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의 무개념 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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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짧은 리뷰: 보이드 바스터즈(Void Bastards, 2019)

Nake 2019. 6. 4. 03:59

배급 : Humble Bundle (공식 홈페이지)

개발 : Blue Manchu (공식 트위터)

플랫폼 : PC (스팀, 험블 번들), XBO

가격 : \3,1000 (스팀), $29.99 (험블 번들)

비고 : MS 게임 패스에 포함됨. 한글화 되어있음.

 

 

FTL식의 로그-라이트 + 시스템쇼크류의 레벨 디자인이 합쳐진 수작.

데이어스 엑스 MD, 바이오쇼크, 데드 스페이스, 프레이(2016)의 공통점이 있다면? 여러 게임을 플레이 해 본 사람이라면, 이 게임들이 시스템쇼크에서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영향을 받았다는 지점을 지적할 것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가 짚고 싶은건 그보다는 게임플레이의 얼개에서 공유하고 있는 공통점이다. 미지의 공간에 홀로 떨어져 알수 없는 적들을 상대로 숨고 도망치며 생존하기 위해 맵 곳곳을 뒤져 스스로를 강화해나가고 - 이윽고 살아남는 경험 말이다. 바이오하자드 이후 '서바이벌 호러'라는 장르로써 정립되어진 이러한 일련의 경험이, 화려한 그래픽으로 치장한 일련의 AAA 슈터들 사이에서도 나름의 자리를 차지하고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독특한지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게임, 보이드 바스터즈의 외견은 일견 훑어봐서는 앞서말한 서바이벌 호러와 얼마나 가까울지 의심할 수 있다. 과거 발매했던 XIII를 떠올리게 만드는 코믹스 스타일의 아트 디자인은 한결같이 게임 내내 유지되어 독특한 냉소주의가 감도는 게임 특유의 SF적 배경과 하나되어 마치 풍자 만화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만들게 해 주니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시작하면, 게임 곳곳의 유머에 웃음지을지 몰라도, 게임 내부에 도사리는 수많은 위협 사이에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생각하느라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크레딧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게임을 제작한 제작사 블루 만추의 개발진은 바이오쇼크 시리즈를 개발했던 이레셔널 게임즈의 제작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더 나아가 이레셔널 게임즈의 공동 설립자이자 시프의 1편과 2편, 시스템쇼크 2와 바이오쇼크 2 개발자였던 존 체이가 이끌고 있다. 이 장르에 대해 그들보더 충실한 이해도를 가진 사람을 찾는게 더 어려울 정도란 뜻이다. 이들은 '보이드 바스터즈'에서 폐소공포증을 일으키는 길다란 통로와 작은 방으로 이루어진 산소도 부족한 우주선에 플레이어를 던져놓는데에 성이 안찼는지, 방심하면 죽을때까지 플레이어를 쫓아올 치명적인 적들도 같이 넣어놓았으며, 그 과정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지 플레이어 스스로가 생각하도록 게임을 디자인해 두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플레이어는 한정된 자원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머릿속에 계획을 짜고, 숨을 죽이며 이를 이행하는 것이다.

더욱이, 매번 플레이 할때마다 달라지는 로그라이크식 구성을 추가하여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고질적인 단점 - 플레이어가 주어진 상황에 익숙해졌을때 겪게되는 매너리즘 - 을 해결하려는 시도도 훌륭히 돋보인다.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주인공이 마주하는 우주선의 환경은 언제나 다른 구성이며, 비슷하게 보일지라도 등장하는 적의 구성이나 빈도, 또 주어지는 상황조차 언제나 변화한다. 어떤 우주선은 적들의 일부가 평소보다 약하게 등장할수도 있겠지만, 어떤 우주선에선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이 등장하며 설상 가상으로 우주선의 모든 문이 굳게 잠겨있어 문을 여는데에 시간이 한참 걸릴수도 있다. 더욱이 플레이어라고 언제나 똑같은 것이 아니다. 개성 넘치는 각각의 트레잇을 가진 캐릭터들은 작게는 플레이어의 행동이나 습관에 영향을 주지만 때때로는 더더욱 조심스러운, 때때로는 더욱더 과감한 선택을 하도록 플레이어를 장려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게임에 단점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보통 난이도라면 캐릭터가 사망하더라도 기존에 만들어둔 장비나 저장에 성공한 재료, 그리고 캠페인의 진행 상황은 이후에 계속 계승되기 때문에 장르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꽤나 빠르게 매너리즘에 빠지는 자신을 볼 수 있으며, 수집하거나 제작할 수 있는 장비의 수도 그렇게 다양하진 않다. 적의 종류 또한 개개가 독특한 행동양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 분류가 다양하다고 이야기할수도 없기에, 근본적으로 다양성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게임 그 자체의 문제라기 보단, 기초 자금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중소 개발사의 개발 환경에서 비롯될수 밖에 없는 문제점이기에 오히려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한, 기초적인 설명이 부족한 지점이 곳곳에서 발견되곤 한다. 다양한 대응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그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선 좋은 게임이지만,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를 알기 위해선 목숨을 걸고 도전해야 한다는 점이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에게는 벽으로 다가오는 것을 생각하면, 좀 더 상냥한 접근을 취할 수 있었을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질수밖에 없었다. 

이 게임의 한글화는 매우 충실하게 되어있는 편이고 곳곳에서 보이는 오역을 제외하고는 본래 게임이 가지고 있는 냉소주의적 유머를 잘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본편의 플레이타임은 플레이어의 기량에 따라 6시간에서 10시간 안팎으로 클리어 할 수 있을 정도로 길지는 않지만, 난이도를 올릴 수록 플레이어의 선택(어디를 수색하고 어디를 넘갈 것인지, 목표를 달성하지 않고 탈출 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 따위의)이 더더욱 중요해지며, 철인모드를 켜면 여느 로그라이크 게임처럼 죽으면 강제로 초기화 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로그라이크 팬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줄로 요약하자면, 뛰어난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 완성도를 위해 분량에서 욕심을 내지 않은 이 게임, 보이드 바스터즈는 서바이벌 호러 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재밌고 가볍게 집을 수 있는 게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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