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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의 무개념 분지
날 봐줘! 나를! 본문
"딩동! 딩동!"
"갑니다, 가요."
"딩동! 딩동!"
"...그냥 벨을 눌러."
"딩동! 디잉도옹!"
"입으로 말하지 말고. 으휴."
(기계식 자물쇠가 말끔하게 움직여 찰칵하고 열리는 소리. 잘 기름칠된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 끼익, 하고 천천히 열리는 소리.)
"또 뭘 하-"
"짜잔~!"
"...뭐야."
"헤엥, 반응이 왜그래?"
"어..."
"...너무하네, 이래도 반응안하는거야?"
"뭐, 너라면 별로 이상하진 않다고 생각해서."
"'너라면'이라니, 정말 너무하네!"
"여장을 해도 별로 이상하진 않다 생각해서."
"후후, 이쁘지? 안그래?"
"어..."
"어...? 어, 하고 뭔데?"
"그냥 그러네."
"아 진짜!"
"빨랑 들어오기나 해. 물 마실거야?"
"주스 있지?"
"없어. 있어도 안주고."
"왜애~!"
"너희 집도 아닌데 당연하잖아."
"에이, 친구사이인데 뭘!"
(발소리. 냉장실 문을 당기자 찬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오는 소리. 달그락대는 유리컵 안에, 쪼르륵, 하고 맑은 주스가 담기는 소리. 그 뒤에서, 방문이 열리는 소리.)
"아, 마음대로 열지 마!"
"히히, 민아 방 습격이다!"
(문이 굳게 닫히는 소리. 쿵쾅대는 소리. 덜그럭대는 경첩이 한계를 시험하는 소리.)
"이 미친- 남자새끼가 여자 방에 왜 그렇게 마음대로 들어가!"
"어..."
"나왔- 읏-!"
"에이, 별거 없네. 실망이다."
(문이 열리는 소리. 살과 살이, 정확하게는 발이 정강이를 걷어차는 소리.)
"실망은 무슨 실망이야!"
"윽... 아파..."
"그렇게 귀여운 척 해도 안봐줄거니까!"
"뭐, 엇? 귀엽다고? 너도 그렇게 생각해?"
"...말하자면 그렇다는거지. 일단 나가!"
"잠깐만! 정말? 정말로-아 아파! 그만 잡아당겨!"
(가녀린 청소년의 신음소리. 발과 발이 엇박자로 땅을 두드리는 소리. 문이 세차게 닫히는 소리.)
"넌 정말, 후. 뭐하러 온거야? 내 방 보러?"
"아야야... 히히, 보면 몰라? 이렇게 귀여운 나를 보여주기 위해서지! 귀엽다고 말해줬으니까 목적은 달성했네."
"아... 아냐. 그건. 그냥 나온 소리야."
"헤엥~"
(한숨 소리.)
"내가 널 왜 귀엽다고 하겠니. 그냥 나온 소리지."
"그래도 예쁘지 않아? 남들은 다들 예쁘다고 하던데!"
"글쎄."
"치이."
(컵을 들어올리는 소리. 목 너머로 맑은 액체가 넘어가는 소리. 목마른 것처럼 한없이 액체를 탐하는 소리.)
"아까 대학교 앞에 갔었는데, 헌팅까지 당했다고. 이 정도면 먹힌다고 봐."
"흐응."
"치이."
(혀를 차는 소리. 스마트폰 잠금이 풀리는 소리. 액정 위에 손가락이 스치는 소리.)
"아, 맞다. 있지 있지, 나 이번에 축제에서 기타치는데."
"응."
"보러와줄수 있어?"
"응."
"정말?"
"어? 뭘?"
"아, 정말! 기타친다고! 축제에서!"
"항상 쳤잖아?"
"무대에서 친다니까?"
"헤엥, 잘됬네."
"보러와줄거야?"
"글쎄."
"글쎄는 무슨! 너 축제때 뭐 하는거 아니잖아!"
"관심없으니까 뭘 안하는거지."
"시간은 남아?"
"어? 몰라. 그때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르니까."
"수업은 없잖아?"
"그렇긴 하지."
"그럼 와줘! 응? 응? 제발!"
"생각 좀 해보고."
"맨날 생각 생각이야! 치."
"별로 그런데 관심 없고..."
"제발! 소꿉친구인 내가 공연하는거잖아! 한번 보러와줄수도 있지!"
"흠. 훗. 여장하고 공연하는거면 생각해볼께."
"어, 진짜지? 진짜 진짜지?"
"확답은 못주는거야."
"말한거야! 정말 말한거야! 히히,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어!"
"어..."
(타다닥 달려나가는 소리. 문이 빠르게 열리고, 저절로 닫히는 소리.)
"..."
(휴대폰 잠금이 풀리는 소리. 앱을 열고, 무언가를 기쁘게 타이핑하는 소리.)
"정말, 여자보다 예쁘면 어쩌자는거야."
(콧노래 소리.)
"그래도 관심을 안주면 달려든다는게 정말이구나. 후. 후후후. 그럼, 다음주 목요일에 무슨 옷을 입고 갈지, 지금부터 느긋하게 정해보실까?"
(콧노래 소리. 사랑에 빠진 소녀의, 즐거운 콧노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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