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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ke 2017. 5. 15. 02:02



인간은 어떠한 생물인가?

조니 송버드는 비공정에서 낙하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귀를 때리고 지나가는 매케한 연기의 폭풍이 너무나 큰 소음을 만들어, 역설적이게도 그에게 그 어느때보다 더 큰 적막을 안겨다준 덕분이었다. 전쟁이 일어난 근 몇 주간, 이렇게 차분하게 생각할 여유가 한번도 없었던 것도 큰 이유였다. 그딴 철학적인 사유에 빠져있을 시간에, 탄환 한개를 탄창에, 포탄 한개를 포신에, 물 한방울을 수통에 담아야했으니까. 그렇지 않고서는, 죽게 됬을테니까.

지금와서는 별거 아닌, 시덥잖은 이야기.

인간은 어떠한 생물인가?

수많은 이들이 많은 추정을 하곤 했다. 인간은 돈만 아는 탐욕의 화신이다. 전쟁에 미친 광인들이다. 교양없는 야만인이다. 규율이라곤 없는 비문명인들이다. 그 말은 맞는 말일까? 송버드는 생각했다. 아니. 세상엔 탐욕스런 이도, 광인도, 야만인도, 비문명인도 있다.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고, 그들 모두는 인간이었다. 그따위 프로퍼간다로는 인간을 특정할 수 없었다.

그보다는, 더 명확한 공통점이 있을터였다. 그는 직감하고 있었다.

인간은 어떠한 생물인가?

하늘을 나는 쇠용을 잔뜩 싣은 비공정을 만드는 생물이다. 강철을 두른 심장을 뚫고 지나가는 총알을 만드는 생물이다. 잘린 다리를 새로 만들고, 빠진 눈을 새로 박는 생물이다. 전장에 흘러나온 내장을 정교하게 집어넣고 회복시킨뒤 다시 내보내는 생물이다. 자신들의 머릿수보다 더 많은 이를 눈 깜짝할새 없애는 무기를 만드는 생물이다.

스스로는 멈출수 없는 생물들이다. 송버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인간은. 어떠한. 생물인가.

인간은 목이 마른 자들이었다. 인간은 세계의 벽을 부수었다. 누구라 할것없이, 서로가 벽을 향해 곡괭이를 내리치고 있었다. 금이가고 새어쏟아진 빛. 인간은 서로를 발견했다.

인간은 총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의 인간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인간은 어떠한 생물인가.

행복한 생물? 평화로운 생물? 그들은 서로를 발견하고 수십년간 멋진 교류를 펼쳐왔다. 먼저 떠나보낸 연인의 마지막 유언을 지팡이 끝에서 비로소 들은 이도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 뻗고 안전한 잠을 처할 수 있게 된 이도 있었다. 서로의 부족을 채우고, 서로의 필요를 충족했다. 

결국 인간은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다시금 물었다.

인간은 어떠한 생물인가. 

지면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끝없이 낙하하는 송버드는 다시금 그렇게 물었다. 아마 1분도 채 되지 않아서, 그의 온몸은 육편으로 나뉘어 땅위에 흩뿌려지리라.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고, 아무도 그를 추억하지 않을 것이다. 

시작된지 몇주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몇십년 후를 내다보는 이 빌어먹을 전쟁에 서있는 사람들이라고는 다 그러한 족속들인 것이다.

인간은 어떠한 생물인가. 

대공포와는 확연히 다른 대공 마법이, 소음으로 이루어진 적막을 찢는 굉음을 내고 송버드의 뺨을 할퀴어 지나갔다. 고개를 들자, 노랗게 빛나는 작은 마법 알갱이들의 회오리는 비공정의 옆구리를 비집고 들어갔다. 원래대로였다면 항마법이 작동했어야 했겠지만, 빌어먹을 내부침투조가 내부 마공학 장치를 파괴시킨 시점에서 그게 제대로 작동할리가 없었다. 

거대하게만 보였던 그 비공정은, 이제 너무나도 멀어진 이 자리에선 정말이도 작게 보였고, 그랬기에 송버드는 그 거대한 강철의 요새가 몇번이고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키다 반으로 쪼개져 맥없이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도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자신과 멀어지면 공감하지 못하는 그런 생물.

인간은 어떠한 생물이기에.

더이상 송버드에게 생에 대한 의지는 없었다. 수많은 폭발에 깎여나간, 초록색 대지위에 숨겨져있던 적나라한 황톳빛 나신위에 위태롭게 착지해 목숨을 부지한다 해도, 전쟁은 계속될 테니, 총을 들고 서로에게 겨누다, 눈먼 총알이나 마법에 대가리가 터진 한심한 최후를 맞게 되겠지.

전쟁 바로 전까지 서로의 문화를 서로 교류하며 서로의 발전을 기원하던 사이라고 그 누가 믿을수 있을까?

인간이란 대체 어떠한 생물인가.

싸움을 바라는 생물.

그건 당연했다.

하지만 송버드는,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서야, 인간이 또한 어떠한 생물인지 깨달았다.

인간은 학습하는 생물이다.

서로로부터 총을, 서로로부터 마법을, 서로로부터 관습을, 서로로부터 폐단을.

그리고 그렇개, 그들은 배운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배운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송버드의 깨달음은 부질없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옆에서 보기엔 그저 하늘에서 맥없이 쏟아진, 눈으로 쫓기 힘든 커다란 짐덩어리가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꼴일 뿐이었다.

겨우 그정도의 인생이고, 생물이었다.

조니 송버드라는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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