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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경멸하는 이야기

Nake 2018. 1. 17. 09:10

그 전까지 위버틴 대륙이던 쥰-미르스 대륙이던 그 누구도 겪어본 적 없었던 거대한 규모로 치뤄진 2차 대전쟁이 끝난 뒤, 사람들을 많은 것을 잃었다. 명예, 신뢰, 믿음같은 추상적이지만 삶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에서부터, 팔, 다리, 눈과 같은, 명명백백한 신체의 일부분까지.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람들이 얻은 것 또한 분명히 존재했다. 평화와, 그 평화에 잠시나마 속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희망 따위의 것들 말이다. 전후 '피에 물든 십자'라는 이명으로 더 유명해진, 마족 출신의 클라우스 허트먼도 그런 희망의 한 종류였다. 

전쟁이 끝나고 흘러나온 여러 루머들에 의해 이미지가 나빠진 마족의 프로퍼간다로써 대신 그가 부각된 것이라는 행간의 음모론이 존재함에도, 클라우스 허트먼이 전쟁 최전선에서 많은 이들의 목숨을 살렸다는 사실만큼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었다. 마족과 엘프는 물론, 진영 반대편의 드워프들까지 그의 선행을 증언했으니 말이다.

'치유하는 자'라는 가훈을 가진 허트먼 가문의 차남으로 태어난 클라우스는 그 잔인한 대전쟁에서 가문의 가훈을 그 누구보다도 충실하게 수행했다. 이는 직계로부터 아홉 계수나 떨어진 방계의 허트먼 가문의 다른 자손들이 제대로 된 치유 마법조차 쓰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상깊은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른데다 물량마저 부족한 마도약도 희귀한 최전방에서, 그는 증류주로 소독한 손과 희석된 전통 허브 물약만을 가지고 수백, 수천, 수만의 목숨을 살린 것이다.

그런 허트만 가문의 사람들은 그러한 클라우스가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2차 대전쟁으로부터 70여년이 지난 지금, 한가로운 가문의 별장에서 임종의 때를 기다리는 클라우스를 가주로 추대하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마족이 가문 외의 이방인을 불러들이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기자에게 이례적인 상황이란 언제나 호재였기에, 케르트에 위치한 본사에 그 연락이 닿자 마자 내가 쥰-미르스로 가는 다음 배를 타게 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닐첸베르크에서 타조 마차를 타고 이틀, 겨우 도착한 허트먼 가문의 별장이 있는 마을은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한적한 시골이었다.

보기 드문 마족 집사의 배웅을 받아 들어간 저택(그렇다. 별장이라고 하기엔, 고풍스러운 크라제식 건축 양식이 도드라지게 드러난 그 건물은 저택이라고 불러야 마땅했다.)은 역시 임종을 앞둔 노인이 지내는 곳이기 때문인지 산들 바람조차 소음이 될법한 고요한 장소였다. 그 곳의 2층, 서재를 겸한 거대한 침실에서 나는 그 유명한 '피에 물든 십자', 클라우스 허트먼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인간이군."

굳게 닫힌, 주름진 검은 피부를 가까스로 열어 건낸 클라우스의 첫마디는 그러했다.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인간을 마주하는 이종족들의 태도는 단어만 달랐지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았다.

"필리아라고 합니다. 저희 격주 케르트 소식지를 찾으셨다고 들었는데요."

클라우스는 내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고, 손을 힘겹게 들어 저어보였다. 나를 데리고 온 집사가 이를 보고는 조용히 뒷걸음치며 나갔기에, 침실에 나와 노인만이 남게 되었다.

"가까이 와. 잡아먹지 않으니까."

노인이 누운 침대 곁으로 다가가자 그가 겪은 세월의 흔적이 더 명확하게 드러나 보였다. 특히 미간에 깊게 페인 주름자국에서, 대전쟁 시절 유명했던 불과 같았던 그의 성격을 무엇보다도 정확하게 증언을 엿볼 수 있었다. 누구보다 엄격했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했다던. 

자신의 상관에게 소리높여 부상자는 누구든 중요하다고 역설했다던 어이없는 영웅담은, 전장의 농담이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왜. 흉물스럽나?"

그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는 금새 고개를 저으며 이를 부정했다. 

"거짓말 말아. 내가 보기에도 흉측하니. 나이를 먹었으면 빨리 죽어야 하는데말야. 다른 사람을 살린다고 별짓을 다하던 놈이 다른 놈들이 모두 죽은 뒤에도 보란듯이 살아있는 꼴이란."

문장 자체는 한없이 자조적이었지만, 클라우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세월이 그의 감정을 갉아먹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그 모습마저 예전 대전쟁에서 이루어낸 기적의 기반이 되었었던걸까?

"이 늙은이를 보러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어."

"아닙니다. '피에 물든 십자'와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먼 길이란 있을수 없죠. 그래서, 저희 소식지를 부르신 이유는 뭐죠?"

보통때였다면 그 질문은 겉치례적인 질문이었겠지만, 이번에는 진정으로 궁금했기에 그 질문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클라우스 허트먼은 대리인을 통해 인터뷰를 하고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무엇을 이야기 하고싶은지는 비밀로 한 것이다. 

그 이유가 베일에 쌓여있었기에 출발하기 전에도 본사에서 이야기가 많았다. 전쟁의 기밀을 폭로하기 위해서라는 기자도 있는가 하면, 대전쟁에 헤어진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어서라는 말도 있었고, 그저 노망이 들었다는 편집자의 농도 돌았다. 어찌됬던간 대전쟁의 희망과의 인터뷰라는 사실만으로도 클라우스와의 인터뷰의 중요함은 빛바래지 않았기에 궁금증에 대한 답이 나오기도 전에 내가 여기로 온게 아닌가. 

하지만, 클라우스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노인 특유의 묘하고 뚱한 침묵이 잠시 흐르고, 그는 2차 대전쟁에서 본 이야기들을 하염없이 풀어내기 시작했다.

시작은 그가 어째서 전장으로 향하게 되었는가 부터였다. 전쟁에서 엘프와 직접적으로 협약을 체결한 헬른 가문과는 연관도 없는 하트먼 가문의 클라우스가 최전선의 병동에 향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마족답게도 너무나도 학술적인 이유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어째서 전장의 부상자는 그토록 많이 죽는가.' 일반적인 환경에 비슷한 상처를 입은 사람의 사망률에 비해 전장에서의 사망률이 터무니 없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된 클라우스는 그 즉시 전선으로 향해 실태를 확인하러 갔다.

젊은 날의 혈기 때문이었다고, 클라우스는 증언했다. 그는 웃지 않고 있었다. 그저 담담하게, 터무니없이 불결한 병동의 환경과 부족한 의약품들, 그리고 비효율적인 의료 인원 분배가, 충분히 살아남아서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이들을 죽음에게 인도하고 있었음을 묘사할 뿐이었다. 그는 이론과 실태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탄식하며, 이내 사비를 털어 제대로된 병동을 만들고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그는 자신이 치료했던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대동맥에 화살이 박혀 뽑아내지도 못한체 치료를 기다리다 환부가 감염된 환자, 자고있던 와중에 땅굴을 파고 습격당해 혼자만 살아남아 밤만 되면 비명을 내지르던 환자, 자기 자신의 피부 밑에 항마법의 각인을 새겨 넣어 치료 마법을 쏟아 부어도 살아나지 못하던 환자. 클라우스는 자신이 보았던 살리지 못한 이들과, 살렸음에도 자신의 일부분을 전장에 두고 온 이들을 증언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잠자코 받아적고 있었다. 반론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많은 이야기가 그의 자서전에서 상당수가 이미 나왔었던 이야기였다는 반론같은.

이윽고 이야기가 멈췄다. 드워프 포로들을 치료하게 되었다는 부분에서였다. 이야기가 시작된 직후였기에 조금은 미묘하고 부자연스러운 정지였다. 그는 이야기를 계속하기보다, 잠시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며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처럼 보였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그는 임종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 사람 치고는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쉼없이 기억을 떠올리는건 어찌보면 쉽게 하기 힘든 일이기도 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궁금해서였는지, 나도 클라우스처럼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굴곡이 크게 없는 평야와 옹기종기 모여 생긴 작은 마을, 풍차, 그리고 그 너머 빼곡히 자란 나무 가득한 숲이 이루는 지평선 너머 희미하게 보이는 거대한 걷는 성의 실루엣까지. 위버틴 태생의 나에게는 한없이 이국적이었지만, 쥰-미르스의 클라우스에게는 딱히 새로울것 같지도 않은 풍경.

"자네는 드워프를 어떻게 생각하지?"

그리고 말을 끊었을때와도 같이, 갑작스래 클라우스는 입을 열었다.

"덩치가 작지만 체형은 우락부락하고, 무엇 한가지에 조예가 깊은 종족, 일까요? 제각기 다른 사람이기에 함부로 말할수는 없지만요."

무난한 정답을 나는 입에 올렸다. 분명, 그 답이 클라우스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자네는 인간이지 않나. 분명 그것 말고도 생각하는게 있을텐데. 걱정 말고 이야기 해. 여기서 듣는 귀라곤 내 것밖에 없고, 이조차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뭐지? 그는 뭘 원하는거지? 나는 클라우스의 갑작스러운 종용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도 더, 그가 왜 나를 불렀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져만 갔다.

"먼저 말하자면, 드워프는 시궁쥐 같은 놈들이야. 대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놈들을 볼땐 언제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 안그래도 선천적으로 작은 놈들인데 제대로 먹지도 못해 삐쩍 말라있는데다 손에 쥘수 있는건 죄다 집어 숨겨놓으려하니 시궁쥐가 따로 없었지. 누구 말마따나, 가스로 솎아내려고 한 새끼가 있는게 놀랍지도 않을 정도야."

지금까지와 같은 톤으로, 클라우스는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차별적인, 너무나도 차별적인, 누가 들어도 그 문장을 내뱉은 화자를 경멸해서 볼듯한 발언을, 클라우스는 담담하게 내뱉었다.

나는 내 자신에게 되물었다. 클라우스가 종족주의자라고? 종족간의 화합의 상징인 그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더 놀라운게 있다면 이를 내가 기회라고 생각했던 부분일까.

이건 팔린다. 이렇게 자극적이고 논란을 일으키는 소재는, 그 수염나고 괴팍하기 이를데 없는 편집장을 춤추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했다. 그리고 직감했다. 아마 이것이 그가 나를 부른 이유라는 것을 직감했다.

"왜, 내가 그런 말을 해서 놀라웠나?"

클라우스가 물었다. 나는 딱히 부정할 생각이 들지 않아, 조심스래 긍정했다.

"항간의 클라우스님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듣기 힘든 말이긴 하죠."

"힘든 말이긴 무슨. 나와 같은 생각을 누구나 머리에 담고 있을거야. 다른 흔한 사람들과 다를게 있다면, 나는 누가 생각해도 멍청한 소리를 입밖으로 내뱉지 않을 정도의 교육을 받았을 뿐이고. 그런걸 소위 문명인이라고 부르지 않겠나."

그렇지만 그게 지금의 상황과 무슨 관계가 있지? 죽음을 목전에 두고, 가주라는 새로운 직책을 받아들이기 직전인 그가 이방인과 할 수 있는 대화와 무슨 관계가 있지? 하지만 그 질문을 입 밖에 내지 않고, 나는 클라우스의 다음 이야기를 계속 받아적기 시작했다.

"뭐, 이야기하지 않겠다면, 좋아.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드워프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셨죠."

별안간 푹,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맥없이 힘빠진 소리였지만, 이미 늙디 늙은 그에게는 폭소와도 같아 보였다.

"그래, 그래.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군. 여하튼, 소위 '협약'에 의해, 헬른과의 싸움에서 항복하고 포로로 붙잡힌 새끼들은 거진 받아 마땅한 조치와 인도적인 대우를 받아야 했어. 그리고 그 언덕에서 가장 인도적인 대우를 기대할 수 있는 문명화된 공간은 병동 뿐이었고."

그리고는, 잠시 쉬었다. 아주 잠시.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나만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환자라는 족속을 자주 마주하는 자리에서는, 편견이 생기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어. 마족인데 영양실조면 열이면 아홉 환각제에 미친 새끼고, 인간인데 살이 뒤룩뒤룩 찐 새끼들은 천하의 게으름뱅이들이지. 엘프는 치료 가능한 얕은 병을 자기들만의 요법으로 치료한답시고 치료 불가능한 상태까지 방치해버리고, 짐승들은 벼룩과 진드기를 옮기고 다니지. 누구든, 얼굴만 보면 뭐가 문제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내게는 보여.

진료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편견이라고 볼수도 있겠지. 맞아. 정확한 말이야. 그렇지만 그 편견은 과거의 경험에서부터 나온거지, 누군가 가르쳐준게 아냐. 편견이 사회를 망치는 주범이라고들 하지만,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된 신속한 병의 진단으로 나는 수많은 자들의 목숨을 살렸어."

그는 담담하게, 하지만 한마디도 끊지 않고 유려하게 자신이 가진 생각을 피력했다. 거기에는 어떤 후회도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믿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지금까지의 그를 믿고있던 다른 사람들이 짊어지고 있던 믿음과는 상충되는 믿음이었다.

나는 조용히 그의 말을 받아적었다. 흔한 차별주의자의 변명을 받아적었다.

인간으로써, 비열하기 짝이 없는 헛소리에 깃펜을 쥔 손가락에 힘이 지나치게 들어갔지만,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다. 최소한 그렇게 행동했다.

그렇게 행동하려고 했다.



문 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고지식해 보이던 집사조차 온데간데 없었다. 어찌보면 놀랄 따름이라고 해야할까. 마족이 본디 강인한 종족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클라우스처럼 노쇠한 이를 내버려둘 줄이야. 

무슨 일이 일어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는 건가. 그가 만약 인터뷰 와중에 죽기라도 한다면. 

한숨을 쉬었다. 그럴 일은 없다는 건가. 

클라우스가 일렀던 대로, 침실 바로 옆에 마련된 탁자 위의 쟁반에는 금은으로 장식된 자기 물주전자와 머그컵 두잔이 마련되어 있었다. 숨을 쉬고 싶다, 라는 내 부탁에 이를 이야기해준걸 보면 물이라도 마시고 오라는 거겠지.

골때렸다. 이 자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꿰뚫어 보는 듯 했다. 상대방을 읽고 그에 반응해야 할건 글을 써야하는 나의 몫이 아닌가. 이래야 본말전도가 아닌가.

그 빌어먹을 편견이 정말로 그를 정답으로 이끄는건가? 곧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마저 역겨워져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깊고 무거운 한숨을.

미지근한 물을 컵에 따라 호쾌하게 마시고는, 쟁반을 조심스래 들고 다시 문 안으로 들어섰다.

"어디까지 했죠?"

내가 말했다. 

"내가 말해야 하는 대사 아닌가? 보다시피, 늙고 지친건 내쪽이니 말이네."

대꾸하지 않았다. 능글맞은 그의 미소가, 퉁명스러운 내 태도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있음을 읊어주고 있었다. 

"거기, 내 총이나 좀 가져와보게나."

이내 흥미가 가셨는지, 클라우스는 팔을 천천히 들어올려 옆의 서랍을 가리키며 말했다. 몇번을 재촉받은 끝에 열어재낀 서랍에는 그의 말대로 총 한자루가 들어있었다. 어지러히 모여있는 서류가 날아가지 않도록 짓누르는 듯한 모양새였다.

"무슨 총인지 알고 있나?"

"아뇨. 총에 관해선 문외한입니다."

클라우스에게 총을 건내며 말했다. 그리고 빨리 자리로 돌아가려는 내 손목을, 클라우스는 붙잡았다.

굳센 힘으로. 죽기 직전의 노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힘으로.

"무슨-"

"잠깐, 보여줄게 있다네. 내 옆에 있어주길 바라네."

자신이 누운 침상에서, 클라우스는 날 올려다보며 말했다. 장난기라고는 없는, 진지한 목소리와 태도를 가지고. 

이 손을 뿌리치고 싶었다. 이 방에 들어서고 난지 몇시간만에 들이닥친 기분나쁜 혐오감이 클라우스의 손가락을 타고 전해지고 있었다. 이 방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참아냈다. 

"무엇을, 말인가요."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이 총을 자세히 보게나. 정말로 뭔지 모르는가?"

어느샌가 그의 손 힘은 빠져있었다. 슬그머니 그의 손아귀에서 내 손목을 빼내며 클라우스가 무얼 말하려는 건지 짐작해보았지만, 생각나는 흥미로운 사실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총을 처음 보는건 아니지만, 관심 자체를 둔 적이 없었다. 그래, 그나마 알아본게 있다면 사람들이 흔히 차고다니는 류의 권총과는 다르다는 것 뿐일까.

"인간이라면 금새 알거라 생각했네만, 내가 틀렸나보군."

클라우스는 그렇게 말하며 총신을 쓰다듬었다. 손질이 잘 된듯, 녹이라곤 찾아볼수 없는 검은색 총신이 은은하게 창 밖의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이건 말야, 대전쟁 초기에 드워프군이 장교들에게 보급한 제식 권총일세. 급하게 만들어진 전쟁 후반기의 쇳덩이들과 다르게, 이건 '진짜'지. 원수 직속 공방에서 제조된, 이거 보이나?"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쓰다듬는 총신의 옆구리엔, 작게 각인된 산봉우리의 그림과 일련번호가 적혀있었다. 0063. 상당히 작은 크기의 글자였지만 잘 손질된 덕일까, 거리를 두고도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마법이라고는 쓸줄도 모르는 난쟁이들을 위해서 독자 규격의 마탄과도 호환되도록 만들어진 이러한 리볼버 타입의 드워프 권총은, 아마 이백정도 채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하네. 드워프 특유의 육각 탄피를 담기 위한 로더도 같이 있고. 이 정도 상태라면 인간이나 드워프 수집가에게 상당한 돈을 받고 팔수 있다고 들었어. 그 돈으로는 이 저택을 살수도 있다고 했다고 했었나."

그리고는 총신 뒤의 작은 손잡이를 자신의 검지손가락으로 살짝 당겼다. 찰칵. 정말이지 작은 소리가 불필요하게 드넓은 침실에 울려퍼졌다.

"자, 이제 쥐어보게."

클라우스는 말했다. 나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무서워 말게. 지금은 해머가 반쯤 당겨진 것 뿐이야. 발사되지 않는 상태지. 해머를 전부 당기지 않으면 발사되지 않아. 쥐어보게."

그가 총열을 쥐어잡고 손잡이를 내밀었다. 

갈색 목재로 마감된 손잡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붙잡아봐. 손해볼건 없잖아. 

전에 들은 적 없는 목소리가 속삭이고 있었다.

한숨을 깊게 쉬었다. 

"클라우스씨. 전 당신과 인터뷰를 하러 온 기자입니다. 이런 요구를 들어야할 이유는 전혀…"

"붙잡아 보게. 그럼 다른 곳에선 한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내 이야기를 들려주겠네. 생각해보게. 내 자서전에서 드워프 장교의 권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이 있긴 한가?"

엷은 미열을 띈 클라우스의 눈동자가 날 응시했다. 침을 삼켰다.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지."

권총은 무거웠다. 들지 못할만큼 무겁지는 않았지만, 결국 같은 크기의 쇳덩이만큼 무거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들고있는게 불편하진 않았다. 무게중심이 적절하게 갖춰져, 오랫동안 들고있어도 손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제작된 모양이었다. 드워프 공학의 결정체. 수집가들이 웃돈을 주고 찾는다는 이야기가 거짓말은 아니었나보다. 총에 대해 문외한인 나조차도 무심코 빠져버릴 매력이란.

그리고, 이제 당기기만 하면 돼.

방금의 목소리였다. 진짜일리 없었다. 환청조차 아니었다. 잡념. 하지만 그조차도 분명 진심의 조각임은 확실했다. 내 자신이기에 확실히 알고 있었다.

"약속은 약속이니."

묘한 고양감이 맴도는 나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클라우스는 입을 열었다. 

"이 권총을 준 건 당연하지만 난쟁이 장교였어. 아니, 항복했으니 계급은 박탈당했겠군. 말했다시피, 장교였던 그 녀석은 명예도 뭣도 없이 '인도적 처우'를 찾아 몇주는 굶은 몸뚱이를 끌고 내 병동에 찾아온거였어. 다른 놈들은 정신도 못차리고 죽어갔지만 눈길도 주지 않고서, 자기 품속에 고이 숨겨둔 권총을 건내주며 말하더군. 제발 도와달라고. 먹을걸 주고 쉴 곳을 주라고. 버러지 새끼와 다름없이, 이기지 못할 전쟁을 스스로 벌여놓고 손을 벌리는 꼴이란. 어이가 없더군. 그런 기생충같은 놈들에게 귀쟁이고, 인간이고 모두 맥을 추리지 못했었다니."

침묵이 맴돌았다. 권총은 아직 내가 쥐고 있었다. 클라우스는 조용히, 내가 쥔 그 총에 두 손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 총구를 자신의 품으로 가져다 대었다.

클라우스는 자신이 해머라고 불렀던 부품을 검지로 완전히 밀어내렸다. 실린더가 살짝 회전하며, 방금보다 큰 묵직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해머를 전부 당겨야만 발사할수 있는 법이지."

클라우스는 말했다.

손가락이 근질거렸다. 수백마리의 개미가 손가락을 간질이며 근육을 움직이라 종용하고 있었다. 

당기기만 하면 돼.

"쏴. 어서."

클라우스가 말했다.

눈 앞의 차별주의자가 말했다.

모두에게 거죽을 숨긴, 역겨운 위선자가 말했다.

말했.

아니.

딸깍.

손가락을 움직였다. 완벽하게 관리된 공학품이 작동할때 나는 극소의 진동은,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해머는 원래 위치로, 당기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그리고, 폐 속에 갇혀있던 숨이 빠져나갔다.

"이건 제가 들고 있죠."

내가 말했다.

"어째서지?"

클라우스가 말했다.

"어째서 쏘지 않는거지?"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죠."

나는 말했다.

"보아하니,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가 산더미인듯 합니다만."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주채하지 못하는 노인을 앞에 두고, 나는 말했다.



"그는 웃고 있었네."

클라우스는 말했다.

"비굴한 자신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은건지, 정말한지 쾌활하게 웃고 있었어. 마치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네. 전에 다른 곳 그 어디에서든 그러한 웃음을 보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마치 속 안의 가래를 뱉어내듯 클라우스는 고백했다.

"그는 진정으로 감사하고 있었어. 내가 그를 어떻게 보는지는 전혀 개의치 않아하고 있었지. 그는, 정말로 내 십자를 보고 감명깊어하고 있었어."

그리고는 마저 말했다.

"보게. 난 자네에게 한마디도 거짓말 한 적 없다네. 보이는대로, 난 편견에 물든 종족주의자이자 차별주의자야. 보이는 것만을 믿고, 믿는 것만을 따르지. 그렇게 살아왔고, 그 과거를 부정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하지만 말야. 그 웃음이,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보는지를 깨닫게 만들었네. 난 희망이었어. 그 역겨운 냄새만이 가득한 전장에서 피어오른 한줄기 꽃마냥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던 불꽃이었게야.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나?

난 상징이 되서는 안되는 사람이네. 누군가가 믿고 따라서는 안되는 사람이네. 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달려온 기회주의자고, 놓치면 되잡을수 없는 생명을 긍정과 부정 두가지로 나눠버린 사람일 뿐이야. 살릴수 있다면 그의 미래가 어찌되던 팔다리를 자르고, 죽어야 한다면 내게 아무리 빌더라도 차갑게 내버려두었단 말일세. 

난 명예로운 사람이 아니네. 발개벗고 목숨을 구걸한 난쟁이 장교에 비하자면 난 더 없이 더럽고 치졸한 사람이야. 그러니 제발 날 죽여주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서랍을 열어, 총을 제자리에 두었다.

"증거가 필요한겐가? 그 안을 보게. 전쟁간 기록한 자료일세. 자서전이나 학회지에 발표하지 않은, 진짜 자료 말일세. 사악할 정도로 건조하게 세상을 담은 자료가 거기 있단 말일세."

서랍을 조용히 닫는 나를, 클라우스는 떨리는 동공으로 바라보았다.

"어째서, 어째서. 난 지금까지 모두를 속여왔네. 이걸로 됬지 않나? 곧잘 발휘되는 인간의 정의감으로 날 처단해주게. 제발, 제발."

한없이 쇠약해진 노인이 내 팔목을 힘없이 붙잡고 흐느꼈다. 아무도 없을 저택에서 그는 절규했다.

그런 그의 팔을, 난 가벼이 풀어냈다.

"저는 그런 류의 인간이 아닙니다. 모든 마족이 같은 류의 마족이 아니듯 말이죠. 저는 그저 글을 쓸 뿐입니다. 사람을 잘못 보셨습니다."

"제발. 그리하지 말게."

클라우스는 애걸했다.

"날 홀로 두지 말게. 가문의 녀석들은 내 말을 믿지 않고 가주로 만들 셈이란 말일세. 내 죽음을 발판삼아, 죽음 너머에서 자기들의 마법을 위한 도구로 쓰려한단 말일세. 그들 누구도 손을 더럽히려 하지 않아. 자신들이 지금까지 속아왔고, 자신들의 말이 지금까지 거짓이었다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싶어하지 않아. 자네밖에 없네. 수인도 인간도 없는 이 외딴 시골에서, 날 죽여줄 사람은 자네밖에 없네."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 말했다.

"아뇨. 한명 더 있지 않습니까."

나는 조용히, 잔에 물을 따랐다. 나를 위한 잔과, 그를 위한 잔. 물을 들이키자 두근거리던 심장이 차근해지고, 상황이 명확하게 보였다.

"물이라도 드시면서 심호홉을 해보시는게 어떨까요."

나는 말했다.



저택을 뒤로하며, 나는 생각했다. 위버틴 대륙이던 쥰-미르스 대륙이던 그 누구도 겪어본 적 없었던 거대한 규모로 치뤄진 2차 대전쟁이 끝난 뒤, 사람들을 많은 것을 잃었다고. 명예, 신뢰, 믿음같은 추상적이지만 삶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에서부터, 팔, 다리, 눈과 같은, 명명백백한 신체의 일부분까지.

마차를 타고 움직이자 곧 매마른 총소리가 들려왔다. 넓은 발코니에서 시작된 그 소음은 굴곡이 크게 없는 평야와 옹기종기 모여 생긴 작은 마을, 풍차, 그리고 그 너머 빼곡히 자란 나무 가득한 숲이 이루는 지평선 너머로 울려퍼질테지.

마저 생각했다. 많은 것을 잃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얻은 것 또한 분명히 존재했다. 평화와, 그 평화에 잠시나마 속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희망 따위의 것들 말이다.

희망 따위의 것들.

















길을 떠난 직후는 조금 시끄러웠다. 난희가 먼저 입을 열고 패트리샤를 향해 여러가지를 물어보았기 때문이다. 가족은 어땠냐는 둥, 조부는 본적 있냐는 둥. 하지만 패트리샤로써는 딱히 대답하고 싶지 않아했다. 만난 과정부터가 그랬으니 별 수 없는 일이었건만, 난희로써는 그 분위기를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억지 때문에, 이윽고 찾아온 어색한 침묵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오랫동안 지속됬다.

마침내 입을 연건, 난희가 남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하늘을 바라보며 멈춰설 때였다.

"여기서 잠시 멈추자. 곧 해가 질거야. 그 전에 잠자리를 마련해야지."

"벌써? 조금만 가면 마을이 나올텐데."

패트리샤가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가까운 마을은 걸어서 4시간 남짓한 거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가는 도중에 빛이 사라질걸. 밤길을 걷는건 정말 위험해. 강도는 물론이고 야생동물이 얼마나 많은데. 길을 잃기 쉬운건 또 어떻고. 나와 함께 네 부모님의 죽음을 되짚어가려면 정말 먼 길을 여행해야 할건데, 그러려면 페이스를 잘 조절하는 법부터 배워야할걸?"

난희가 말했다. 패트리샤는 핏, 하고 불만을 작게 표했지만 뭐라 말을 더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하얀 마녀를 찾아 도움을 청해온건 그녀였으니까.

난희의 말에 따라 마른가지를 적당히 줍고 배낭 안의 모포를 적당히 세우자, 잠을 청할만한 잠자리와 따뜻한 모닥불이 어느샌가 완성되어 있었다. 그래, 순식간에 어두워진 하늘처럼 자연스럽게.

"아무래도 말을 구하는게 좋을까…"

"말?"

패트리샤가 물었다.

"아, 아니, 그러니까 마차. 타본적 있어?"

"타조 마차는 많이 타봤어. 늑대 마차는 한번도 들어만 봤지만."

"많이 타진 않지. 쥰-미르스가 아니고서야 위버틴에선 센누나하 근방에서밖에 볼수 없을테니까. 사납긴하지만 따르기 시작하면 귀여운 애들이야."

추억을 떠올리며 말하는 난희의 얼굴을 바라보다, 패트리샤가 문득 말했다.

"'크로녹스의 하얀 마녀', 라고 했었지?"

"맞아."

"그 크로녹스는, 마족의 열두 이름 이야기에 나오는 크로녹스 맞지?"

"그렇지."

"하지만 넌…"

질문을 알아채고는 난희가 바로 답했다.

"인간이지. 보다시피말야."

"그게 가능해? 마족이 아닌데도 가문에 들어가는거."

난희는 웃으면서 고개를 기울였다.

"놀랍게도, 그런 모양이지."

"다른 마족들은 그래도 된대?"

패트리샤가 물었다.

"아니-, 었지. 지금은 다들 넘어가는 분위기지만 말야. 그래. 그 이야기를 할까."

그렇게 말하고는, 난희가 가방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꺼냈다. 작은 밀가루 덩어리처럼 생긴 흰색 과자였다.

"엘프 레시피를 따른 머쉬머야. 우울과자라고도 하더라고."

"우울과자?"

"우울할때 먹으면 기분이 나아진다더라. 모닥불에 데워 먹으면 더욱 더 낫다고 해. 태우지 않게 조심하고."

패트리샤는 받아든 과자를 잠시 들여다보다, 난희의 행동을 지켜보며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구우면 되지."

난희가 말했다.

"크로녹스 이야기는?"

"아. 그래, 계속해야지. 마족 사이에서 크로녹스라는 이름은 혼돈의 이름이야. 전통을 중시하는 마족 사이에서 전통을 무시하는 가문이니까. 가주인 크로녹스는 다른 가문들과 달리 자손을 남기지 않았고, 유능한 자손에게 가주를 넘기던 다른 열한 가문과 달리 태초의 시간부터 지금까지 가주를 유지하고 있다지.

여튼, 그 크로녹스란 사람은 혈통으로 자신의 힘을 빌려주지 않는 대신, 미래에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기존의 질서를 뒤흔들만한 이들의 꿈속에 찾아가 자신의 힘을 나눠준다더라고. 자신의 피가 섞이지 않은 마족에게도 말야. 그 힘은 정말 막대해서, 많은 마족이 크로녹스의 마법을 두려워하는 동시에 기대하고는 해. 자신이 선택받지 않을까 하고. 너무 센 덕분에 크로녹스의 선택을 받은 이는 미쳐버린다고도 하지만."

"기대한다고? 마족답지 않은데."

패트리샤가 의아해했다.

"이를테면 애증의 대상이지.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골칫거리일테지만, 정체된 사회에서 새로운 바람을 바라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그런 크로녹스에게 선택받은 유일한 인간이라는게…"

"어쩌다 보니 내가 된 모양이지만."

조용히 웃으며 난희가 말했다. 모닥불에 굽던 막대기 끝의 머쉬머를 눈 앞에 가져다 들여다보다, 다시 원래 굽던 자리에 되돌려놓았다.

"규칙이랄것도 없는 양반이니, 마족이 아니더라도 가문에 데려다놓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

"음. 그러니까 네가 세계를 바꿀 운명이라는거야?"

"글쎄."

난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난 그저 이야기꾼인걸. 이야기를 말하던, 글로 써서 전하던, 이야기꾼의 위치는 같은걸. 그저 지켜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물론 그 이야기에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이야기꾼 너머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꾼 중에 주인공이 되고싶어하는 사람은 없을거야."

난희는 그렇게 말했다. 머쉬머를 다시 들여다보더니, 가볍게 앞니로 물어내었다. 갈색으로 변한 표면에 파고든 이빨자국 사이로 새하얀 김이 새어나왔고, 난희는 입김을 불어 입앞의 과자를 차갑게 식혔다.

그런 난희를 바라보며, 패트리샤는 무심코 머쉬머를 입에 가져다 대었다.

"앗 뜨거!"

"앗차차. 괜찮아?"

난희가 당황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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