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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사냥꾼

Nake 2016. 9. 10. 23:08


"트라우마는 잘못 쓰이고 있는 말이야."

사냥꾼이 말했다. 가뜩이나 더럽게 추운 숲 속에서 왜 갑자기 그런 말을 꺼냈는지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숨을 낭비했다간 금새 내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그냥 그가 하는 말을 잠자코 듣기만 했다.

"정확한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알고있나?"

묻지마. 젠장. 다행히도 침묵은 그에게 긍정의 의미로 통하는 단어였나보다. 그는 말을 이었다.

"트라우마란 육체적인 부상을 이야기하는 단어였어.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내, 외상을 통칭하는 단어였지.

요즘에 쓰이는 용법과도 같이, 과거에 있었던 심리적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트리거 따위를 의미하는 모호한 단어가 아니었단 말이지.

물론, 원래 그랬다는거지, 지금의 트라우마에 그런 정신적 요인이 부재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말야."

잘나셨습니다, 철학자 사냥꾼 나으리. 저는 당신이 호랑이를 잡는 모습을 취재하러 온거지, 되도 않은 개똥철학을 들으러 온건 아니란 말입니다.

속으로 그렇게 불평은 하고 있었지만 내 뇌는 잠자코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일단 그의 말이 전혀 쓸모없는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퇴짜맞겠지만, 그래도 초고의 분량을 채우는데엔 큰 도움이 될테니까.

사냥꾼은 잠시 침묵하더니, 위에서는 보이지 않을 구덩이에 몸을 조금씩 뒤틀어 그 안으로 더욱 더 파고들었다. 마치 날때부터 있었던 것 마냥 나무 뿌리가 헐어버린 흙구덩이에 잘도 붙어있었다. 춥지도 않은지, 제 몸과 총 위에 쌓인 눈은 털지도 않고서. 그의 이유모를 집념엔 혀가 내둘릴 정도였다.

"앞서말한 트라우마의 본래 의미는 배트남전 이전의 정의야. 물론 양대 세계 대전 이후 정신적인 상처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는, 이른바 셸쇼크나 전투피로증, 전투신경증에 대한 이야기가 보고되고는 했지만 당시의 연구는 상당히 모호해서 선, 후천적인 신경 외상에서 비롯된다는 이론에서부터 당대 사회의 도덕성에 대한 혐오가 원인이라는 말까지 나왔지.

이런 경향은 베트남전 이후가 되어서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정의된, 심리적 트라우마의 존재가 명확하게 정의되고서야 제대로 논의되기 시작해. 물론 그 자체를 부정하고 태도의 문제라 일갈하는 사람도 있곤 하지만."

"대체 뭘 이야기하고 싶은겁니까."

별수 없이 말했다. 적당히 해야지. 얼어죽기 전에 지루해죽게 생겼으니.

하지만 사냥꾼은 뭐가 재밌는지, 입꼬리를 씨익 올리고 소리없이 웃고는 말했다.

"지루하지 않나. 이 모든게 말야. 잘 나가다가 뭐 잘못이라도 해서 여기로 좌천되어버린게지, 안그래? 별 관심도 없는 늙은이 뒷꽁무니나 따라다니고 말야."

"예, 제가 잘못했습니다. 비꼬질 말았어야했죠. 그래서 그 트라우마라는거, 뺨의 흉터같은 걸 말하는겁니까?"

"마아. 그렇지."

그는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서리가 낀 덥수룩한 수염으로도 가리지 못한 상처 - 정확하게는 세 발톱을 가진 짐승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었으니, 상상만 해도 아려오리라. 

"여튼. 트라우마. 그래서 베트남전 이후에 트라우마란 단어의 의미는 확실하게 변화했지."

"젠장. 그만좀 할 수 없습니까? 이러다 낙인찍힌 범이 도망가겠습니다."

다시금 사냥꾼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일그러진 그의 흉터가 범의 얼룩무늬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말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젠장.

"늙은이의 넋두리라 생각하고 들어주게. 육체적인 외상이 아니더라도 특정한 사건이 심리적인 상처를 입히고 더 나아가 정신 장애까지 유발한다는 개념이 트라우마라는 단어에 포용되기까지엔 많은 일이 있었단걸 말해주고 싶었다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흔히들 사용하는 트라우마라는 용법은 심리적인 요인에 치우쳐져있어. 심리적 트라우마라는 정확한 명칭이 있음에도 끊임없이 오, 남용 되는거지. 엄밀히 따지면 트라우마라는 단어는 육체적 외상과 이에 수반하는 심리적 외상을 전부 아우르는 포괄적인 단어라는걸 잊어서는 안되는데도 말야. 내 아들이 외과의인데, 환자들이 자꾸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이용하는덕에 제대로된 진료를 할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얼어붙은 입김이 찬 공기 사이로 흩어졌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모든 육체적 외상에는 그에 수반한 정신적 외상이 뒤따른다는거지. 말했듯 말야. 트라우마의 치료는, 단순히 외상만을 치료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심리적 외상을 극복하는 것을 포함하고 말야. 단순히 상처가 아문다고, 트라우마가 사라지는건 아니라는 거지."

"그럼 그 뺨의 트라우마는 이미 나았습니까?"

"그게 웃긴거지. 정신적 외상이란건 말이네, 절대 회복될 수 없다는거야."

부스럭, 어디선가 눈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뭇가지에 소복히 쌓인 눈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서지는 것이리라 짐작했다.

"상처가 아무리 빨리, 그리고 완전히 아물어도 그때의 공포와 경험은 결코 잊혀지지 않고 뇌 속에 깊게 뿌리박은체 사라질 생각을 하질 않아. 매일 밤 눈을 감으면 놈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녀석에 의해 부서진 턱주가리에서 피가 다시 베어나오는 듯 해.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은 결코 트라우마가 없었던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다는거지."

"그럼 어떻게 해야된다는겁니까?"

"넘어서야 되. 그 상처를 안고 인정해야 된다는거지. 내손에 묻힌 그 피의 대가를 담담히 받아들여야 된다는 걸세."

부스럭. 다시금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쯤 되면 생초짜인 나조차도 우연의 연속이라 치부할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사냥꾼의 태도는 그리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고, 눈을 뒤집어쓴체 입을 다물지 않았다.

"이야기를 바꾸지. 지루해하는 모양이니말야. 낙인찍힌 범의 유래에 대해 알고 있나?"

그건 잘 알지. 아무리 귀찮은 일이라도 일은 일이었으니 사전 조사는 당연히 해왔다.

"얼굴의 반쯤 타오른 흉측한 호랑이이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래. 정답이야. 그럼 좀 더 어려운 질문을 해보지. 자네는 이 근처에서 낙인찍히지 않은 범이 사람을 습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나?"

예, 라고 대답하려다 순간 입을 다물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호랑이가 사는 곳에 습격이 단 한번 있을리가 없었지만 말을 꺼내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이죽거리는 이 양반에게 그런 실수를 저지르고 싶진 않았다.

"현명하구만. 자네 의심이 맞다네. 한건도 없었어. 물론 실종자가 한둘쯤은 나왔지. 하지만 험한 산이라면 언제나 있을법한 일이니 호랑이가 저질렀다고 볼수는 없어. 더욱이 호랑이가 사람을 죽이기 시작하면 한두명 실종되는걸로는 안끝난다고.

그건 다시 말해, 이 낙인찍힌 범은 낙인이 찍히고서야 사람을 사냥하기 시작한걸세. 그럼 마지막 문제를 내지. 그 녀석의 낙인은 어쩌다 생긴걸까?"

알리가 있나. 퉁명스럽게 머리가 받아쳤지만, 조용히 생각해보니 그건 꽤나 흥미로운 질문이었다. 단순히 짐승이라는 이유 치고는 의심쩍은 부분이 꽤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렸을때 인간에게 납치당한거죠. 아닙니까? 학대를 당하다 탈출해 복수를 꿈꾼겁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있긴 했지만 이번엔 아닐걸세. 만약 사냥꾼이 이 지역에 살았다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이곳 주민들이 나를 불렀을 리가 없었겠지."

"음. 그럼 저는 감이 안잡히는데요."

"젊은 친구가 끈기가 없구만. 뭐 어려운 문제긴 해. 내가 이 산에 오고 맨 처음 조사한 것도 그래서였지. 녀석의 트레이드마크인 낙인은 대체 왜 생긴걸까하고 말야. 분명 그게 원인이 됬을텐데 말이지."

사냥꾼의 말 사이로 미세하게 무언가가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엇일까 조용히 짐작해 보았고, 그 짐작은 곧 맞아떨어짐이 드러났다. 사냥꾼의 총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주, 아주 작은 움직임이기에 한발짝 떨어져 눈 속에 몸을 숨긴 나에게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래. 총열 위의 눈송이가 마치 미끄러지듯 떨어지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던 떨림이었다.

"일주일여를 그렇게 산을 뒤지다 신기한걸 발견했어. 정상적으로는 있을리 없는 위치에 생긴 흙구덩이말야. 몇달 되보였지만, 주위에 풀이고 나무고 자라난것 없이 황량하게 난 흙구덩이는 분명 자연의 것이 아니었지. 내가 알기로 그런 구멍은 한가지 방법으로밖에 나지 않아."

"뭡니까 그게?"

"지뢰."

그리고 발소리가 들렸다. 인간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탓탓탓탓, 매서운 발소리보다 빠르게 흰 눈을 디디고 범이 달려왔다. 분명 우리가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산 등성이로부터 달려 내려오고 있었다.

매서운, 그리고 거대한 총의 굉음이 울려퍼졌다. 내가 총을 쥐지 않았음에도 갈비뼈가 압박당하는 듯한 충격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곳에 마땅히 있으리라 상상했던 범은 이미 총구가 향하는 방향으로부터 사라진지 오래였다.

눈이 따라가지 못했다. 소숫점단위의 초가 지났을 뿐이었지만 호랑이의 움직임은 분명 인간의 시각을 넘어선지 오래였다. 이것이 짐승의 영역인가, 순간 생각했다. 우습게도 당시엔 공포따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놀라웠던건 사냥꾼의 태도였다. 그는 재빨리 총구를 들어올려 하늘을 향했다. 액화와 기화가 순식간에 일어난 총열 위의 눈이 수증기가 되어 그 궤적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금 발포했다. 총구로부터 비롯된 충격파가 주위의 눈을 흩어냈다. 그러고서야 나는 뒤늦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범이 있었다. 낙인찍힌 범이 매섭게, 그리고 원수를 바라보듯 그 흉물스런 얼굴로 사냥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총알은 맞지 않았다. 아니, 그런것만 같아 보였다. 알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눈앞에서 뛰어오른 범은 공중에서 눈빛을 교환하고 우리를 뛰어넘어 산 아래를 향해 몸을 날렸다.

"따라가지 마쇼! 가만히 있어!"

사냥꾼이 퉁명스럽고 거친 말소리로 외쳤다. 그의 말을 거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자리에 가만히 있기만 하면 마치 전능자마냥 이 모든일을 지켜볼수 있을 것 같았다. 착각이었지만, 웃기게도 믿을수 있는 착각이었다.

노인은 달리지 않았다. 그러기엔 그의 육신과 영혼이 너무 늙어버린듯 했다. 대신 사냥꾼은 몸을 돌려 아래를 향했다. 마치 범이 올걸 알고 있다는듯, 흰 눈으로 덮인 골짝을 매섭게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가 옳았다.

범이 다시금, 이제는 위를 향해 내달렸다.

그 흉측한 입가에서 입김이 흘러나오는듯 했다. 단순한 짐승으로써가 아니라, 피로로 지친 육체를 이끌고 완수해야할 집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0.5초. 100m 가량 떨어져있다 생각했던 녀석은 정신을 차렸을때 이미 눈앞이었다.

이번에 도약하면 끝장날 거리.

그제서야 나는 공포를 느꼈다. 

그 공포를 찢고 노엽부가 총을 쐈다. 방향이 다른 총성이 고막을 후려쳤다. 놈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사고가 정지했다. 밑도 끝도 없는 공포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더 중요한건, 그랬기에 나는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눈 앞의 모든게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랬다. 나는 총을 쏜 사냥꾼이 총을 떨어트리는 것을 보았다.

그랬다. 나는 덩치큰 낙인찍힌 범이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랬다. 나는 그 한심한 노엽부가 어느샌가 시퍼렇고 커다란 단검을 꺼내 쥔 것을 보았다.

그랬다. 나는 죽음의 사자가, 별안간 몸을 튼 것을 보았다.

그랬다. 나는 눈 속의 호랑이가 자신의 속력을 이기지 못하고 공중으로, 등짝부터 노엽사를 향해 날아드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랬다. 나는 노인의 단검이 노범의 뒷통수로 파고드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시간이 돌아왔다. 제자리를 찾은 시간과 거친 눈의 산은 고요로 다시금 멎어들었다. 눈은 그쳐있었다.

흰 눈 사이로 범의 피가 천천히 베어들었다.

"대, 대단하십니다."

내 머릿속에서, 범인을 향한 경의가 폐를 억지로 비집고 나와 공기중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노인은 그 말이 들리지 않았던 것 마냥 눈을 감은체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렸다.

방해하지 않았다. 그럴수는 없었다.

십분여, 별안간 노인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녀석이 살아남은건 기적이겠지."

"무슨-"

"얼굴의 상처로부터 말야."

그제서야 노인은 단검을 뽑아들었다. 걸쭉한 피와 척수액이 끈적하게 칼등에 뭍어나왔다. 마치 갓 달군 것처럼, 새하얀 수증기를 마구 내뿜으며.

"자연은 혹독해. 인간의 항생제같은 꼼수가 없단 말이지. 그래서 상처를 입은 동물은 보통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죽고 만다네. 그게 정상이야. 인간도 원래 그리했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이 범은 살아남았어. 기적이지. 상처가 남아 흉터가 남았지만, 이 범은 살아남은게야."

"하지만 완벽히 치유되진 않은거군요."

어째선지, 내가 말을 잇고 있었다.

"잘 아는군. 녀석의 트라우마는 가실리가 없었어. 그래서 이 범은 사냥에 나선거다. 자기를 죽이려 했던 인간들을. 그게 녀석 나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이었던게야. 그런 녀석의 심리 치료에 어울리게 된 등산객들이 불쌍할 따름이지만.

그러니까, 결국 따지고보면 나나 녀석이나 다를게 없단거야."

그리고 그가 숨을 내쉬었다.

"근데, 녀석은 왜 몸을 뒤튼겁니까?"

물었다. 멋진 기사가 될 훌륭한 이야기에 빠진 단 하나의 퍼즐조각이었기 때문이다.

"아. 이야기하지 않았었지. 미안해. 범이 마지막으로 뛰어오른 발자국을 살펴보겠나?"

그가 말하자 마자 나는 몇시간만에 몸을 치켜올려 두다리로 바로 섰다. 온몸에서 떨어지는 눈에 개의치 않고 비탈길을 조심스래 내려가며 범의 거친 발자국을 헤치자, 나는 곧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뭡니까?"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물건이지. 이제는 작동하지 않는 지뢰의 신관일세."

"이런 씨, 그 지뢰라는건 당신의 이론 아니었습니까? 지금 제가 당신의 이론에 제 목숨을 건거라구요?"

사냥꾼이 마침내 큰 소리를 내며 웃어재꼈다. 산이 울리도록, 웃어재꼈다.

"그런거지."

"젠장! 대체 뭘 믿고-"

"날 믿었다네. 이 친구를 믿고 말야."

그는 피로 물든 호랑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빌어먹을 트라우마는 언제나 살아있다네. 젊은 양반.

넘어섰다 하는 생각한 그 순간, 생기를 되찾고 내게 돌아와 목덜미를 물어뜯지. 

숨이 붙어있는 한 사냥을 멈추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그 공포.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이 골통으로 보호받는 주름진 살덩이 깊은곳에 숨겨진 무의식과 믿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근육 세포 하나 하나에 그 기억이 각인되어 사라지질 않는다네. 결코 지워지지 않아.

녀석이라고 다를게 있나? 나나 녀석이나, 빌어먹을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불쌍한 짐승일 따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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