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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12년의 가장 매력적인 악역 Top 5!

Nake 2012. 12. 25. 04:07

<그림 출처는 여기>



"용사가 되어 마왕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한다".

이 문장은 까마득한 옛 고전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유명하고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클리셰 일 것입니다. 많은 대중에게 가장 쉽게 친숙하게 다가갈수 있는 구조이니까요. 이건 서사를 품고있는 비디오 게임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드래곤 퀘스트(Dragon Quest)'에선 위 문장 그대로 용사가 되어 마왕을 물리치러 떠나는 모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요즘 출시되는 게임들도 그 배경만 다를뿐, 플레이어가 악역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한다는 이야기라는 기본적인 구조를 이용하고 있죠.

이러한 이야기 구조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단 세 가지입니다. 세상을 지킬 '플레이어'와, 지키기 위해 겪는 수많은 '모험', 그리고 그 세상을 위협하는 '악역'. 이 세가지 요소가 매력적이면 매력적일수록, 스토리가 아무리 진부하더라도 게이머는 그 게임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올해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그 어떤 해보다 매력적인 악역들이 수없이 등장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2012년의 마지막이 보이는 크리스마스, 이렇게 한번 정리해서 글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바로, 2012년의 가장 매력적인 악역, Top 5를 말이죠.

아, 각각의 작품에 대해 스포일러가 좀 있긴 합니다. 재미를 위해 어느정도 줄이기는 했습니다만, 이해해주세요.

그럼, 바로 5위부터 보실까요.






 5 - '스펙 옵스: 더 라인'의 존 콘라드 (John Conrad from Spec Ops: The Line)

전에 리뷰했다시피, 스펙 옵스: 더 라인은 위에서 말한 권선징악의 테마와는 맞지 않는 게임이긴 합니다. 5위에 랭크한건 다 이유가 있어요. 하지만 스펙 옵스는 올해 손꼽을만큼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이 의견은 몇 해가 지나도 바뀌지 않으리라 장담합니다. 이를 다루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다시말해 모든 일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바로 이 남자, 존 콘라드입니다.

존 콘라드는 미 33연대를 이끌고 모래속에 파묻힌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파견된 사령관입니다. 하지만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무력할 뿐이었고, 실종된지 몇달이 지나고서야 '임무는 실패했다'라는 독백이 담긴 메세지만이 모래폭풍을 뚫고 나와 전해졌죠. 하지만 그 상황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를 찾기 위해 파견된 델타포스인 주인공, '워커'는 그 33연대가 두바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과 서로 싸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폭풍 밖으로 나왔던 무전과 달리, 존 콘라드는 거친 환경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든 선택을 해야한다고 워커에게 주장하며 등장합니다. 그리고 존 콘라드는 워커에게 계속 무선으로 대화하며, 그를 압박하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콘라드가 가하는 끝없는 압박, 그리고 그 끝에서 워커는... 흠. 여러분이 플레이할 재미를 앗아가진 않겠습니다. 여기까지 하죠.






 4 - '어쎄신즈 크리드 3'의 하이담 캔웨이 (Haytham Kenway from Assassin's Creed 3)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어쌔신즈 크리드 3'은 썩 좋은 스토리를 가진 게임은 아닙니다. 마음에 안들어요. 서사구조가 박살나서, 시리즈의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인공인 코너에게는 몰입도 안되구요. 하지만, '어쌔신즈 크리드 3'에서 유일하게 건질만하다고 생각했던 캐릭터가 있었으니, 바로 이 캐릭터, 하이담 캔웨이입니다.

사실 어쌔신즈 크리드 3편을 플레이 하실 분들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사실이니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해 볼까요. 하이담 캔웨이는 '먼저 온 자'들과 관련된 유적을 찾아 영국에서 미국으로 파견된 템플 기사단원입니다. 그런 그는 매의 눈을 사용할수도 있는 어쌔신의 피를 잇고 있는 자였지만, 템플러의 손에 길러져 오히려 다른 어쌔신을 사냥하고 다니죠. 전작의 엣지오나 알테어 못지않는 몸놀림을 보여주는 헤이담은, 목적을 위해선 사람 목숨 하나 둘쯤 아무렇지 않게 베어넘기는 템플 기사단원임에 동시에, 품격있는 영국식 악센트를 사용하며 재치있는 농담도 던질수 있는 신사이기도 합니다. 지독한 현실주의자인 그는, 정의와 자유를 울부짖는 주인공 '코너'에 비해 훨신 더 쉽게 공감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3편의 전체적인 스토리 자체가 배척당할 수 밖에 없는 비정한 현실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배경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한 코너보다, 그 현실에 적응한 하이담이 와닫을 수 밖에 없잖아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그가 주인공이 되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까지 생각할 정돕니다. 악역이 주인공보다 더 매력적이라니,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니 4위. 물론, 그가 이렇게까지 돋보일 수 있었다는 것에 코너와 하이담의, 비극적인 부자 관계가 일조하지 않았다고는 못하겠네요. 







 3 -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2'의 라울 메넨데즈 (Laul Menendez from Call of Duty: Black Ops 2)

인피니티 워드가 떠나고 남은 자리에서 트라이아크는, 콜 오브 듀티라는 프렌차이즈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나갑니다. 이미 전작 블랙 옵스에서 충분히 탄탄한 이야기를 보여준 그들은, 2편에서 더더욱 발전하여 돌아왔습니다. 분기같지 않은 분기들에 수많은 리플레이 요소들.. 단순히 레일슈팅이었던 전작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트라이아크의 블랙 옵스 2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는, 바로 악역 라울 메넨데즈입니다.

라울 메넨데즈가 지금까지의 콜 오브 듀티의 악역들과 다른 점은 바로 그의 악행에 충분한 동기가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여동생을 죽인 미국에게 피가 서린 복수극을 40년간 준비해왔다는 점은, 그저 극우주의자이자 러시아인이라는 점만으로 악당에 등극했던 이전 시리즈의 악당들과 격을 달리합니다물론, 모던 워페어 2의 악당은 러시아인은 아니지만, 너무 뜬금없잖아요. 그건 메인 악당으로 부르기엔 문제가 있어요[footnote][/footnote]. 여튼, 메넨데즈는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하고, 이를 훌륭하게 실행해 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핵폭탄을 쏘려고 하지 않아요. 블랙 옵스 2는 시리즈 중 가장 사실과 동떨어진 미래를 다루고 있음에도, 트라이아크는 '만약에'라는 가정을 지금 현실의 상황을 절묘하게 도입하고 고증함으로써 시리즈 중 가장 있을법한 계획을 세우는 것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몇몇 분기에서 플레이어가 잘못 선택한다면, 메넨데즈의 계획은 성공하기까지 합니다! 이 점을 고려하자면, 3위에 그를 세우는게 그렇게 나쁜 선택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네요.






 2 - '파 크라이 3'의 바아스 몬테네그로 (Vaas Montenegro from Far Cry 3)

 
올해 악역을 이야기하는데 바아스가 빠질수가 없죠! 그는 캐릭터 자체로만 보자면 모든 게임을 통틀어 플레이어에게 잊혀지지 않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악당으로 손꼽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이클 만도는 신들린 연기는 전 세계의 많은 게이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게임 속에서도 그 광기는 충분히 전해집니다. 게다가 수많은 실사 트레일러를 통해 게임을 기다리는 수많은 게이머을 즐겁게 만들어주기까지 했으니, 팬 서비스도 장난이 아니죠.

바아스는, 파 크라이 3의 주인공이 조난당한 섬에 주둔하는 해적들의 우두머리입니다. 바아스는 섬에 있는 그 누구보다 광기에 서려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그 광기를 느끼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습니다. 돈이 될만한 관광객은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고 노예로 팔아버리는 잔인무도한 해적인 그는 주인공 제이슨을 잡고도 그냥 죽이지 않아요. '미쳤다'라고 밖에 생각할수 없는 일장 연설을 심심하면 들려주죠. 이런 캐릭터의 매력은 순전히 그의 연기를 담당한 마이클 만도에게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가 파 크라이 3의 오디션을 볼 당시, 바아스란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의 연기를 보고, 유비 소프트는 바아스를 만들기로 결정한거죠. 다른 수많은 영화들에서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바아스로써 그 누구보다 멋진 악당으로 거듭납니다. 다만, 유비 소프트는 그렇게 만든 캐릭터를 제대로 다루질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바아스가 2위에 머무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에요. 너무나도 멋지지만, 그 매력만큼의 영향력을 게임 내부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 말입니다. 부탁인데, 유비 소프트는 시나리오 라이터 좀 한명으로 결정하면 좋겠어요.






 1 - '보더랜드 2'의 핸섬 잭 (Handsome Jack from Borderland 2) 

핸섬 잭이 왜 1위냐구요? 이 글에 등장하는 게임들 중에 가장 권선징악이라는 클리셰에 일치하는게 바로 보더랜드 2입니다. 그리고 그 보더랜드 2에서 핸섬 잭은 악당입니다. 악당도 이런 악당이 없어요. 그냥 아주 개새끼에요. 보더랜드 2를 플레이해보신 분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겁니다. 핸섬 잭은 개새끼고, 그것도 제대로 된 개새끼이기 때문에, 올해 가장 매력적인 악당으로 꼽는 것에 한점 후회 없습니다.

핸섬 잭은, 전작의 주인공들의 업적을 자신의 것으로 가로채고 새로운 볼트 헌터들을 죽이려는 남자입니다. 그는 초장부터 플레이어들에게 무전을 걸어 말을 거는데요,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싫더라도 핸섬 잭이라는 인물을 머리 속에 각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보더랜드 2는 핸섬 잭의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핸섬 잭의 이야기이며, 요즘 게임들이 보여주는 페이크 최종 보스 같은 것도 아니에요. 끝까지 꼴보기 싫은 짓만 골라서 하는 게, 태생적으로 트롤링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심하게 어그로를 끄는 캐릭터인데, 중간 중간 플레이어들의 예상을 뒤엎는 행동을 통해 그의 위협이 단순히 위협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그는 단순히 나쁜 악당이 아닌, 똑똑하고, 감정을 지니고, 자신의 계획을 실행시킬 만한 힘을 가진 인물이에요. 그 사실을 단순히 연기자 뿐만이 아니라 게임 전체가 뒷받침 하고있고, 이는 올해 출시된 그 어떤 게임보다 높은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핸섬 잭은 좋은 악당입니다. 좋은 캐릭터는 좋은 연기자나 좋은 대본이 만들지만, 좋은 악당은 좋은 게임만이 보여줄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보더랜드 2의 핸섬 잭은, 정말이지 좋은 악당입니다.

Written by 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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