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의 무개념 분지

리뷰 : 데드 스페이스 3 (Dead space 3, 2013) 본문

게임

리뷰 : 데드 스페이스 3 (Dead space 3, 2013)

Nake 2013. 2. 25. 18:22



제작사 : Visceral Games
배급사 : Electronic Arts
가격 : 49000원 (오리진)
출시기종 : PC, PS3, XBOX 360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드 스페이스의 독창성은, 그 어떤 게임보다 독창적이었기에 매력적이었던 게임입니다. (사진은 1편)>

'테세우스의 배'라는 유명한 역설이 있습니다.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A라는 배의 부품을 낡으면 교체하는 방식으로 수리했다. 이렇게 수리를 계속하던 도중 어느 시점에서 그 배의 모든 부품이 교체되어, 원래 있던 부품은 하나도 남게 되지 않는다. 그럼 그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그 배를 A라는 배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라는 명제지요.

다른 수많은 비교 대상과 특정한 대상을 비교하는데 있어서 중요한건 바로 그 속, 독창성, 개성, 다시 말해, 오리지널리티입니다. 이건 단순히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 미술, 문학과도 같이,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오리지널리티가 없는 작품은, 그 아무리 노력을 해 봐도 오리지널, 진품에게 이길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오리지널리티란 어떤 게임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일렉트로닉 아츠(이하 EA)에서 제작한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라는 게임은 혜성처럼 등장해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훌륭하게 어필하는데 성공하고, 이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EA의 기대보다 더 많은 실적을 얻는데 성공합니다.

'데드 스페이스'는 확실히 특별했습니다. '네크로모프'라는, 이른바 '우주 좀비'라는 특이한 적을 내세우고 플레이어를 사지로 몰아넣었지요. 어둡고 밀폐된 먼 미래의 우주선 속에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적들의 사지를 차근차근 절단하여 생존해야 하는 플레이 방식은 '데드 스페이스' 특유의 요소였죠. 한순간 방심하면 빠르게 사망할 수도 있는 높은 난이도도 마찬가지구요. 무엇보다 기구하다 못해 처절한 주인공, '아이작 클라크(Isaac Clake)의 인생사는 많은 게이머들의 동정을 샀구요. 상대적으로 마이너한 장르라고 할 수 있는 호러 액션 장르를 가지고 '데드 스페이스'는 훌륭하게 성공하고, 이를 통해 성공적으로 속편인 '데드 스페이스 2(Dead Space 2)'를 출시합니다.

2편에서, 게임은 좁은 우주선이었던 게임의 무대를 스프로울이라는 위성으로 확장시켰고, 투박하기만 했던 아이작의 이미지를 네크로모프에 맞서싸우는 전사로 변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액션은 좀 더 다채로워지고, 1편에 비해 편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무섭기만 해야할 적이 무섭지 않게 된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이렇게 된 건 좀 더 쉬워진 게임을 통해서, 좀 더 많은 라이트한 유저층을 끌어오려 한 EA의 수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입니다. 때문에 많은 팬들은 이를 통해 '데드 스페이스' 특유의 공포 요소가 빠져 나가는 것이 아니냐 생각했고, 불만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계속 '데드 스페이스 2'를 즐겼습니다. 아이작은 아직도 기구했고, 네크로모프는 무시무시하며, 사지는 산산히 부서지며, 복도는 여전히 어두웠으니까요.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 3'에서는, 이러한 물음을, 다시 한번, 그리고 제대로 던져야 합니다. '데드 스페이스 3'는 아직 '데드 스페이스'인 겁니까? 맨 처음 출항했던, 수많은 이들의 시선과 마음을 앗아갔던 그 배의 부품이, 아직 하나라도 남아있기는 한 겁니까?



<'호러 액션'의 '액션' 부분에서는. 데드 스페이스 3는 괜찮은 게임이다>

툭 까놓고 말하죠. 액션 부분에서는, 확실히 재미있습니다. 네크로모프들은 한층 매서워졌고, 폭풍쳐럼 몰아칩니다. 아이작의 액션도 한층 다체로워졌죠. 이는 새로 추가된 구르기를 통해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적들의 공격을 적절하게 회피할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번 작에서도 건재한 스테이시스와 키네시스를 통해 적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고 사물로 적을 물리칠 수 있기 떄문이기도 합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작의 가장 큰 변화라고 이갸기 할 수 있는 무기 제조 시스템 덕분일 것입니다. 이번 작에서 플레이어는 전작과 같이 스테이지 도중에 획득한 설계도를 집어넣고 상점에서 이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무기를 획득 하는 것이 아니라, 적을 죽이거나 스캐빈저 봇이라는 로봇이 채집한 자원을 이용하여 직접 제작하거나 떨어져 있는 것을 주움으로써 획득 가능한 무기 파츠를 이용해 직접 제작하는 방식으로 무기를 획득합니다. 자신이 상상했던 무기를 직접 만들어 들고 다닌다는 시스템은 꽤나 참신하고 돋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또, 코옵 또한 꽤나 흥미롭죠. '데드 스페이스 3'에선 '존 카버(John Carver)'라는, 지구 연방의 요원이 되어 아이작과 함께 허공의 우주선과 얼어붙은 행성을 아이작과 함께 여행합니다. 뭣보다, 이 친구의 이야기가 주인공 '아이작' 못지 않게 기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아내와 아들을 가지고 있었던 이 친구는 유니톨로지에 의해 가족을 잃고, 마커에 의해 심각한 디멘시아 현상을 겪기도 합니다. 이는 특히 코옵으로만 즐길 수 있는 코옵 전용 스테이지에서 아이작 눈에는 보이지 않는 특유의 디멘시아 현상을 겪으며 아이작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와 카버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와의 경험의 괴리를 이끌어내어, 서로간의 독특한 경험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플레이어로 하여금 같은 스테이지를 다른 캐릭터로 다시 한번 플레이하도록 만들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 프렌차이즈는 액션 게임이었기에 성공한 게임이 아닙니다>

분명 액션의 요소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저는 그런 액션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저는 아이작이 다른 친구와 함께 다니며 네크로모프를 학살 하는 것을 기대 했었던 것이 아니고, 저는 진부하고 클리셰적인, 예상가능한 스토리를 기대 했었던 것이 아닙니다. 데드 스페이스는 저에게 호러 액션 게임이었고 뛰어난 심리연출을 통해서 플레이어와 아이작을 계속 압박하던 게임이었으며, 처절하게 플레이어를 짓밟고는 플레이어를 향해 잔인하디 잔인한 고어씬으로 다시 한번 도전하라고 상큼하게 웃어 재끼던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3편은 아닙니다. 3편에서 제가 기대하던 것이라고는, 이전 작품의 긍정적인 부분, 오리지널리티라고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으며, 동시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 또한 제가 기대하던 것이 아닙니다.

이건, 정말 끔찍한 참사입니다. 마치 '드래곤 에이지 2(Dragon Age 2)'와 '바이오 하자드 5(Bio hazard 5)'의 재림같아요. 대체 '데드 스페이스 3'은 무엇 때문에 자신만의 오리지날리티를 버리고 저 지천에 널려있는 액션게임을 따라 가기로 마음먹은 겁니까? 실적이 떨어졌나요? 전작에서 호러요소가 극심한 비판을 받았나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런건 전혀 없었다구요. '데드 스페이스 3'은 말 그대로 정말 아무 이유없이 액션 게임으로 변모했습니다. 저는 이 게임을 두번 세번 플레이하며 계속 '왜?'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 게임은 그 질문에 대해 아무 것도 대답해 주지 않았습니다. 제 질문은 허공에 메아리칠 뿐이었고, 매력적인 데드 스페이스란 게임은 그저 사라져 버렸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자세하게 해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물 묘사는 비참함, 그 자체입니다>

일단 스토리부터 볼까요? 데드 스페이스 3에서 플레이어는 이전 작품들의 주인공, '아이작 클라크(Issac Clarke)'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주인공 '아이작'은 '데드 스페이스 2'에서 벌어진 참사 후, 의심병과 무기력증에 빠져 달의 한 조그만 아파트에서 피폐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전작에서 함께 탈출한 '엘리 랭포트(Ellie Langford)'와의 관계도 파탄나 희망이 사라지기 시작한 그 때, 지구 정부의 마지막 부대라고 자칭하는 '존 카버' 일행에게 습격당합니다. 그들에게 엘리가 조난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못해 다시한번 플라즈마 커터를 든 '아이작'은, 이내 유니톨로지 보병들에게서 공격을 받고 도시 정중앙에 숨겨져 있던 레드 마커가 활성화되어 달이 산 지옥이 되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 곳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그는 엘리가 있는 곳에 당도하고, 엘리에게서 '타우 볼란티스'라는 행성에서 마커를 모두 비활성화 시키는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 모든 악몽을 막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이런 스토리 자체만 두고 보자면, 솔직히 말해 일반적인 할리우드 각본과 크게 다를게 없습니다. 예측 가능 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이러한 '마지못해 나서는 히어로' 스토리 자체는 의욕 없는 주인공을 일선으로 나서게 만드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죠. 정말 이건 뭐라고 해야할지.. 평범해요. 정말로 진부하고, 어디서 본듯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스토리를 중요시 하는 것 치고는, 제가 좀 너그러운 취향대를 가진 탓일 겁니다.

하지만 진부한 스토리라인은 용서할수 있어도 진부한 캐릭터 관계는 빈말로도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아이작'과 '엘리'사이의 러브라인은 강제적이고 납득이 안될정도로 급전개되며, 여기에 반응하는 '엘리'의 현 남자친구이자 지구 정부 마지막 부대의 대장 '로버트 노턴(Robert Norton)'은 모든 행동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말 찌질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지구 정부의 마지막 부대'라고 이야기하며 '아이작'에게 사명감을 부여하는 캐릭터가 바로 '로버트'인데, 정작 모든 것을 멈출 수 있는 타우 볼란티스에 가서는 엘리와 아이작의 관계에 질투를 느끼고 빨리 돌아가자고 징징대기만 합니다. 눈앞에 괴물들이 날뛰고 지원군은 모두 전멸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예? 돌아가자구요? 지원군을 부르자구요? 이게 어떻게 납득이 됩니까? 이 사람이 어째서 지구 정부의 마지막 부대를 이끌고 있는거죠? 아니면 이런 친구들이 지구 정부군에 쌓여있었기에 그렇게 손쉽게 지구 정부군이 전부 전멸당하는 겁니까? '엘리'라고 나은 것도 아닙니다. 전 남자친구와 현 남자친구 사이에서 치정싸움을 왜 하고있는거죠? 게임 중반,'아이작'과 '엘리'가 크게 싸우는 부분이 있는데, 둘이 화해하게 되는 계기는 아무것도 없어요! 30분 정도 시간을 주자 '생각해 봤는데..'라며 다시금 다가오는건 싸웠던 이유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납득이 안되요! '엘리'의 동료인 '어스틴 버클(Austin Buckell)'과 '제니퍼 산토스(Jennifer Santos)' 또한 평면적이고 매력없는 인물입니다. 무전으로 간간히 '아이작'에게 대화를 거는 인물들이지만, 개성은 커녕 단순한 NPC라는 느낌 그 이상 그 이하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 모든 인물들은 소모품으로 낭비되어 사라지고,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인물이 아닌 게임의 장치를 이용하기 위한 단순힌 도구에 불과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습니다.


<웃기게도 '데드 스페이스 3'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존 카버'였습니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 속에서 주인공 '아이작'의 캐릭터 설정은, 재앙수준입니다. 묘사, 연출, 각본, 모든 면에서 시리즈 최악의 아이작을 보여줍니다. 차라리 아무런 대사 없이 그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뿐 이었던 1편의 아이작이 더 뛰어날 정도입니다. 위에서 말했듯 '엘리'와 '로버트'간의 치정싸움은 어이가 없을정도로 한심하고, 비굴하고 소극적인 인간에서 한명의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도 납득이 안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합니다. 미션 초반부에서 '아이작'은 '로버트'에게 명령을 하는데, 그 명령을 한다는 부분이 '아이작'의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네크로모프 사태가 아닌, 함선의 지휘관인 '로버트'의 전문분야이라 쉽게 예측되는 함선 비상사태에요. 그 상황에서 악을 쓰며 명령하는 '아이작'이나, 그걸 얼떨결에 따르는 '로버트'나 한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아이작'은 이번 작품에서 디멘시아 현상을 전혀 겪지 않습니다. 단 두 번, 마커의 환영을 보거나 벽의 글자를 보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질 뿐, 전작처럼 초 현실적인 환상을 통해 플레이어마저 혼란에 빠트리는 연출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왜죠? 디멘시아 현상이란 마커에 가까이 다가가면 발생하는 불치병적인 정신병이 아니었나요? 극복한다고 극복되는 것이 아닌, 마커 주위에 있다면 끊임없이 겪게 되는 현상이란 말입니다! '아이작'이 왜 디멘시아를 겪지 않는가에 대해서 게임은 일말의 설명도 하지 않습니다. 물론, '데드 스페이스 2'의 엔딩에서 극복했다고 설명 할 수도 있습니다만, 마커라는 물건의 특성상 과연 그게 진실인가 의심이 되고, 위에서 말했듯 가벼운 디멘시아 현상들은 왜 사라지지 않았는가라는 문제도 제기됩니다. 말 한마디, 단 한마디만으로 해결될 문제를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어줍잖게 넘어가고 있어요. 

웃긴건, 코옵 주인공인 '존 카버'는 코옵 플레이 내내 극심한 디멘시아 현상을 겪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데드 스페이스 3'에서 등장하는 인물 중 유일하게 디멘시아 현상의 영향을 받고 있는 인물인 것 같습니다. 유니톨로지에게 잃은 가족, 그리고 그 고통을 파고드는 마커의 환영, '디멘시아'. 코옵으로만 플레이 가능한 사이드 미션에서, '카버'는 '아이작'에게 보이지 않는 환영과 맞서며 많은 고통을 받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카버'가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입체적이고 플레이 내내 납득 할 수 있는 이유를 통해 움직이며, 이를 통해 플레이어의 관심을 유일하게 사로 잡을 수 있는 케릭터가 되는 이유입니다. 말도 안되는 영웅주의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치정싸움따위와 비교하면 말이죠.


<과금을 염두에 둔 무기제작 시스템은, 단순히 게임을 뛰어넘어 게이머를 단순한 지갑으로 보는 듯한 EA에 대한 분노를 자아내게 만듭니다>

그런 인물관계를 떠나서, 게임의 전체적인 시스템도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네, 분명 무기 제작 시스템은 좋아요. 하지만 이를 위해 바뀐 모든게 전부 마이너스 요소라는게 문제입니다. 일단 첫째이자 가장 큰 문제는, 무기 제작에 소요되는 자원에 관해서입니다. 자원을 획득 가능 한 방법은 위에서 말한 것과 합쳐서 크게 3가지가 존재합니다. 첫째는 적들을 죽이고 드롭되는 자원을 획득 하는 것. 두번째는 스캐빈저 봇이라는, 마치 웹게임처럼 한번 내보내면 알아서 탐색을 하는 무인 로봇을 통해 수집하는 것, 마지막이자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바로 과금을 통한 직접 구매입니다.

도대체 EA는 무슨 생각인 겁니까? 49000원이라는 일반적인 풀 패키지의 게임 가격을 받아 게임을 판매하고는, 마치 F2P게임과도 같이 추가 과금을 요구해요? 예. 물론 이건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미 이딴 선택을 제공했다는 시점에서, 그리고 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이미 EA는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는거라구요! 이 옵션의 존제 자체가 EA가 게임에 돈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소비를 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태도는 이미 EA의 CEO, 존 리카텔로가 재작년 6월의 주주총회에서 이야기했던 발언과 일맥상통합니다. "게임에 몰입 중인 플레이어는 탄창 하나하나에 1달러 과금을 부과해도 무턱대고 구매 할 것이다". 또, 출시 직후 발견된 무한 자원 획득 버그에서 그 버그를 고쳐야 될 개발자가 오히려 버그는 그대로 두고, "이용하려면 이용하세요. 하지만 과금을 이용하면 더 편하게 자원을 얻을수 있답니다" 라고 발언한 건 이미 이 시스템은 과금 구매를 염두에 두고 했다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무기 제조 시스템이 가져온 단점은 또 있습니다. 무기가 다원화된 탓에, 더이상 무기의 탄약이 종류별로 다르게 주어지지 않아요. '매스 이펙트 2(Mass Effect 2)'처럼 총알은 단 한 종류만 나오고, 이 총알을 모든 총기류가 공유하는 방식이죠. 총기마다 연비가 다를뿐, 기본적으로는 모든 총알을 공유하고 있어요. 문제는, 자원 획득률이 매우 낮은 시점에서, 적에게서 드롭되는 아이템은 총알과 치료약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이는 일부러 적에게 맞아주고 벽에 총알을 낭비하지 않는 한, 총알과 치유약이 떨어질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전작들에서 느낄수 있었던, 한정된 탄약을 통한 긴장감 조성이 싸그리 사라지고 만 겁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변화로, 3편에서는 총알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 사지 절단을 노리며 한발한발 탄약수를 세어가며 총을 쏘기 보다, 최대한 강한 화력을 많이 쏟아 붇는 플레이어의 모습을 여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게됩니다.

이게 재미 없냐구요? 물론, 재미있기야 하죠. 하지만 여기서 얻는 '재미'라는 건, '데드 스페이스'에서 느낄수 있었던 전략적 즐거움이 아닌, IGN의 리뷰에서 인용하자면 핵&슬래쉬 게임인 "디아블로 3(Diablo 3)에서 느낄수 있는 재미"라는 겁니다. 위에서 제가 누누히 강조하던 오리지날리티는 어디로가고, '디아블로 3', '기어즈 오브 워(Gears of War)', 그리고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에서 느낄만한 재미를 가져다 채워넣은 겁니다. 이  행위는, 도저히,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엔 무리라고 생각하네요.


<무엇보다 데드 스페이스 3은 플레이어를 긴장하게 만드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이자, 위의 모든 문제가 종합되어 만들어진 가장 궁극적인 문제는 바로, 이 게임에서 호러는 커녕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는 점 입니다. 넘쳐나는 총알과 치료약, 그리고 커스터마이징된 강력한 무기로 어디서 오든 순식간에 학살해 버리는 강력한 화력은, 공포심을 제공해야 할 적들이 정말 한심하게 보여지도록 만든다는 것 입니다. 물론, 이전 작품에서도 적들이 무력해 보여지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전 작품에서 몬스터에 대한 공포심이 사라진 이유는 적을 어떻게, 그리고 원활하게 상대하는 지에 대해 학습하고 노하우를 쌓은 결과이기 때문이지, 본작처럼 강력한 화력을 얻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게다가 적들은 더 이상 죽은 척같은 행동들로 아이작을 속이려 들지 않습니다. 그 대신 쓸데없이 커진 경직내성과, 뒤에서 다가오는 빈도를 늘림으로써 긴장감을 어찌저찌 제공하려는 듯 합니다만, 플레이어를 공포에 빠트리게 만드는 것은 무조건 강한 적이 아니라, 플레이어로 하여금 머리를 써서 상대해야 하는 적이라는 점에서 이 시도는 실패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스전에서도 긴장감을 제공하게 하려는 시도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데모에서도 등장한, 타우 볼란티스에 도착하고 나서 끊임없이 '아이작'을 쫒아오는 보스급 네크로모프인 스노우 비스트는, 죽였다 싶으면 언제나 도망가 플레이어의 짜증만 돋구곤 합니다. 전작의 토멘터나 헌터와 비교하면 끔찍한 수준이죠. 전작같은 경우, 보스몹과의 전투는 한순간의 방심이 플레이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지만, 동시에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일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생존했다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했지만, 끈질기게 달라붙고 이내 도망가는 스노우 비스트는 이내 짜증만 제공할 뿐 카타르시스는 커녕 분노만 일으키게 만듭니다. 아니, 매 최차 만날떄마다 상대하는 방법이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니에요. 마지막 전투에서만 버튼액션에 가까운 이벤트를 통해 제거 가능하지, 1회차와 2회차 전투는 완전히 동일합니다. '바이오 하자드 6(Bio Hazard 6)'의 레온파트 보스, '사이몬(Simon)'을 떠올리게 하는 스노우 비스트 보스전은 긴장은 커녕 도대체 얼마나 우려먹으려는 것 인지 감도 잡히지 않을 정도의 짜증만 제공하는 나쁜 보스전의 일례로 두고 두고 써먹을 수 있겠습니다.


<데드 스페이스 3은 재미없는 게임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쁜 게임입니다>

이런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데드 스페이스 3'을 올해 최악의 게임으로 꼽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액션 슈터로써 보자면, 이 게임은 명작은 무리일 지라도, 평작 이상의 모습은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게임은, 전작을 접한 플레이어가 팬이 되었던 독창성, 오리지날리티를 전부 포기해 버린, 그리고 평작정도밖에 될수 없는 슈터장르로의 변신을 꾀한 괴작입니다. '데드 스페이스 3'은 '데드 스페이스'와 '데드 스페이스 2'와 같은 선상에서 논의되서는 안되는 게임입니다. 재밌게 즐길수 있을지언정, 이 게임은 '데드 스페이스'가 게이머들에게 가져왔던 선풍적인 충격을 가져올 수 없는 작품이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기는 커년 다른 장르의 무언가로 변질되었기에, 비교 대상조차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이전작들은 커녕 '데드 스페이스 모바일(Dead Space Mobile)' 이하의 작품이라고 생각되며, 솔직히 말해, 이후 '데드 스페이스'에 관한 논의를 할떄 언급조차 되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이 게임은, '데드 스페이스' 팬에게 있어선 모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작품이니까요.

그러면서도, 저는 마지막으로 이 악몽의 책임을 제작사, '비셔럴 게임즈'보다 퍼블리셔 EA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범용적인 슈터장르로의 변화의 이유를 그들은 이미 언급했었고, 위에서 이야기한 자원 과금이 누구의 압력으로 집어넣어 진 것인지는 쉽게 예측 가능 한 것이니까요. EA의 수많은 IP - 'SSX',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 'C&C(Command and Conquer)', '드래곤 에이지', '매스 이펙트', '번아웃(Burnout)', '니드 포 스피드(Need for Speed)' - 의 팬으로써, 도대체 EA는 제가 사랑하는 게임들을 얼마나 망가뜨려야 하는지, 그리고 그 모습을 보아야 하는지, 저는, 너무나도 슬픕니다.


정가 - 49000원

   한줄평 - 평작정도의 재미를 제공하는 평범한 SF 슈팅게임

평가 - 20000원

호불호요소 
  - 드넓은 우주에서 친구와 함께 우주 괴물을 물리치고 싶다면.. +2000원
  - 잔인한 액션게임을 찾는다면.. +2000원
  - 기어즈 오브 워같은 TPS 액션 슈팅게임을 좋아한다면.. +2000원

  - 전작의 팬이라면.. -5000원
  - F.E.A.R 같은 호러 슈팅을 찾았다면.. -5000원
  - 돈을 두번 이상 내는 것에 불만을 가진다면.. -5000원
  - 거대한 함대전을 기대했다면.. -5000원

 Review by 네크
 사진의 출처 - 데드 스페이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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