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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소설 (93)
네크의 무개념 분지
팅커벨은 날지 못한다.요정의 이야기가 아니다. 육군 최전방에 간다는 용사 치고 한번쯤 목겨하게 된다는 나방의 별칭이다. 아니, 정확한 이름을 아는 군인은 한명도 없을 것을 모두가 장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디 이름이라 해도 될 것이다. 팅커벨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그 크고 옅은 연두색을 띈 그 날개를 표현할 수 있으니, 정말 적절한 단어이기도 하다.팅커벨은 무더위가 시작될때쯤 그 비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나타난다. 인류의 문명이 영향력을 뻗치는 지역에서는 그래도 소량이 그 존재를 표현할 뿐이지만, 깊은 산과 숲 속에 배치된 GOP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십마리가 초소 벽면에 달라붙어 그 벽을 연두색으로 색칠하다시피 하는 광경은 자연의 무자비함을 몸소 체험하게 만든다.하지만 해질녘 어디선가 그 큰 날개..
4.'아가페 3'의 하복부는 가로로 깔끔하게 열려있었다. 슬래셔 영화에서처럼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는 일은 없었다. 대신, 그 상처의 테두리를 따라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으며, 그 피는 '아가페 3'의 속옷을 적시는 것도 모자라 다리를 타고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그 상처 안에서 꺼내든 창자를 마치 수건을 두르듯 목 뒤로 휘감아 올려놓은 소녀의 표정은 고통과 체념을 넘어선 무언가였고, 탁하게 풀린 그녀의 눈동자는 이따금 몸과 함께 꿈틀거릴 뿐이었다. 그마저도, 영상이 끝나기 3분 전부터 멈추었다.전위예술적인 기괴함. DVD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바로 4시간 7분 32초의 기괴함이었다. 화질도 나쁘고 소리조차 녹음되어 있지 않는, 실종된 소녀의 마지막 행방이 그 영상에 기록되어 있었다. 아만의 얼굴은 새하얕..
0. "여기는 아가페 3, 아가페 3. 플라토닉 응답 바람. 지정된 장소에 도착했으나 패키지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계속 추적하겠습니다. 이상."그렇게 말하고, 바이저의 수신버튼에서 손을 떼어냈다. 10분 전만 하더라도 시끄럽게 소리지르던 슈프림 입자 탐지기는 거짓말처럼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높은 고층 빌딩의 옥상 위에서 내려다 본 교차로의 풍경 속에서는 화려한 옷을 입은 마법소녀는 커녕 그 나이대의 어린 소녀조차 없었다. 이런 일이 벌써 6번째라는걸 생각하면, 탐지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R&D 부서 녀석들의 말에도 신뢰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 맡은 일이고 하니, 마법으로 강화된 시력을 가지고 교차로를 샅샅이 훑어보았다. 그렇게 30분, 이곳에 게릴라가 없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무의..
옛날 옛적, 엘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오랜 옛날, 프쉬키르라는 이름의 여신을 믿는 엘프들의 도시, 프쉬크르가 있었습니다.프쉬키르는 정의의 여신이었습니다. 부당함을 바로잡고, 절망한 이에게 희망을 되찾아주는 정의를 외치는 여신이었죠.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손으로 정의를 찾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신이기에 필멸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자신이 직접 그 정의를 수호하는 대신 그녀를 믿는 사람들에게 정의를 지킬 도구, 마법을 주고서 자신의 이름으로 정의를 수호하도록 명했죠. 그래서 프쉬키르를 믿는 신자들은 그녀의 이름으로 마법을 사용했고, 수많은 이들에게 이와같은 프쉬키르의 마법과 지혜, 그리고 그녀의 드넓은 이해심을 전파했습니다.그래서인지, 프쉬크르에 있는 크루지앙(아, 크루지..
6.입술 사이로 억지로 흘려넣은 약이 효과가 있는지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었다. 잠자코 기다릴 뿐. 마치 마녀가 그랬듯, 그이의 옆에 앉아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끊임없는 미열이 갉아먹고 있는 그를 지켜보았다.별안간, 그의 손길을 느꼈다. 그는 고통따위 잊은 표정으로 내 뺨을 어루어만지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거부하지 않았다. 그가 계속 날 만지도록 가만 놔뒀다. 행복했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지친 땀냄새를 맡고, 그의 거친 굳은 살이 내 뺨을 스치는 것을 음미했다. 그의 체온을, 이제는 내려간 그의 체온을 느꼈다. 순간을 즐겼다."걱정 많이 했어?"그가 말했다. 고개를 저었다."힘들게 했네. 미안해."대답하지 않고 그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안겨들었다. 그이도 밀어내지 않고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