심이 있지 않나! 나쁜 인간이 있는가 하면 착한 인간도 있을것이야!"


신이 호소했다.


"없지야 않지. 하지만 다들 자기 멋대로야. 자기 보기에 좋은 일만 하지."


"제대로된 도움일랑 하지 않고, 그냥 얼굴만 비치고 사라지던가."


"돈을 주고 꼬리치며 다가와서 이상한 말씀을 전하러 오는 양반들도 왕왕 있고."


"헨리 기억 나나? 그 친구 배가 고프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다 결국에 사라지고 말았지. 아마 그 양반들 따라갔을거야."


"그러니까 결과적으론, 솔직히 말해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상관이 없으니, 그냥 가던 길이나 걸어줬으면 좋겠어."


"지나가는 길에 돈이나 한푼 주고."


신은 입을 닫았다. 말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고, 또 말할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저 화만 날 뿐이었다.


"빌어먹을 새끼들. 내가 내 모습으로 빚었건만..."


남자은 그 말을 듣고는 비웃었다.


"그게 문제일지 모르지. 신이라는 작자는 배끼기에 그닥 훌륭하지 않은 롤모델이었나 보지. 그 결과물이 인간인걸 보면 말야."


인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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