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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의 무개념 분지
밤을 훔친 고양이 이야기 본문
열두번째 가문의 장자의 테오발도 헤더필덴이 해를 집어삼킨 갈색곰을 사냥하고 태양을 되찾은 이야기는 모두 잘 알고 있을거야. 되찾은 해를 품고서 떠난 오랜 여정 끝에, 테오발도의 노력으로 찬란한 태양은 하늘에 다시금 떠올라 어둠이 집어삼키고 있었던 도시들을 다시 비추었지.
사람들은 이를 깨닫고는 즐거히 노래 불렀어. “위대한 테오발도! 위대한 열두번째 가문, 헤더필덴의 테오발도!"
진이 모두 빠진 테오발도는 자신을 칭송하는 사람들 사이로 걸어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고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어. 그리고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어.
사람들은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모든게 다 괜찮아진줄로만 알았어.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새로이 찾아온단다. 언제나.
너무 오랬만에 떠오른 태양이기에,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는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어. 하지만 사람들은 결국 문제를 알아내고야 말았단다. 그래. 이젠 밤이 오질 않았던거야. 하늘에 떠오른 태양은 그 자리에 영원히 못박혀 결코 기울어지지않고 대지를 내려다보고만 있었어.
여덟번째 가문의 일원인 크로녹스의 양철 숲지기는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먼저 알아챘지. 왜냐하면 양철 숲지기는 잠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이야.
숲을 지켜야하는 숲지기임에도 마음대로 낮잠을 자던 이였기 때문에, 크로녹스의 양철숲은 언제나 괴물과 강도들로 가득했어. 그래서 어느날 여덟번째 가문의 가주 크로녹스는 매우 화가나 양철 숲지기에 찾아가 외쳤단다.
“이 게으른 숲지기야! 여덟번째 가문의 가주 크로녹스와, 그를 맞아들인 처음이자 마지막 왕의 이름을 빌어 저주한다! 너는 이제 결코 태양 밑에서 잠을 청하지 못할 것이다!"
그 날부터 낮잠을 자지 못한 양철 숲지기는 매우 화가 나 숲의 괴물들을 괴롭혔단다. 그리고 틈만나면 태양으로부터 도망가려 갖은 수를 썼지. 그래. 갈색곰에게 속삭여 태양을 먹도록 유혹한건 바로 강철 숲지기였었던거야. 태양이 사라진 하늘 밑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잠 계속 청하기 위해서.
하지만 테오발도의 칼 끝에 양철 숲지기의 계획은 허사로 돌아갔어. 여명이 찾아오자 양철 숲지기는 자연스럽게 두눈을 뜰수밖에 없었지. 그리고는 말했어.
“이런 제기랄! 어떤 놈이 태양을 다시 띄워올린거야! 분명히 갈색곰 그 녀석이 게으름 피운 거겠지! 혼쭐을 내주어야겠어!"
숲지기는 양철숲으로 향했어. 이리저리 마르고 비틀어졌지만 마치 금속처럼 메마르게 빛나는 숲에 도달한 숲지기는 지나가는 여우를 붙잡고 외쳤어.
“이 비루한 여우 놈! 비열한 네녀석이라면 갈색곰이 어디서 무얼하는지 잘 알고 있겠지! 당장 녀석의 위치를 말하지 않으면 네 말라 비틀어진 모가지를 한손으로 붙잡아 부러뜨리고야 말것이야!"
여우는 몸을 사시나무떨듯 떨며 숲지기에게 말했어.
“숲지기님, 숲지기님, 양철숲을 지키는 양철 숲지기님. 일단 화를 푸시고 저를 놓아주세요. 목을 붙잡으신다면 할 말도 나오지 못한답니다. 숲과 숲의 미물을 지키는 당신의 사명에 따라 저를 놓아주시고 물어주세요."
숲지기는 화가나 손에 힘을 줘 여우의 목을 부러뜨리고는 다른 동물을 찾을까 했지만, 그렇게 하기엔 시간낭비라 생각하고는 침을 뱉고 여우를 내려놓았어. 여우는 제자리를 돌며 몸에 상처가 있는지 확인하고는 헝클어진 털을 고르며 숲지기에게 말했단다.
“이 미련한 숲지기야! 갈색곰은 죽었단다! 아직도 그걸 모르니? 그러니 니가 멍청이라는거야!"
여우는 그런 말을 내뱉고는 숲 속으로 사라졌단다. 양철 숲지기는 화에 받쳐 그 여우의 모피를 벗겨 신발가죽으로 쓸까 하다가, 너무나 게으른 탓에 숲에 앉아 다음으로 기약했어.
대신 숲지기는 숲에서 가장 오랬동안 살아온 마녀에게 찾아가 어떻게 하면 밤을 되찾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어. 맨 처음 태양을 삼키는 방법을 알려준 것도 그녀였기에 숲지기는 그녀를 신뢰하고 있었어.
“양철 숲의 게으른 숲지기님, 어서오세요. 제가 쓰지 말라 일러드린 태양을 삼키는 방법은 잘 사용해 보셨습니까?"
잠을 자지 못해 분노한 양철 숲지기는 뭐라 대꾸를 하지 않고는 바로 마녀에게 물었어.
“마녀야, 이 사기꾼 마녀야. 네가 말한대로 해를 삼키는 방법을 나는 갈색곰에게 속삭였고, 그 갈색곰은 태양을 즐거이 집어삼켰단다. 하지만 녀석은 너무 나약해 열두번째 녀석에게 금새 죽어버리고 말았어! 목숨을 부지하고 싶거든 당장 나에게 태양을 없앨 제대로 된 방법을 다시금 말하거라!"
숲지기의 거친 협박에도 마녀는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말했어.
“숲지기님, 숲지기님, 그렇게 말씀하셔도 당신은 저를 데려갈 수 없답니다. 태양을 다시 삼킬 만한 이는 이 숲은 커녕 이 땅위의 어느 곳에도 살지 않구요. 잊혀진 자가 다시 나타나 제 숙명을 끊지 않는 한 저는 이 숲에 속박된 몸. 직접 도울수도 없답니다."
숲지기는 화가나 문을 부수고 마녀의 집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원하는 바를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조용히 다른 질문을 건냈어.
“마녀야, 이 사기꾼 마녀야. 두 질문에 도와주지 못하더라도 다른 질문은 도와줄 수 있겠지? 네가 태양을 먹을만큼 과감하지 않다면, 적어도 다시 밤이 찾아오게 도와줄수는 있곘지? 이제는 결코 잠들수 없는 나를 불쌍히 여겨서라도 밤이 어째서 돌아오지 않는 것인지 이야기해주렴."
마녀는 곰곰히 생각하다 피식 웃고는 먼지쌓인 도구를 가지고 점을 치고는 되돌아와 숲지기의 질문에 답했단다.
“태양이 하늘에 못박혀 끊임없는 화살을 쏘아내는데엔 이유가 있답니다. 다음을 이야기하는 이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니까요. 어떤 고양이가 밤을 훔쳐내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고양이 덕에 자신의 일이 끝났다 속삭이는 이가 태양에게 찾아가질 못한거죠.
숲지기여, 게으른 양철 숲의 숲지기여. 그 고양이를 찾아내세요. 가장 밝은 곳에 드리운 유일한 그림자 밑에 숨은 고양이를 찾아내세요. 그녀로부터 밤을 되찾으세요. 그것만이 당신이 안식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랍니다."
양철 숲지기는 그날로 길을 떠나 태양 밑의 모든 고양이를 찾아보았단다. 하지만 그 어떤 고양이도 밤을 훔치진 않았단다. 양철 숲지기는 매우 졸리고 화가 난 상태였지만 이대로는 잠을 잘 수 없다는 생각에 화를 참고 마녀의 말을 되새겼어. 그리고는 깨달았지. 가장 밝은 곳에 가봐야 그 밑의 어두운 곳을 찾을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양철 숲지기는 먼 길을 걸어 테오발도가 그의 태양을 되박은 곳으로 향했어. 그곳으로 향한 숲지기는 놀랄수 밖에 없었단다. 본디 푸른 녹음으로 유명했었던 그 곳은 너무나 오래 태양빛을 받아 매마른 사막으로 변하고 말았던 거야.
정수리 위 숨막히도록 밝게 타오르는 태양의 가장 밑에서 숲지기는 이 곳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곳임을 깨달았단다. 하지만 주위 그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림자가 하나 없음을 숲지기는 깨달았어. 나뭇잎은 매마르다 못해 모래색으로 변해 바스라졌고, 건물은 뜨거운 열에 스스로 타올라 형체조차 찾기 힘들었거든.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사막에서 숲지기는 졸음을 참아가며 생각했어. 대체 여기의 어디에 그림자가 있다는 거지? 잠을 잘수는 없지만 눈을 감고서야 숲지기는 수수께끼의 해답을 깨달았단다.
그래. 눈꺼풀. 바로 눈꺼풀 아래의 그림자만이 유일한 그림자였던거야.
양철 숲지기는 기쁨에 소리쳤다 이내 침울해지고 말았어.
자신은 결코 잠에 빠져들 수 없었으니까.
숲지기는 화가 났어. 그리고 곧 슬픔에 빠지고 말았단다. 걸국 그녀는 그 슬픔에 너무 취한 나머지, 양철 숲지기는 해서는 안되는 짓을 저질러 버렸어! 바로 자신의 검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대고 그어버린거지.
숲지기는 땅에 쓰러졌고, 의식을 잃었어. 금새 세상이 어두워졌어. 숲지기는 생각했어. 그래. 차라리 이렇게라도 잠을 청하자.
하지만 이내 숲지기는 자신이 이상한 세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이상한 괴물이 노니고 땅이 꺼졌다 새로 생기는 이상한 세계였지. 그리고 그 곳에서 숲지기는 고양이를 찾아냈어. 정확하게는 고양이같은 눈과 귀를 가진, 털복숭이 묘인족이었지.
숲지기는 그 순간 고양이를 향해 달려갔고, 고양이는 도망쳤어. 밤낮이 없어 날을 알수 없는 세상에서 삼일 즈음 지났다 숲지기가 생각했을때, 틈을 보인 고양이를 결국 붙잡고 말았어. 숲지기는 화난 목소리로 말했어.
“네녀석이 밤을 훔쳤지? 네 덕에 세상에는 밤이 오질 않고 있어! 당장 밤을 돌려놓도록 해!"
하지만 고양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
“뭐가 문제인건데? 나는 누구도 해치지 않았는걸! 난 낮이 오면 잠을 잘 수 밖에 없어! 그건 너무 심심하다고! 너희들은 낮이 너무 좋아 목숨을 걸고 태양을 되찾을지 몰라도 나는 태양이 없었던 영원의 밤만큼 즐겁게 놀아본 적이 없었어. 너희들은 낮을 가지고 나는 밤을 가지면 공평하잖아! 그런대도 왜 내게서 밤을 빼앗아 가는거야?"
“바보야! 지금 밖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알아? 땅은 누구도 살수 없는 메마른 사막이 되었고 건물은 스스로 불타올라 거주민을 구워버리고 밀밭은 여물기도 전에 말라 비틀어져 바닥에 거꾸러지고 있다고! 세상에는 정도라는게 있어! 낮이 있으면 밤이 있어야하고, 밤이 있으면 낮이 있어야하는거지, 그 중 어느 하나만 있어도 안되는거야!"
숲지기는 그렇게 소리치고야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게을렀는지 깨달았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나만 찾아왔던 과거가 얼마나 한심했는지 말야.
그건 고양이도 마찬가지였어. 고양이는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며 말했어.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밤을 돌려줄게. 하지만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거야? 나는 혼자인걸. 나는 외로운걸. 언제나 찾아올 낮이 되면 나는 혼자 잠을 청해야하는걸."
숲지기는 생각했어.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려 궁리했어. 그리고는 해답을 찾아냈지. 숲지기는 말했어.
“그럼 고양아. 밤이 되면 내 눈꺼풀 밑으로 찾아와. 다른 사람들의 눈꺼풀 밑으로 찾아가. 그리고 나와, 그들과 함께 놀자. 낮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우리의 잠 속으로 찾아오렴."
고양이는 그 말을 듣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고 그렇게 양철 숲지기는 눈을 떴단다. 목에 있어야 할 상처는 온데간데 없이, 칠흑같은 어두운 밤 한가운데 대자로 누워 있었지. 정신을 차린 숲지기는 몸을 일으켜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았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지평선에 푸른색 여명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어. 수많은 별들이 빛을 잃어가는 것을 숲지기는 바라보았지.
그때부터 마족은 꿈을 꾸기 시작했어. 고양이가 나오는 꿈을. 그들은 그 꿈을 길몽으로 생각했단다.
[끝]
“나비야, 이리온!"
패트리샤는 고양이를 향해 강아지풀을 흔들었다. 담장위에 가만히 앉아있던 고양이는 그런 패트리샤를 조용히 응시하다 고개를 돌려 제갈길로 향했다. 패트리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뭔가, 고양이들은 날 싫어하는 것 같아."
“그냥 강아지풀이 식상한 거겠지."
난희가 영혼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화창한 날씨의 거리변에서 여유를 즐기는데 집중했던 것이다. 반쯤 읽은 책에 집중하던 난희는 패트리샤를 바라보지조차 않았다.
패트리샤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여유를 가지리라 생각도 못했다. 맨 처음 하얀 마녀와 함께 여행한다는 계획을 세웠을땐 모험의 연속에 어쩔줄 모를 것 같아 가슴 부풀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또각또각, 발소리가 들려왔다. 패트리샤는 고개를 들어 그 소리를 향해 바라보았다.
“많이 기다렸지?"
울피나가 말했다. 순간, 패트리샤는 뭔가 웃긴게 떠올랐다는 듯 히죽 웃으며 강아지풀을 들고 울피나를 향해 흔들었다. 멈칫. 울피나가 패트리샤를 바라보고는 이내 말했다.
“…나는 묘인족이 아니라 양인족 혼혈인건 알아? 수인이라고 다 강아지풀을 좋아하는건 아니라고."
“힝. 좀 받아줘. 심심하다구."
“심심하면 스스로 놀걸 찾아봐."
“책은 재미 없어!"
“그건 네 생각이고."
난희가 책을 읽으며 말했다.
“널 보니까 그게 떠오른다."
울피나가 말했다. 호기심이 동한 패트리샤가 궁금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뭔데? 뭔데?"
“그러니까, 그거. 그래."
울피나가 말했다.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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