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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의 무개념 분지
태초에는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땅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어. 높이를 알수 없는 하늘에서는 지지않는 태양이 떠있었고, 넓이를 가늠할수 없는 평원에는 수많은 거대한 바위가 몸을 뉘고 잠들어있었지. 그 시절엔 그 누구도 잠을 자지 않았게 때문에 밤은 존재하지 않았어. 그러던 어느날 처음으로 비가 내렸어. 창공을 구름이 뒤덮고 평원은 물줄기가 뒤덮었지. 그 비는 태양이 그랬듯 결코 그치지 않을것만 같아서 물줄기가 세상을 가득 채웠지만 이내 비가 그치자 그곳에는 바위의 윗부분이 겨우 떠오른 섬밖에 남지 않았지. 구름이 걷히고 물이 전부 빠지자 거대한 바위들은 지친 몸을 일으켜 움직이기 시작했어.하지만 바위들은 전까지는 한번도 움직여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금새 지치고 말았어. 결국 걷다가 걷다가 쓰러진 바위들은 잠..
1. 나는 누구인가. 그는 항상 이 질문을 자문하고 또 자문했다. 자신의 합리적인 이성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라고 그는 항상 합리화했다. 이미 광기에 들어선 그 질문은, 다시금 그에게 찾아왔다. 나는 누구인가, 하고. 그의 방은, 환풍기가 켜져 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더웠다. 밖은 봄이라고 하기엔 아직도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건만, 방은 기분 나쁠 정도로 후덥지근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공간의 불쾌함에 개의치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키보드에 손을 올려 놀라운 속도로 무언가를 치고 기록하고 눈으로 훑어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이, 기록한 것이 기분에 들어서인지 히죽거렸고 불쾌했던지 인상을 썼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 모니터의 빛을 바라보며 그는 그렇게 계속 키보드를 쳐내려 갔다..
드디어 깨달았다. 인간은 분노로 움직인다. 조지 오웰은 틀리지 않았다.
세상에 이야기가 하나 만들어질때마다,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탄생합니다. 대체역사를 배경으로 하건, SF를 배경으로 하건, 판타지로 하건, 이야기는 그 세계에 종속되어 진행되죠. 하지만 게임이나 소설, 만화같은 오락물에서 세계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오락물에 있어서 중요한건 이야기 그 자체일 뿐, 세계는 뒷전입니다. 때문에 후속작이 나오고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의 모습을 조금씩 엿볼 수 있지만, 정작 이야기의 내용엔 그 사실이 반영되지 않거나 모순되는 일이 벌어지고는 합니다. 세계란 결국 이야기꾼의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이야기속의 세계에 매료된 사람들이 수없이 존재한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소비자들은 이야기가 펼쳐지며 떨어진 힌트조각을 모아 거대한 그림을 그리려고..
"선배. 선배는 통 속의 뇌 이야기를 들어본적 있어요?" 단 둘이 타고 있는 셔틀 안에서 소희가 내게 물어왔다. 회사에선 언제나 조용하던 그녀였지만, 술에 취해 발그레 홍조를 띈 뺨을 하고서는 나를 올려다 보며 대화를 이어가는 그녀는 조용했던 모습을 무심코 잊어버릴만큼 활기차게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그 오래된 사고실험 말하는거야? 뭐, 이제는 실제로 가능하게 된 모양이지만. 몇년 전엔가, 뇌를 통 속에 옮겨다는 수술이 성공했었으니까."쿡쿡, 소희는 나와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기쁜듯 조용히 웃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 모습은, 그녀와 일하게 된지 2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처음 보는 것만 같았다. 아니, 실제로 처음이었다. 갖가지 이유로 회사와 술자리를 마다하고 퇴근하던 그녀였기에 이번의 모습이 새로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