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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로건 - 종말이라는 이름의 일상

Nake 2017. 3. 2. 01:19



'엑스맨 영화 시리즈'가 언제나 의미있었던 이유는 뮤턴트라는 가상의 존재를 비유로 삼아 현실을 비추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배척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이해받지 못한 존재로써 어떻게 더불어 사는가. 우리 대다수는 어딘가 다른 사람보다 소외된 부분이 있고,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더욱 특별하기에, 이러한 메세지들은 영화로 하여금 공감의 힘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로건'에서 등장하는 뮤턴트는 그 어느때보다 비참한 존재로써 나타납니다. 그건 단순히 '로건'이라는 캐릭터가 늙고 쇠약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뮤턴트라는 계층이 더 이상 문제로조차 회자되지 못하는, 잊혀진 존재가 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존재함에도 사회가 기억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죠.

이러한, 살아있으면서도 잊혀진 계층은 당연하게도 현실의 단면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에서도 제시하듯, 유색인종이나 외국인, 대기업에 맞서 싸우는 소작농등, 뉴스나 인터넷에서 비추지 않는 이들은 권력 앞에서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가죠. 속임당하고, 불법적이고 빈윤리적인 행위를 강요당하며, 생존에 필요한 권리를 제한당하고, 감금당하고, 고문받습니다. 허술한 법의 테두리는 언제나 강자들의 편이고, 그 강자의 그림자에서 잊혀진 계층은 스러져만 갑니다.

앞서 말했듯 뮤턴트는, 그리고 로건은 더이상 강자가 아닙니다. 다른 이들은 있는지조차 모르기에 더이상 이해받을수조차, 더불어 살아갈수조차 없습니다. 배척을 받지조차 않습니다. 이미 배척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죠. 아직 살아 숨쉬는 뮤턴트가 존재하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뮤턴트는 이미 전부 멸종한 존재일 뿐입니다.

현실로 눈을 돌려봅시다. 세상은 점점 척박해져갑니다. 땅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말이죠. 보기 싫은건 보지 않으려 하고, 믿지 않고 싶은건 믿지 않으려 합니다. 실제를 실제로 직시하지 않고, 세상을 원하는대로 생각하려 합니다. 다른 이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만을 불평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사회에 드리운 그림자는 점점 더 어두워질 뿐입니다. 권력을 가지고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다수인 사람들에게 듣고싶은 이야기만 들려주며 자신들의 이득을 불리고 굳혀나가기만 합니다. 소수인 사람들은 점점 잊혀져 가고, 사회는 더이상 그들을 자신 속에 포함하지 않으려 하죠. 

그런 잊혀진 사람들의 일상은 종말과 다름 없습니다. 전쟁이나 천재지변 없이, 그들은 하루하루를 목숨을 걸고 생존해나가야 합니다. 문명과는 거리가 먼 존재이며 그 이기의 찰나조차 누릴수 없습니다. 이건 영화 속의 뮤턴트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지금 우리 땅에 살아가는, 죽어도 뉴스조차 타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글은, 나가서 기부를 시작하라던가, 아니면 자원봉사를 나서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있는지, 어떤 세상을 희망하고 있는지 돌아보라는 글일 뿐입니다. 자기 자신의 안위에 빠져, 일상이라는 이름의 종말을 가져오고 있지는 않은지 회고해보자는 글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보십시오. '로건'은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아님에도 한없이 이에 가까운 세상을 그려내고 있지 않습니까. 현실이라고 과연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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